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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Fishing

낚시꾼아빠...바다로 가다 4

by Gomuband 2010. 11.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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벵에돔을 보다

점점 심해지는 바람 때문에 태안에선 낚시를 계속할 수 없었습니다.
기상정보를 보니 서해안 전체가 바람을 맞고 있더군요.
이제 다른 선택은 없습니다.
바람이 안 부는 곳으로 가는 것 밖에...
국토를 사선으로 가로질러 거제도로 달려갑니다.

오후에 장승포에 도착.
밑밥크릴을 한 봉지 사가지고 능포 방파제로 들어갔습니다.
이번 바다낚시 여행엔 스마트폰이 제 구실을 충실히 합니다.
인터넷에 있는 조황 정보와 낚시터 정보들을 손쉽게 찾아내어
그날그날의 낚시터 선정에 큰 도움을 줍니다.

오후의 능포 방파제엔 저와 낚시꾼 노부부, 철수 준비 중인 몇몇 분들밖에 없었습니다.
지나시던 꾼께서 느태 방파제로 들어가지 왜 이리로 왔느냐고 한 말씀 해주십니다.
사실 저도 그리로 가고 싶었지만 느태 방파제 가는 길을 잘 모릅니다.
진입로 공사가 끝나 얼마 전부터 진입이 가능하다고 소식은 알고 있었지만요.
이 방파제에서 릴 찌낚시를 하시는 분들은 거의 막대찌를 쓰시는군요.
원하는 포인트에 쉭쉭 잘도 던지십니다.
어떤 고기가 있나 알아보고픈 저의 탐색채비에 작고 까만 고기가 올라옵니다.
애기 벵에돔입니다.
대를 바꿔 민장대 발포찌 채비로 몇 마리 건져냅니다.
방파제 석축 밑에는 낚시꾼이 버리는 고기와 크릴을 먹고사는 고양이도 있더군요.
해가 지면서 바람이 심해졌습니다.
어젯밤 서해에 불어오던 바람이 거제까지 온 것입니다.

퇴근 시간이 지나자 동네 낚시꾼들이 몰려옵니다.
외항과 내항에 전지찌 불빛이 가득해졌습니다.
외항 쪽에 채비를 던지던 꾼이 감성돔 한 마리를 걸어냅니다.
거제도는 사방이 낚시터라 꾼끼리 조황정보를 교환하는 통화 소리가 곳곳에서 들립니다.
저는 전지찌가 없어서 변형 원투채비의 보조찌에 캐미라이트를 달아서 던져봅니다.
바람이 거세서 몇 미터 날아가지 못하고 발 앞으로 떨어집니다.
바람이 몸을 밀 만큼 강해지자 바로 짐을 챙겨 철수합니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바람 때문에 라면 물을 끓이는데도 엄청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외투를 껴입고 슬리핑백으로 들어가 잠을 청합니다. 
오늘은 조과가 신통치 않았지만 벵에돔 얼굴은 봤습니다.



아침이 되어 능포를 빠져나옵니다.
능포엔 낚시점도 많더군요.
낚시점마다 'A급 크릴 천 원'이라고 쓰인 플래카드가 걸려있습니다.
크릴이 천 원이라고?
밑밥크릴...보통 삼천 원인데...
도대체 무슨 이야기일까?

장승포 탑마트에 차를 세우고 장을 봅니다.
밑반찬과 양말, 속옷...물도 뜨고...
차에 앉아 오늘은 어디로 갈지 한참 검색을 해봅니다.
가까운 옥포에 파랑포 방파제가 있군요.
목적지를 정하고 천천히 옥포로 이동합니다.
사진의 왼쪽 방파제가 파랑포 방파제, 오른쪽이 느태방파제입니다.



옥포는 이순신 장군께서 큰 승리를 거두신 곳이라
기념관이 양지 바른 곳에 멋지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입장할 때 주차비를 천 원 내야하고
오후 다섯 시가 넘으면 차를 바깥으로 내다 놓아야 합니다.



주차장 옆의 깨끗한 화장실에서 세수도 하고 양말도 빨고...
쌀을 씻어 천천히 밥을 하는데 낚시꾼들이 하나 둘 주차장으로 들어서네요.
어젯밤에 물 끓이는데 하도 고생을 해서
마트에서 빈 상자를 가져다 바람막이로 썼습니다.



태안에서 만든 우럭 미역국을 데우고 김치를 썰어 마늘장아찌와 한 찬합에 넣었습니다.
김치에 마늘장아찌에 있던 식초국물이 섞여버렸네요. -,,-
바람이 조금씩 약해집니다.
따뜻한 햇볕 아래서 아침 식사를 합니다.



주차장 아래로 난 길을 따라 조금 걸어가면 바로 방파제입니다.
외항 쪽으로 낚시꾼들이 열심히 채비를 던지고 있습니다.
저는 방파제 외항 쪽 중간쯤 테트라포드 배열이 새로 시작되는 곳에 자리하고
릴 찌낚시를 시작합니다.
한 번도 배우지 않은 낚시를 하려니 답답하기 이루 말 할 수 없지만
읽고 기억한 대로 수심을 맞춰 열심히 채비를 날립니다.
여기도 밑밥을 치면 고기떼가 까맣게 모여드는군요.
고등어 모여라...고등어 모여라...주문을 외워도 고등어는 붙지 않습니다.

센 바람이 한 번 불자 등 뒤에서 뭐가 떨어지는 소리가 납니다.
앗! 뜰채가 없어졌습니다.
바람에 날려 테트라포드 구멍 속으로 떨어진 것입니다.
한 번도 고기를 담은 적이 없는 새 뜰채...-,,-
예비 릴대에 큰 바늘을 달아 뜰채 낚시를 시작합니다.
파도가 뜰채를 이리저리 밀어버려서 쉽게 걸리질 않습니다.
드디어 뜰채 멜빵에 바늘을 걸었습니다.
천천히 감아 올려 뜰채 손잡이를 잡았습니다.
구해냈습니다. 휴~
바다낚시는 위험요소가 참 많습니다.
센 바람과 찬 바닷물, 발판이 불안한 테트라포드...
구명장비를 제대로 갖추고 안전수칙을 철저히 지켜야
오래오래 낚시를 즐길 수 있겠지요.

다섯 시가 되자 차를 빼라는 안내방송이 나옵니다.
밤낚시를 하기엔 체력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철수를 결정합니다.
오늘은 어제보다 큰 벵에돔을 몇 마리 잡았군요.
이번 여행에선 직접 잡은 수산물을 먹고 살기로 했기에
몇 마리 챙겨 주차장으로 오릅니다.



장승포를 지나는데 BBQ치킨이 보이네요.
꾹 참고 지나가다 차를 돌려 한 마리 주문했습니다.
생선을 손질하여 음식으로 만들 적당한 곳도 못 찾았으니
수산물은 내일 먹고 치킨으로 단백질을 보충하기로 합니다.

길에서 잠을 자려면 바람막이가 잘되어있는 곳을 골라야 아침까지 편안합니다.
내일 목적지가 지세포 방파제라서 근처까지 가봤지만 방파제를 찾지 못했습니다.
근처의 와현해수욕장 주차장에서 밤을 보내기로 합니다.
와현은 작년에 제 차가 고장을 일으킨 곳이기에 잘 기억하고 있는 곳이지요.
몇 년 전 태풍을 맞았던 와현해수욕장은 깔끔히 복구되었고
샤워시설과 화장실이 잘되어있어서 캠핑하는데 불편이 없습니다.



오늘 잡은 수산물을 손질하여 미역국을 끓이고
두레박을 이용해 발도 깨끗이 씻습니다.
차 안에는 온통 비린내뿐이라 가만히 있어도 머리가 근질근질합니다.
벵에돔 미역국이라...생전 처음 만들어보는 음식입니다.
따뜻한 국물과 치킨을 안주 삼아 소주 한 병을 비우고 잠자리에 듭니다.



벵에돔 미역국을 데워 밥을 말아 먹고 다시 지세포 방파제로 향합니다.
지세포 방파제는 마을 오른쪽 끝에 있었습니다.
차를 세운 곳 앞에는 바다 좌대낚시터가 있었습니다.
오늘도 바람과 기온이 만만치 않군요.
차를 세우고 채비를 만드는데 손이 곱아 연결이 잘되지 않습니다.
차 안으로 들어가 줄을 끼우려고 릴 대를 세우는 순간
천장에 부딪힌 1번 대가 똑 부러졌습니다.
애고애고...
2호대 1번도 이리 쉽게 부러지다니...
웹에서 봐둔 대로 맨 끝 가이드를 라이터로 지져 빼내고
부러진 곳을 가늘게 다듬어 순간접착제를 칠하고  가이드를 꽂았습니다.
접착제를 가져가지 않았다면 하루종일 굵은 3호대를 휘두를뻔했군요.

채비를 완성하고 짐을 챙기는데 아까 들어갔던 낚시꾼들이 철수를 합니다.
바람이 심해서 낚시를 할 수가 없다는 말씀.
거제 전역에 바람이 불 텐데 다른 곳으로 갈 수도 없고 아는 곳도 없고
그냥 짐을 메고 산길을 따라 걷습니다.



내항 쪽에 몇 분, 외항 쪽에 몇 분이 낚시를 하고 계십니다.
내항 쪽에선 작은 고기들이 계속 올라옵니다.
저는 방파제 꺾이는 자리 외항 쪽에 자리하고 채비를 날립니다.
어제 연습을 많이 해서 그런지 채비가 원하는 곳에 잘 날아갑니다.
오른쪽에 낚시하시는 부부가 감성돔을 한 마리 걸어내십니다.
바람도 슬슬 자기 시작합니다.
열심히 밑밥을 치면서 채비를 던지는데도 아직 파도가 거칠어 별 입질이 없습니다.
그러다 찌가 쑤욱 빨려 들어갑니다.
또 벵에돔입니다.
눈에 선글라스를 쓴 것 같습니다.



덕원마을에 사는 정제가 빨리 오라고 성화가 대단합니다.
해 질 녘까지 낚시하려던 계획을 접고 동부로 들어갑니다.
오늘 저녁은 서울에서 오신 분들과 함께 식사하기로 약속을 했답니다.
거제면으로 나가 오랜만에 식당밥을 먹었습니다.
돼지갈비와 소주...이게 얼마 만입니까?
정제네 따뜻한 방에서 코를 골며 깊은 잠에 빠집니다.



목포로 갈 일이 생겼습니다.
몇 년 전부터 계속해오던 청소년문학축제가 주말에 있습니다.
거제에서 목포는 목포에서 서울 가는 거리와 같습니다.
아쉽지만 내일 호래기 낚시를 마치고 밤에 길을 떠나기로 합니다.
내일 낮엔 여차 해변에 가보기로 했습니다.
그동안 너저분하게 늘어 놓았던 차 안의 짐들을 정리했습니다.



목포로 갔다가 다시 거제로 돌아올 일이 생겼습니다. 
다음 주에 동해안 낚시투어를 하자는 기별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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