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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사진일기

서해로 동해로

by Gomuband 2010. 8.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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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남행은 신안 도초 - 함평 - 울산을 잇는 여정입니다.
700킬로미터를 오가면 주말쯤 모두 끝낼 수 있었는데
살짝 울산 쪽에서 일이 들어왔습니다.
말이 살짝이지...
함평에서 울산 가는 길은 서울보다 멉니다.

첫 배를 타야 하기에 잠을 생략하고 멧돼지처럼 남행했습니다.



지난해, 여객터미널 앞을 두 줄로 늘어선 차들의 행렬을 보고 놀랐던 터라
감기는 눈꺼풀을 물파스로 문지르고 열심히 달렸으나
도착해 보니 제 앞에 열여섯 대의 차량이 줄을 서 있었습니다.
도초 가는 배가 크기에 제 차례는 올 것 같더군요.
부두에 차를 대고 안도의 숨을 쉬며...찰칵찰칵!



출항시간이 가까워 옵니다.
갈매기들도 활동을 개시했습니다.
목포 - 도초 대흥페리...



행사는 도초의 작은 도서관에서 어제부터 시작되었고
오늘은 연극 만들기 놀이를 마치고 도서관 회원 아이들과 숙소에 함께 와서 노는 날입니다.
추억 속으로 사라진 비금도의 대광초교를 '이세돌 바둑기념관'으로 멋지게 꾸며놓아서
세월 가는 것 잊고 바둑만 두며 지낼 수 있습니다.
저는 바둑책 첫 머리만 몇 번 읽은 18급입니다.



운동장에 잔디구장이 만들어져 선수들이 합숙하러 온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학교 정면부터 바둑 테마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연잎도 바둑알을 연상케 하는군요.
몇 년 전, 저는 폐교가 된 대광초교에 창작인큐베이터를 만들 생각을 했었습니다.
제 뜻대로 되지 않았지만...
이세돌님을 기리는 멋진 기념관이 생겨서 잘 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학교 뒤편엔 '망각의 길'이란 산책로가 있습니다.
산책로의 멋진 이름에 힌트를 얻어 영화 한 편을 구상해가지고 왔습니다.
내년에 크랭크인 하기로!



산책로엔 사람이 별로 오가지 않아 식물들이 편히 자랍니다.



저 나무들이 자라면 산책로가 한결 멋져지겠지요.



바닷가로 나가는 길목에 우리의 발길을 막는 황소가 매어져 있었습니다.
좀 무서웠지만 눈 마주치지 않고 지나갔습니다.
제가 지나치려는데 꼬리로 제(소) 엉덩이를 탁하고 치더군요.
파리를 잡으려던 건지...겁 주는 건지...



명사십리 바닷가엔 모래 유실을 막는 대나무 목책이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안면도의 꽃지해수욕장과 비슷하게 고운 모래라 차가 지나다녀도 빠지지 않습니다.



바닷가에서 달력사진 찍기 놀이를 했습니다.
분위기가 좋으면 모델로 변신하는 여자 사람이 수고하셨습니다.



더위에 지친 아이들이 슬슬 물로 들어가려 합니다.
멀리 풍차가 보이네요.
꽃지 해변이나 만리포도 넓지만
명사십리 해변은 입이 딱 벌어지게 넓습니다.
나중에 한 번 비교해봐야겠습니다.



사진은 좋은 추억을 남겨줍니다.
훗날...
우린 이 사진 속에서 그날의 냄새를 맡을 것입니다.



이번 도초-비금 방문에서 신세 진 분들이 많습니다.
가까운 시일에 위문공연을 한번 해드려야겠습니다.



목포에서 시동이 불안한 스타트 모터를 바꿔달고 함평으로 왔습니다.
한 번 남행에 한 가지씩 고장 나는 징크스가 이번에도 적용된 것이지요.
이제 거의 새 차로 바뀌었습니다.
산하의 고향 친구인 젊은 엔지니어에게 신세를 졌습니다.



함평읍내에 '청진동 해장국집'이 생겼습니다.
이름만 그렇고 맛은 완전히 다릅니다.
But! 순대는 맛집니다.



산하네서 이틀을 신세 졌습니다.
지방에 다니면 신세 지는 일의 연속입니다.
어떻게 다 갚아야할 지...ㅜㅜ



새벽에 일찍 일어나 목적지를 울산대공원으로 찍고 출발했습니다.
일찍 자서 그런지 컨디션이 좋습니다.
전엔 지도를 출력하여 길을 찾았었는데
요샌 새 길이 많이 생겨 내비게이션이 필수입니다.
어떤 때는 현지인보다 길을 더 잘 찾습니다.



광주를 거쳐 순천 - 마산 - 부산을 지나는 코스입니다.
돼지 키우는 집에서 나왔는데 또 돼지를 만났습니다.
좁은 트럭의 돼지들이 안쓰러워 보입니다.



광주에서 88고속도로를 달려가는 길은 좀 지겨웠는데
이번 코스는 제법 운치가 있습니다.
통영 갈 때 가본 길이긴 하지만 새로운 맛이 있더군요.



좀 위험하지만 교묘하게 사진을 계속 찍으며 달려갑니다.



연옥의 터널을 지나...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를 지나...



진영휴게소에 도착했습니다.
열심히 달려와서 시간이 넉넉하더군요.
원래 약속은 두 시인데...
네 시까지 오라는 전화가 왔습니다.



고민이 생기네요...남는 시간에 뭐하지?



부산에 있는 지인을 만나보기로 했습니다.
두 분은 근무중 이실테고
음...일단 문자를 날렸습니다.



연락이 되었습니다.
만나서 식사하고 함께 울산대공원으로 가기로 합니다.
동래를 지나 약속 장소로 갑니다.
동래로터리까지 2킬로를 지나는데 차가 가득하게 밀려있었습니다.
지하철 공사를 한다네요.



달맞이 고개를 넘어 대변항 근처에서 식사를 했습니다.
점심으로 좀 거한 백반을 먹었습니다.
또 신세를 졌습니다.

에너지를 아끼자는 행사에서 기타를 쳤습니다.
작열하는 태양 아래서 세팅을 하고 완전히 익어버렸습니다.
두 손님을 부산에 모셔다 드리고 눈 비비며 출발했습니다.



칠곡휴게소에서 단잠을 자고 일어나니 일곱 시가 넘었습니다.
슬슬 출발했는데...
밤부터 내린 비가 멎어주질 않습니다.



구름이 산으로 오르는 걸 보니 곧 개이겠군요.



스누피?



고속도로가 많이 생겨서 이젠 대전을 거치지 않고 서울로 올라갑니다.



고속버스를 타고 다니던 길을 운전하며 올라가니 안 보이던 게 많이 보입니다.



드디어 서울에 닿았습니다.
다리가 무너지면 가랑이가 찢어지는 길로 달려갑니다.
'차선변경금지!'



여행의 가장 큰 위험은 졸음운전입니다.
창문을 열고
노래를 부르고
별짓을 다해도 졸음을 쫓을 수는 없습니다.
그저 쉬는 방법밖에...
미리 계획을 잘 세워 넉넉한 시간을 가지고 다니는 버릇도
고속도로에서 졸지 않기 위함입니다.

여행을 무사히 마치게 해주신 하느님과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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