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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사진일기

다시 산에 다니자고라?

by Gomuband 2010. 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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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5년.
고무兄은 동네 兄(문기영) 집 뒤뜰에 텐트를 치고 입시준비를 했다.
고무兄은 그때 이미 기타리스트가 되기로 맘먹고 열심히 기타만 치고 있을 때였고
기영이형은 최고의 산악인이 되려고 하교 후 매일 인수봉에 오를 때였다.
기영이형은 대입, 고무兄은 고입.
내피가 있는 레드훼이스의 겨울용 텐트를 치고
텐트 안에 밥상을 두 개 들여놓고 석유랜턴으로 불을 밝혀
생전 안 하던 공부하느라 꽤 애를 썼다고 했다.

주말마다 열심히 기영이형을 따라다니며 바위를 배우던 고무兄이 산과 인연이 끊어진 이유는?
담뱃불 때문이었다.
아침에 두 학생을 보내고 난 기영이형 어머니께서 담배를 피우시다가
불이 꺼지지 않은 꽁초를 텐트 옆에 버리셨는데
담뱃불은 바닥에 깔린 낙엽에 불을 붙였고 낙엽은 텐트로 불을 옮겨
텐트와 텐트 안에 있던 모든 장비, 책, 옷...등을 태우고 말았다.
고무兄이 학교 갔다 돌아와 보니
기영이형 어머니께서 텐트가 있던 자리의 잿더미를 막대기로 들추고 계셨는데
남은 것은 석유버너의 몸체와 냄비받침, 비너, 석유랜턴, 코펠...
화재 이후에 고무兄은 취미를 낚시로 바꿨고
기영이형은 한동안 산을 잊고 있다가
결혼 후 춘천으로 이사 가서야 다시 산에 다니기 시작했다고 했다.
덕분에 기영이형은 북미의 매킨리봉에 올랐다가 구사일생으로 살아온 경험도 생겼고...
고무兄은 그때 불이 나지 않았다면 벌써 히말라야 귀신이 됐을 거라고 했다.



2010년.
가수 선유랑兄이 함께 산에 가자는 이야기를 했다.
형은 서울 근교 산에 다닌 지 팔 년이 넘었다고 했다.
고무兄은 골초인 자신의 지구력을 잘 알고 있었기에 몇 번을 고사했지만
맛진 꼼장어 공세에 못 이겨 결국 지난 주말 도봉산에 다녀왔다.



얼마 만에 오르는 도봉산인지...



인절미가 더덕더덕 붙은 바위.



산밑에서 아이젠을 구입했어야 옳았다.
응달엔 여지없이 눈이 그대로 있었고
반들반들하게 얼어있었다.



아! 여기도 쓰레기.
잘 안 보이는 곳에 살포시 놓고 가신 분은 누구실까?



기영이형이 밥 먹듯 올랐었다는...



약수 한 모금 마시고...



어휴~좋아요...^^



산짐승의 발자국이 꽤 큽니다.



마당바위 쪽으로 가고 있습니다.



드디어 즐거운 식사시간...^^



잘 보시면...바위 위에서 주무시는 분이 보입니다.



생각에 잠긴 얼굴 같아서...



마당바위엔 등산객이 뿌려주는 땅콩과 곡식을 먹으러 오는 친구들이 있네요.



정초부터 내린 눈이 거의 다 녹긴 했지만...아직 만만한 곳이 아니지요.



휴식하는 곳까지 내려오니 다리가 확 풀리더군요.
미끄러운 눈길을 조심스레 내려오다 보니 힘을 다 썼네요.
역시 겨울산은 조심 해야 합니다.

전국민이 등산을 좋아하는 우리나라 좋은 나라...^^

다음에 구입할 장비...
방수가 잘되는 등산화.
아이젠.
씹는 담배...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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