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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군! 남이 가지 않은 길을 가게! K군. 어제. 날이 참 맑았다. 뒷동산에 오르니 온 천지가 아까시꽃으로 덮였더구나. 쓸데없는 나무라고 마구 베어냈다는 아까시나무가 우리 뒷산엔 여전하더군. 참 고맙더라. 뭐가 그리 쓸모없는 지 난 잘 모르겠는데... 하여튼, 세상의 피조물은 모두 역할이 있지. 취업 준비에 바쁜 자네도 아까시 향은 맡아 봤겠지? 아직 이라면 천천히 사진으로 들어가 보게. 향기 가득한 시원한 그늘 밑으로 말일세... 내가 오월을 좋아하는 이유는 단 한 가지야. 모든 것이 아무 방해 받지 않고 자라나 자신을 뽐내는 철이기 때문이야. 자세히 보게. 하찮다고 생각되는 것도 놀라운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네. 마음이 동하지 않다고? 그건 내 사진이 그들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해서야. 자네가 도서관에서 책 냄새에 고개를 파묻고 있을 때.. 2010. 5. 27.
밝지 않은 곳에서 이것저것 사진을 찍어보다 제 카메라의 암부 표현력이 눈으로 보는 것보다 많이 좁다는 생각에 카메라 메뉴의 콘트라스트를 최대한 낮춰 찍어보기로 했습니다. 콘트라스트를 높이면 인상적인 사진을 만들 수 있지만 중간색이 날아가는 게 아쉽기 때문입니다. 장단점이 있겠지요...^^ 2010. 5. 27.
추모소설 - 3. 청초선생 이 짧은 세 편의 소설은... 제가 바랐던 그분의 소박한 모습을 상상하며 작년 6월에 쓴 글입니다. 지금은 온전하고 편안하게 웃고 계시기를 빌며 1주기까지 일주일에 한 편씩 올리겠습니다. 당신이 계신 동안 정말 행복했습니다. 3. 청초 선생 “청촌가?” 기정이의 굵은 목소리였다. “잠깐만...끊지 말게...” 나는 담뱃갑과 재떨이를 들고 마루에 걸터앉았다. 맨발에 닿은 댓돌이 서늘했다. “그래...늦은 시간에 웬일이야?” “잠이 안 와서...” “늙은이가 일찍 자야지...별 일 없지?” 담배 한 개비를 뽑아 물었다. 몇 박자가 지나도록 대답이 없었다. “기정이...” “전에 내가 물어봤던 거 있지.” “그래...내가 알려줬잖아.” “자네가 알려준 시(時)가 정말 정확한가?.” “그럼...본인이 말해준 건.. 2010. 5. 21.
추모소설 - 2.잔속의 달 이 짧은 세 편의 소설은... 제가 바랐던 그분의 소박한 모습을 상상하며 작년 6월에 쓴 글입니다. 지금은 온전하고 편안하게 웃고 계시기를 빌며 1주기까지 일주일에 한 편씩 올리겠습니다. 당신이 계신 동안 정말 행복했습니다. 2.잔 속의 달 뜸하게 오던 입질도 뚝 끊겼다. 캐미라이트도 반쯤 빛을 잃었다. 구름 뒤로 들어가 버린 달은 아예 나올 생각도 않고 있었다. 간간이 보이던 별들도 구름 뒤로 숨어버렸다. 산을 내려온 차고 무거운 공기는 수로를 메우고 있었다. 큰 물 같았으면 슬슬 대물들이 마실 다닐 시간이었지만 얕은 수로는 작은 찌올림도 아끼고 있었다. 현성이가 휴대폰을 열어 시간을 봤다. “옘병...4월에 밤낚시는...하여튼 머리 큰 애들은 이상해.” “떡밥이나 갈아줘라.” “니네 선배는 왜 안 오.. 2010. 5.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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