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Life/Writing

20120418

by Gomuband 2012. 4. 18.
반응형

소설 "동물농장" 1막

"막내의 아기들을 우리가 돌봐야 한다니요?"
당산댁은 벼슬까지 파래지며 날을 세웠다.
장진사가 대밭으로 몇 발짝 옮겨 헛기침을 했다.
"자네...진정하고 들어 보시게.
봄이 왔어도 아무도 알을 품지 않으니 주인께서 결정하신 일 아닌가..."
"아니 형님이야 몸이 차서 손이 끊겼지만 저는 그게 아니라고요."
마당의 안주인 잠실댁의 벼슬도 핏기가 엷어지고 있었다.
'죽일 년...'

오늘 파종한 감자밭

아까부터 돌담 밑에서 틈을 엿보던 지네가 슬슬 기어나왔다.
장진사가 신경질적으로 지네를 찍어 눌렀다.
장진사의 발을 휘감은 지네는 독니를 박아넣고 더욱 몸을 조였다.
장진사는 눈을 감고 서서히 독을 즐겼다.

지네의 독은 뒤뜰 담장 옆에서 해마다 붉게 오르는 양귀비꽃의 진보다 좋았다.
만사가 귀찮을 땐 돌담 근처에서 지네를 기다리다 한번 물려주면 되었다.
독 때문인지 눈물 때문인지 시야가 흐려졌다.
지난해, 옆집 변사또에게 물려 죽은 목포댁의 고운 눈이 떠올랐다.
장진사가 머리 위로 날아올라 있는 힘 다해 개의 눈알을 쪼고 발톱으로 후벼 팠지만
변사또는 목포댁을 놓지 않았다.
벼슬이 희게 변하고 날갯죽지가 늘어질 때 장진사는 그녀의 눈동자를 마지막으로 보았다.
그 눈길...그 눈동자가 비수가 되어 가슴을 찔러왔다.
'목포댁은 투기하지 않았어...내가 새 장가를 들든 바람을 피우든...'

새로운 농기구 저팔계군과 15년 만에 수명을 다한 망치의 뒤를 이은 장도리군

고무兄은 요 며칠 동안 닭들이 모종의 흉계를 꾸미고 있다고 생각했다.
막내 월선댁이 알을 품고 있는 곳에 장진사 무리의 방문이 잦았기 때문이었다.
장진사야 태어날 아기들이 궁금하여 올 수도 있지만
잠실댁과 당산댁이 둥지 가까이에서 안쪽의 동태를 엿보는 게 영 미심쩍었다.
'자기 새끼가 태어나는 것도 아닌데...음...'

고무兄은 태어날 새끼들을 위해 안전한 장소를 마련해야겠다고 촌장에게 건의했다.
촌장도 가끔 먹이를 먹으러 나오는 월선댁에게 앙칼진 모습을 보이는
두 형님을 맘에 담아두고 있었다.
"아기들이 나오면 변고가 생길지도 모르겠습니다."
"여태 그런 일이 없었는데...이번엔 웬일일꼬...당산댁 때문일까?"

원래 내 방 안에 있던 것인데 밖으로 물렸다가 오늘 조립

둥지 가까이에 닭들이 올 때마다 고무兄은 일부러 밖에 나가 그들을 한참 주시했다.
장진사는 노련하게 딴청을 부리며 음모를 내색하지 않았지만
두 암탉은 고무兄의 눈초리를 어색하게 피하곤 했었다.
'분명히 뭔가 있어...이번에 아기들이 나오면 퇴물들은 전부 백숙집으로 보내야겠다!'

내일 비가 오신다는 이장의 방송을 듣고 고무兄은 감자 파종을 서둘렀다.
해가 거의 기울어서야 파종이 끝났다.
장진사가 지붕에 올라가 견공들 밥줄 시간을 알렸다.
고무兄은 앞마당 개까지 밥을 챙겨주고 오늘 조립한 야외탁자에 앉아 담배를 피워물었다.

암탉들이 지붕에 올라간 서방이 내려오기를 기다리며 담장 옆을 서성댔다.
'오늘은 기다리는 자리가 다르네...저긴 좀 위험하지...'
삼일이가 슬슬 당산댁 가까이에 다가가고 있고 통통이가 바로 뒤를 따랐다.
위험을 감지한 고무兄이 급하게 통통이를 불렀다.
"통통아!"
통통이가 슬쩍 쳐다보고 다시 고개를 돌렸다.
"통통앗!"
통통이와 삼일이가 동시에 고무兄을 보았다.
통통이의 눈동자에 '必殺'이란 두 글자가 번뜩였다.
삼일이의 눈동자도 엄마의 것과 같았다.
난생처음 살생을 하려 하는 초짜 육식동물의 두려움과 설렘 같은 게 스쳐 갔다.
"이리와! 그러면 안 돼!"

커피를 즐길 수 있는 멋진 야외탁자가 되었다.

평소에 어린 삼일이를 우습게 보던 두 마나님은
가까이 다가오는 삼일이를 흘낏 쳐다보고 다시 지붕 위의 서방님께 고개를 돌렸다.
통통이의 개 줄이 삼일이가 다가간 거리보다 여유가 있다는 걸 닭들은 몰랐다.
통통이가 살짝 땅에 붙는가 싶더니 삼일이를 뛰어넘어 당산댁을 뒤에서 덮쳤다.
앞발로 당산댁을 끌어안고 바로 목에 송곳니를 꽂았다.
"여보! 나 좀 살려줘욧!"

잠실댁은 혼비백산하여 멀찌감치 달아났고
삼일이는 푸드덕대는 당산댁과 엄마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몰라
난투의 현장을 빙빙 돌며 짖어대기만 했다.
당산댁은 필사적으로 발톱을 세워 버둥거렸지만, 뒷목을 문 통통이에겐 닿지 않았다.

이 응큼한 눈들을 보라...모녀가 똑 같다. 두 번째 뒤돌아 봤을 때 찍은 사진

"여봇! 보고만 있으면 어떡해요. 내려와서 구해줘야지." 
새파랗게 질린 잠실댁이 장진사에게 다급하게 소리쳤지만
장진사는 먼 곳만 보고 있었다.
'투기하는 것은 구하지 않겠다...'
장진사가 좋아라 하던 당산댁의 속 깃털이 마구 휘날렸다.

당산댁의 겨드랑이털~*

고무兄이 빗자루를 들고 달려와 통통이를 내려쳤다.
등을 맞으면서도 닭을 놓지 않자 고무兄은 빗자루로 통통이의 겨드랑이를 간질였다.
통통이가 낄낄대며 입을 벌리자 당산댁은 몇 번을 땅에 구르며 줄행랑을 놨다.
통통이가 입안에 가득한 당산댁의 목털을 뱉어냈다.
지붕 위의 장진사가 아쉬운 얼굴로 혀를 찼다.

삼일이는 잘 나가다 판이 깨진 게 믿어지지 않았다.
"엄마! 어떻게 된 거야?"
"....별 수 없었다. 아가야...고무兄 화나면 진짜 무섭다."
"뭐가 무서워? 얼마나 잘 해주는데..."
"지난번에 내 자리에 있던 풍산개도 고무兄한테 물려서 다시 돌아오지 않았단다..."
"헉!"
삼일이는 항상 미소를 흘리며 밥을 챙겨주는 고무兄이 갑자기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사람이 개를 문다고?...으...'

통통이는 만찬의 기회가 날아간 게 너무 분했다.
'생고기 좀 먹겠다는데 왜 방해냐고...사람이면 다야?'
장난치자고 달려드는 삼일이를 화난 김에 꽉 물어버렸다.
"깨갱!"
순이에게 물을 떠다 주던 고무兄이 날카로운 눈초리를 날렸다.
'살기...분명 殺氣야...조심하자...'
재빨리 꼬리를 치며 장난이었다고 몸짓을 하니 그제야 고무兄의 눈매가 풀렸다.
'두고 보자...당산댁...'

당산댁이 마당에서 사라지기를 원하는 동물이 하나 더 늘었다.
별이 뜨자 삼일이가 코를 골기 시작했다.

오늘의 도움 영상

 

오늘의 뮤비...

Abba - "The Winner Takes It All "
세계를 밝게 만든 사람들.
북구에 가보지 않은 저는 이런 노래가 나오는 나라의 분위기를 보고 싶어요.
승자독식!!!

반응형

'Life > Writing'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20424  (2) 2012.04.25
초설은 무슨...멸치지!  (11) 2011.04.07
바람  (2) 2011.0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