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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Writing

20120424

by Gomuband 2012. 4.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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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 "동물농장" 2막

이 명랑한 강아지를 누가 막으랴!

월선댁의 출산을 앞두고 날이 자주 궂었다.
비가 오시다 그치기를 며칠 반복하니 해 드는 자리도 비를 이기지 못했고,
바닥으로 미처 스미지 못한 비는 흙벽을 타고 진하게 올라갔다.

잠실댁은 예정일을 넘긴 적이 한 번도 없었고,
통통이에게 호되게 당한 당산댁도 애는 쑥쑥 잘 뽑아냈었다.
월선댁은 이번이 첫 배라 서툰 걸까?
둥우리가 빗물에 잠긴 건 아닐까?
장진사는 어디로 내뺐을까?
당산댁은 사라지고 월선댁은 가까이 오지도 못하게 하니
새 각시를 찾으러 갔을 거야...
촌장의 담배 연기가 한숨이 되어 흐트러졌다.

출산 예정일 아침에 삼일이를 난로 옆에 맸더니
흙 만지러 오는 이들이 풀어놓았고
풀린 삼일이를 고무兄이 다시 잡아 순이 옆에 매놨는데
고무兄이 풍악회 다녀온 새에 줄을 끊고 또 달아났다.

냐옹이 밥을 챙겨주고 있는데
고무兄이 뒷문으로 고개를 디밀었다.
"어디 가시게요?"
"응...여서도에 다녀오려네...날이 갤 것 같은데...삼일이를 묶을까?"
"아!..그래야죠...삼일아 들어와."
삼일이는 고무兄 뒤에 바짝 따라와 있었다.
병아리가 깨어나면 삼일이 장난감이 될 터였다.
안으로 들어온 삼일이를 냐옹이밥으로 유인하여 개줄을 걸었다.

삼일이 개줄은 많이 짧아져 있었다.
촌장은 줄을 이을 철사를 찾으러 갔다가 당산댁을 찾아냈다.
뒤주 옆에서 고개를 틀어박고 죽어있었다.
"일찍 발견했으면 견공들 보신이라도 시켜줬을 텐데..."
"먹이긴 좀 그렇네요..."

당산댁은 뒷산에 묻혔다.
산짐승이 파지 못하도록 깊이 묻어주었다.
당산댁은 병아리 때 진도에서 월선리로 왔다.
알도 열심히 낳고 벌레도 꼼꼼히 잡아서 촌장의 귀염을 받았다.
큰 댁인 잠실댁이 투기를 하긴 했지만
목포댁이 비명횡사하자 바로 장진사의 품에 들었다.
이제 잠실댁 곁엔 월선댁만 남았다.

아침부터 새소리가 요란했다.
비가 개어 거침없는 햇살이 사위에 가득했다.
순이가 흘린 사료를 산새들이 치워주고 있었다.
순이가 잠에서 깨어 새들을 쫓자 다른 소리가 들려왔다.
'혹시?...'

고무兄 눈에 월선댁이 보였다.
월선댁 옆에 아기들이 보였다.
장진사를 닮은 놈이 둘, 어미를 닮아 샛노란 놈이 넷.
비틀비틀 갈댓잎 위를 돌아다니며 첫 햇살을 받고 있었다.
고무兄이 얼른 사료와 물을 떠다주 었다.
병아리가 먹기에 사료는 너무 컸다.
고기 굽던 철망과 바구니로 임시 거처를 만들어주었다.
병아리들은 어미 곁에서 놀다가 월선댁의 날개 밑으로 들어갔다.


대밭에서 쉬던 잠실댁이 낌새를 눈치채고 슬슬 다가왔다.
월선댁은 새침하게 눈길도 주지 않았다.
"자네 아기들이 나올 때가 되지 않았나?"
잠실댁은 사료를 먹으며 월선댁 주위를 빙빙 돌았다.

월선댁은 제일 먼저 장진사에게 건강한 아기들을 자랑하고 싶었다.
아기들을 데리고 나왔을 때 장진사는 근처에 있지 않았고
아무도 월선댁이 해산한 걸 몰랐다.



새날이 밝았다.
월선댁은 고무兄이 마련한 거소에 들었다.
비가 오셔서 아기들이 병에 걸릴 것이 두려웠다.
아침밥을 먹은 아기들을 불러모아 날갯죽지 밑에 품었다.

삼일이가 또 줄을 끊고 어슬렁거리며 나타났다.
고무兄이 밥을 챙겨주면서 순이 옆에 묶었다.
삼일이가 많이 자라서 새 목줄과 튼튼한 개줄이 필요했다.
장날 상추씨 사러 가면 꼭 챙겨오자고 생각했다. 

삼일이는 월선댁 곁에 새 식구가 생긴 걸 눈치챘다.
빗소리를 가르고 여린 병아리 소리가 간간이 들려왔다.
통통이가 왜 그리 닭에게 열광하는지 삼일이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삼일이는 달랐다.
새 친구가 필요할 뿐이었다.
함께 햇살 머금고 놀 친구가 필요할 뿐이었다.

 

오늘의 뮤비...

Louis Armstrong - "What A Wonderful World"
만물이 자기 일을 성심껏 행할 때 세상은 가장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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