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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사진일기

종교와 나

by Gomuband 2011. 4.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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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muband '실로암-데모'


낮술하고 한잠 잤더니 일 할 의욕이 없다.
감기 막바지라 잠이 더 필요했는데
마늘 설렁탕에 만두에 소주 몇 잔 걸치고 푹 잤더니
감기도 거의 사라졌다.
그동안 영양분이 부족했나?
하긴 매일 거의 같은 식단과 안주로 버티니
과다와 실조 사이의 위험한 줄타기를 하는 셈이다.

 

고교 동창이 날 기독교로 인도하려고 애를 많이 쓴다.
하지만, 난 국민학교 때부터 크리스천이다.
교회에 나가지 않는 크리스천.

난 교회에 속하지 않지만
매일
기도하고
감사하는 생활을 한다.
큰 무대에 오르거나 중요한 일을 앞두면
담대함을 주십사...간구하는 기도를 꼭 드린다.
내가 드리는 기도는
물론 하늘에 계신 그분께 드리는 것이지만
내게 강건할 것을 다짐하는 확인절차이기도 하다.

가끔 교회에 가면
새로 온 날 귀신같이 알아보고
이름을 적거나 신상을 파악하려 한다.
나를 한 교회에 묶으려는 시도는
나의 핍박을 부르고
굳고 매몰찬 거절의사를 듣게 된다.

세상의 모든 교회가
내 사랑하는 하느님의 집이고
교인들의 쉴 곳인데
꼭 주민 등록하듯 이름을 올려 관리해야 하는가?
좀 사람들을 편하게 그냥 놔둬 달라는 말씀이다.

난 낚시 가서도 주일 아침이면 근처 교회에 간다.
솔직히 신앙심보다
도대체 몇 분이 예배를 보시나...
어떻게 교회를 유지하시나...
예배 마치면 점심을 먹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서다.
지난번 예배 본 교회에선 내게 기도를 시켜서
오랜만에 떠듬떠듬 기도 올리느라 혼났다.
예배 마치고 구수한 된장국에 밥 배불리 말아먹고
대접에 커피까지 얻어 마셨다.
그 교회는 할머님 네 분이 지키고 계셨고
나까지 총 다섯 명이 주일을 지켰다.
얼마나 소박한가!
종교와 돈을 엮는 무리들이여...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중고등학교는 불교재단의 학교를 나와
석가모니에 대한 말씀도 많이 배웠고
지금도 삼귀의나 사홍서원을 부를 수 있다.

오십 년을 살면서 깨달은 삶의 이치를 친구(원기)에게 이야기하면
원기는 항상 이렇게 대답한다.
'그 말씀 부처님이 하셨어.'
그렇다.
난 확인하며 사는 중이다.
부처님께선 이미 다 알고 계셨던 거다.

다섯 살 때 난 동학사 밑에 살았다.
아버지가 별장을 짓는 현장에서.
계룡산에 전기도 들어오지 않던 시절.
냇가 그늘에서 자고 나면 머리맡에서 낮잠 자는 뱀을 볼 수 있었고
동학사 주지 스님 뵈러 가는 길에선
내 가랑이 사이로 엄청 긴 구렁이가 한참 지나간 일도 있다.
그때 부처님과 가장 친하게 지내지 않았나...생각이 든다.



주변의 많은 분이 천주교 신자이시다.
성모님의 보살피심 덕에 성당에서 음악회 녹음도 많이 했다.
그동안 받은 은혜에 조금이라도 보답하고자
수경침 봉사도 하고 녹음도 했지만
받은 은총에 비하면 아직 멀었다.
천주교회의 가장 멋진 슬로건은 '내 탓이요'다.
모든 일의 결과를 남의 탓으로 돌리지 않는 자세야말로
종교인이 가장 먼저 가져야 할 덕목이라고 생각한다.
통신교리를 몇 번 시작했었는데
조금 하다 보면 성당에 가서 수녀님께 확인을 받으라는 대목이 나온다.
주말에 거의 집에 없는 내 삶의 패턴과는 자꾸 핀트가 맞지 않는다.
성당의 고즈넉한 느낌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다.
건축양식도 맘에 들고 소란스럽지 않고...
시내에 들어가면 명동성당이나 성공회 뒤뜰에서
한참 쉬다 온다.

우리나라에서 종교가 음악에 미치는 영향은 장대하다.
어릴 때부터 노래 부르고 연주할 수 있는 능력을 가르치고 무대도 제공한다.
자라서도 많은 음악가가 종교에 기대어 활동한다.
음악과 종교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음악만큼 사람을 한순간에 아찔하게 만드는 도구가
세상에 또 없기 때문이다.

올핸 그동안 내 삶의 지주가 되어 준 하느님께 보답할 기회가 생겼다.
동창이 성가음반을 하나 만들어 보라고 보채고 있기 때문이다.
마음에 닿는 곡들을 기타로 연주해서 선물로 올리겠다.
원불교 교무님과도 아이들을 위한 노래를 작곡하기로 약속했었는데
아직도 못 해 드렸다.
이래저래 할 일이 많은 2011년.
그동안 받은 사랑을 조금이라도 돌려 드릴 수만 있다면 한이 없겠다.


오블 블로거 '숨은그림찾기'님께서 소중한 말씀을 올려주셨네요.
광수생각에서 퍼진 그림 같으시다는 데요.
저도 외쳐봅니다.
"자! 내 손 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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