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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사진일기

화내지마...

by Gomuband 2010. 6.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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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봄, 내가 바라던 세상과 2010년 초여름의 내가 처한 세상은 뭐가 다를까?
그다지 큰 변화가 없는 내 생활...
어떤 부분이 변했고 어떤 사람들이 내 곁에 다가오고 또 멀어졌지?

내가 원하지 않는 사람들이 '한국호'를 이끌기 시작할 때, 난 한 가지를 소원했었어.
부디 우리나라를 과거로 되돌리지만 말아줘...



다른 소리를 찾으려 고만고만한 가격대의 기타만 사들이던 내가
중고 DSLR 카메라를 장만한 것도 그때였어.
뭔가 크게 주변이 바뀔 것이라는 느낌에 다른 장난감을 찾았던 거지.
여태까지 함께 하던 사람들과 벌이던 문화운동도 접고
음악 만드는 작업도 접고
이십대 이후론 거의 손대지 않던 책을 보기 시작한 것도 그때부터야.



음악 하는 사람이 정치색 진한 발언을 하니 사람들이 아주 싫어하더군.
난 최소한의 소비만 하며 이 시대를 버티기로 했지.
책은 참 좋은 친구가 되어주더군.
음악 틀고 책을 읽기도 버거웠던 내가 하룻밤 만에 두꺼운 책들을 읽어내다니...
사람의 집중력은 무서운 거야.



난 영화 만드는 게 꿈이라 극본 쓰는 공부를 한 적이 있어.
도중에 웃기지도 않은 사건이 생겨 포기하긴 했지만
글쓰기는 가슴 깊은 곳에 숨어 날 가끔 꼬시곤 해.
'어서 만년필에 잉크를 채우렴, 넌 할 수 있어!'



그래서 난 습작을 시작했지.
'내가 읽은 책 스타일을 흉내 내 내 생각과 합치기 놀이'
아직 열 편도 못썼고 연재하던 글도 중단한 상태지만
다시 종이 위를 달리는 펜촉 소리를 듣는다는 건 정말 행복한 일이었어.
아! 물론 계속 쓸 거야.



아침식사를 할 땐 마음공부 하는 책을 보곤 해.
주변에 마음공부 하는 분이 많아서 가끔 책을 한 권씩 얻어오는데
빠져들며 보기는 싫어서 아침 시간에만 잠깐씩 봐.
좋은 말씀이 많지.
세상을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



지하철이나 차 안에서도 전자책을 보곤 하는데 종이책만큼 잘 읽히지가 않아.
정말 나무가 전해주는 느낌이 존재하는지
독서를 위한 기계를 손에 넣으면 같은 책을
전자책 리더로도 보고 종이책으로도 볼 생각이야.



그동안 주변 사람들의 인생상담을 들어주면서 한결같이 권하는 말이 있어.
'당신이 좋아하는 삶을 사세요.'
당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지 않기 때문에 불행하다고 느끼는 건 아닐까요?
난 소박하게 살지만 행복해요.
내가 원하는 삶을 살잖아요...'



어젯밤엔 아는 동생이 보내준 전 마피아 간부가 쓴 책을 읽었어.
마키아벨리와 솔로몬을 비교하는 대목이 나오지.
누가 옳다곤 생각되지 않아.
요새 국민을 속썩이는 어떤 분은 마키아벨리 책을 열심히 본 것 같아.



이 년 전과 지금 내가 확실히 달라진 게 있다면?
단 하나 일걸.
화내지 않기.
근데 참 이상하지?
화를 내지 않기로 나와 약속한 다음부터 가끔 내게 화를 내는 사람을 만나.
영문도 모르고 쏟아지는 화살을 맞곤 해.
내가 화약을 지고 불로 뛰어드는 성격을 버렸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겠지.



내가 세상사는 법을 정한 것 중에
'모든 일을 3초만 생각하기'는 아직도 잘되지 않아.
심사숙고하는 게 정상적인 방법이겠지만
모든 일을 이치에 맞게 처리하는 사람은 길게 생각할 필요 없어.
될 일은 될 것이고 안 될 일은 안 될 것이 빤히 보이거든.



봄부턴 그동안 신세 진 분들께 빚을 갚는 마음으로 지냈어.
작년에 모아둔 저축이 조금이 있어서 가끔 밥도 사고...
그동안 술자리에서 내가 술값을 치른 건 정말 몇 번 되지 않았거든.
아직 빚을 개운하게 갚지는 못했지만 벌써 저축이 바닥났네.
또 모아서 천천히 갚아야지 뭐.



조건 없이 남에게 잘해준다는 건 정말 힘든 일이야.
내게 아낌없는 정을 베풀어주신 분들을 생각하면 정말 놀라워.
근데 이상하게도 경제으로 넉넉지 앟은 분들이 마음을 더 쓰곤 하지.
부자가 된 다음에 베풀겠다는 건 나만의 생각인가?



이제 내 본연의 일로 돌아오니 새로운 재미가 쏠쏠해.
불쾌한 글이 가득한 웹을 들여다 볼 일도 없고
TV는 없애버린 지 오래라 연속극 볼 일도 없고...
아직 못 읽은 책이 머리맡에 가득한 게 정말 행복하지.



기름 값이 너무 올라 여행을 자주 가지 못하는 게 좀 마음에 걸리지만
한 번 내려가면 오래오래 있다 오려고 마음먹고 있어.
그러려면 일도 빡세게 해놓고 내려가서 편히 쉬어야겠지?
장마가 오면 슬슬 보따리를 싸야지.
북상하는 장마전선과 반대편으로 가면 되거든...



다른 이의 말을 듣는 건 정말 즐거운 일이야.
하지만 여럿이 모인 자리에서 혼자만 말하는 건 좀 보기 싫더군.
네 명이 두 시간을 함께하는 자리라면 삼십 분씩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해.
당신 혼자 두 시간 동안 이야기하는 걸 들을 수는 있지만
아마 다음에 당신은 혼자 떠들어야 할지도 몰라.



요새 습기 없는 날이 계속되니 마음이 뽀얗게 부풀더군.
어젠 기쁜 맘이 가득해서 잠시 드라이브를 다녀왔지.
배 모양 카페의 갑판에 서서 산들바람을 맞고 있자니
가슴이 뻥 뚫린 것 같았어.
아무것도 바랄 게 없더군.



음악은 참 좋은 거야.
나도 음악을 만들지만 다른 이의 음악을 들으며 갖는 위안도 굉장해.
요샌 영화음악과 클래식음악만 들어.
아! 아이폰엔 옛 팝송도 가득 넣어두었지.
한동안 LP에서 받아놓은 MP3가 꽤 있거든.



내 LP를 다른 이에게 다 주었는데 또 다른 이가 LP를 한 보따리 선물했어.
아직 들어보지도 못한 LP가 본부에 가득해.
귀가 디지털 음악의 고음에 길들어서
LP를 들으면 고음이 모자란 느낌이 자꾸 들어.
이러다 귀가 이상하게 변할지도 모르겠어.



난 모든 예술가들이 고향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해.
고향의 아름다움을 노래하고 작품으로 옮기는 작업을 하면서도
사는 데 걱정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해.
매일 저녁에 고향의 극장에서 공연하고 고향 분들은 공연을 즐기고
관공서의 버스는 관내를 빙빙 돌며 관객을 모시러 다니면 되잖아?
왜 서울에만 몰려서 이 난리법석을 피우는지 알 수가 없어.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고
독거노인이 늘어나고
외톨이 가구가 자꾸 늘어나면 우린 뭘 해야 할까?
모여서 밥 먹는 장소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
동사무소 같은 공공장소에 모여서 같이 밥을 먹자고.
매달 식사를 신청하여 함께 밥을 먹자고.
공산당 같은 생각이라고?
조금만 더 생각해봐.
혼자나 둘이 해먹는 것보다 훨씬 돈이 덜 든다는 거 모두 잘 알고 있잖아.
국가경쟁력을 위해서라도 회사 구내식당 같이 싼 가격에 모든 국민을 밥 먹여야해.
식사와 육아의 어려움에서만 벗어나도 사람들은 훨씬 마음이 편하게 돼.
그래야 당신들이 시키는 엄청난 일을 하고도 집에서 쉴 수 있잖아.



난 이제 화내지 않아.
내게 화내도 빙~돌아 네게로 다시 갈 뿐이야.
너도 화내지 않는 법을 배우는 게 좋을 것 같다.
항상 고운 일만 가득하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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