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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사진일기

20121004

by Gomuband 2012. 10.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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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10월 4일.
고민...고민...고민...끝에 양녀를 들였습니다.
'고무氏' 집안에 첫 입양녀가 온 것이죠.
입양을 망설인 이유는...
집을 비우는 날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깟 개...라고 생각하는 분도 있으시겠지만...
함께 사는 생물은 모두 식구입니다.
저랑 정 붙이지 못하는 지네까지도...

통통이는 좀 언짢았을 거에요.
또 왔군...
조금 자라면 가겠지...
"나를 존경하라! 내 위치를 존경하라!" 라는 뜻을 담아
한동안 짖더니 잠잠합니다.
그러나...
이번 강아지는 아무 데도 가지 않습니다,.
고무兄과 평생 함께합니다. 

무명 강아지의 일기 1

언니들과 옥상에서 놀았다.
옥상에선 뒤뜰에서 보던 것보다 훨씬 많은 게 보인다.
한참 언니들 귀를 깨물고 있는데 주인아주머니 목소리가 들린다.
"어디 갔니? 이리와 밥 먹자!"
밥?
내 밥은 엄마 배에 달려있는데...???
그래도 혹시? 하며 언니들과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밥이 어딨어?
속았잖아...
다시 옥상으로 올라가려는데 주인아주머니가 나를 가게 안으로 불러들이셨다.
영문도 모르고 들어갔더니 어떤 아저씨가 앉아 계셨다.
난 아저씨를 보는 순간 오줌을 조금 지렸다.
웬일이래?
부끄러워서 소파 밑만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저씨를 전에 잠깐 본 것 같기도 했다.

주인아주머니는 우리 형제들 이야기를 하고 계셨다.
아저씨는 미소를 지으며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주인아주머니가 예쁘게 키우세요...라는 말씀을 하신다.
그럼...지금 이 아저씨와 같이 가는 거야? 엄마한테 인사도 안 했는데...
아저씨는 나를 안고 커다란 상자에 올랐다.
상자는 큰 소리를 내면서 잠에서 깨어나 천천히 움직였다.

상자 안에서 속이 불편했다.
계속 침을 흘리면서 아저씨 바지를 적셨는데 아저씨는 아무 말씀이 없으셨다.
상자가 멈추더니 부르르 한 번 떨고 다시 잠들었다.
아저씨 팔에 안겨 잠깐 걸었다.

이곳은 풀로 만들어진 세상이었다.
옆에도 풀, 앞에도 풀, 온갖 풀이 가득했다.
아저씨 집에 도착했다.
아저씨 집엔 우리 엄마랑 비슷하게 생긴 아줌마가 있었다.
내가 인사를 했는데 아무 반응이 없다.
아줌마가 아니라 아저씬가?

아저씬 아까 잠깐 상자를 세우고 쇠로 만든 줄을 사왔는데,
빨간 띠를 내 목에 두르고 그 줄을 내 목에 걸었다.
아니 왜 내가 이런 걸 달아야 하지?
아저씨가 줄 끝을 기둥에 달려있던 다른 쇠줄에 걸었다.
나는 이제 내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내 옆엔 엄마 집과 비슷한 집이 하나 있었고
그 집은 무뚝뚝한 아줌마와 반대 방향으로 놓여 있었다.
아저씨는 물과 과자밥을 가져다주었다.
속상해서 밥이고 뭐고 아무 생각이 없다.
엄마와 언니들이 보고 싶다.

조금 울었더니 아저씨가 환한 불을 들고 나오셨다.
나한테 잘 자라고 인사하고 다시 들어가신다.
꼬리에 파란불이 달린 벌레가 천천히 내 옆으로 지나갔다.

 

오늘의 뮤비...

Air Supply - "Without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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