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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사진일기

함평에서 온 편지 1

by Gomuband 2011. 4.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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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 전야

안녕하신지요?
남녘에서 문안 인사 올립니다.

 


집 앞의 앵두나무에 꽃이 피었습니다.
곧 흰 꽃이 가지를 가득 메우겠지요.
못 보고 내려감이 아쉽습니다.


갤러리 자인제노에서 모임이 있었습니다.
모임을 마치면 짐을 챙겨 밤새 남행 할 것입니다.


앰프 소리가 맘에 들어 세팅을 촬영해둡니다.
가는 곳마다 다른 소리를 내는 착실한 내 앰프.
VOX DA-5.


모임에 오신 화백님께서 부활절 계란에 그림을 그려주셨습니다.
참 아름답지요?

함평에 닿았다


새벽까지 짐을 챙겨 길을 나섭니다.
먼저 진해로 가 합평살이에 유용한 살림을 싣습니다.
함평엔 밤 8시가 넘어서 닿았습니다.
그새 함평 소리골에 식구가 늘었습니다.
'루크'
얼굴이 저보다 큰 듬직한 견공입니다.

 

15시간을 운전했는데도 일찍 잠을 깼습니다.
커피 한잔 타들고 교정에 나와 앉으니
서울에서 잊었던 친구들이 주변에 가득합니다.
까만 개미들입니다.


한없이 느린 시간.
풍요롭고 신선한 공기.
비우면 채워지는 게 더 많습니다.

갑수


갑수는 항상 그 자리에 있습니다.
이십 년 차이 나는 친구.
삶을 진솔하게 풀어내는 친구.

 

갑수 딸 강이는 쑥쑥 자랍니다.
밥과 된장국을 배불리 먹는 귀한 어린이입니다.

 


강이에게 별명을 지어줬습니다.
'꼬마갑수'
성격은 갑수를 닮고
미모는 유하를 닮았습니다.

함비랑


일요일.
제가 살 집이지만
우리 모두의 집이라 일컫는 '함비랑' 청소를 시작했습니다.
아름다운 사람들이 오래된 때를 벗겨 냅니다.
쓱싹쓱싹...

 

금침을 펴고 자리에 듭니다.
대문 열기 전에 터줏대감께 인사는 올렸는데
누가 나타나실지...

 

 

꿀같은 잠을 잤네요.
집에 머무르시던 어르신들께서 어여삐 받아주셨습니다.

 


대청을 두른 창은 일본식, 정확히 유럽식이지만...
유리를 타고 넘는 빛이 아름다워
커피 향을 진하게 하네요.


일요일 집 청소에 애쓴 동생들을 초대하여 저녁을 나눴습니다.
오늘은 남은 음식을 죽 늘어놓고 한잔합니다.

 

며칠 동안 소식 전하지 못한 분들께 기별을 합니다.
잘 내려와 잘 지낸다고...

 


문단속하러 나와 뒤돌아 보니
제가 오래 거할 곳이 정다운 빛을 냅니다.

이 소식을 읽으시는 분들은 복 받으셨습니다.
앞으로 언제든지 오실 수 있는 고운 자리 생기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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