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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Writing

오징어와 춤을...2

by Gomuband 2009. 11. 25.
오징어와 춤을...1 보기

고무兄이 코딱지 부비트랩과 경보장치를 다시 손보는 동안 나는 살타는 냄새를 맡고 모여든 동네 똥개들에게 청소기로 빨아낸 연구원의 잔해를 던져주어 멀리 쫓고 말끔하게 물청소를 마쳤다. 고무兄은 연구원이 들고 온 왕우속 박사의 가방을 열어 보기 전에 본부 전체에 도청교란장치를 가동시키고 본부의 외곽을 감시하는 모든 CCTV에 나타나는 정체불명의 생물체에게는 시위진압용 똥물탄이 자동으로 발사되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놓고 지하 삼십삼 층의 고문실로 나를 데려갔다.

Synchronized HA!
Synchronized HA! by The Pack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무시무시하게 방비를 하시고도 여기까지 내려와야 하나요?"
고무형은 대답 대신 내 입에다 고문실에 있던 걸레를 쳐 막고 고문용 침대 밑에 쌓인 이면지 뭉치와 모나밍볼펜 두 자루를 책상으로 가져와 뭐라고 쓴 다음 내게 내밀었다.
  '지금부터 절대 말하지 마라. 필담으로 대화한다.'
  '아니 여기가 지하 삼십삼 층인데 말소리가 새다뇨?'
  '너는 그들의 무서움을 모르는구나. 그들에겐 밤에 아무리 먼 곳에서 나는 소리도 듣는 능력이 있다. 속담도 모르느냐?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G!'
  '그렇다. 특히 ㅈ 자음과 ㅟ 모음이 결합된 단어는 법으로 사용이 금지된 지 오래다. 자동으로 모든 '지'자를 '쥐'자로 바꿔주는 게시판을 운영했던 딴쥐일보도 보복성 세무조사에 시달리다 이름을 꿀단지일보로 바꾸고 지하로 숨어들었지 않느냐?'
  '그랬지요...밤에만 보이는 잉크로 인쇄 후 두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삭아 없어지는 휘발성 비닐에 신문을 인쇄한다고 들었습니다.'
  '그렇다...지하로 잠적한 후 신문 인쇄할 종이를 살 수도 없었고 꿀단지일보가 다루는 사안이 워낙 그들에게 치명적이었기 때문이다...그뿐만이 아니다. 며칠 전에는 몰래 잉크를 공급하던 알카포문구의 뎡사장이 쬬쮸바통에 잉크를 담아 께끼장사로 위장하고 검문소를 통과하려다 걸려서 누구에게 가져가던 길인지 자백할 때까지 잉크를 빨아 먹이고 있다는구나.'
  '그 잉크를 먹으면 몸이 녹아버릴 텐데요.'
  '그렇지. 검문소에서 걸리던 날도 검문하던 절망근로병이 께끼통을 열어보다 새로 나온 삐삐코인줄 알고 몇 개를 슬쩍한 거야. 슬쩍하는 걸 눈치챈 뎡사장은 하늘이 노랬겠지. 그래도 일단 검문소에선 무사통과가 되어서 엣다 모르겠다 하고 냅다 밟았지.'
  '잘 되었네요.'
  '잘 된 게 아니야. 뎡사장을 통과시킨 절망근로병들은 슬쩍한 삐삐코를 검문소 뒤에 숨어서 나눠 먹었지. 그러곤 바로 혓바닥이 녹아버린 거야.'
  '......'
  '새까만 삐삐코를 질질 흘리며 뛰어 들어와 혀도 없는 입으로 어버버버하면서 뎡사장이 가버린 쪽을 연신 가리키는 절망근로병을 본 친위대 장교는 금방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눈치채고 뎡사장이 타고 가던 차를 바로 수배해버렸지.'
  '아...전자번호판이 검문소 통과할 때 자동으로 기록되었겠군요.'
  '그렇지. 전자번호판이 나온 뒤로는 모든 차량의 운행이 자동으로 기록되고 차에 탄 사람의 바코드도 자동으로 읽어 실시간으로 친위대로 전송하게 되거든. 뎡사장은 아리량고개도 못 넘고 바로 잡혀버렸어.'
  '며칠 전이면 벌써 오장육부가 녹아버렸겠는데요.'
  '어제 뎡사장 마누라의 간통방지 모니터에 뎡사장의 심장박동이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는 보고가 있었다.'
  '정말 무시무시한 일이군요. 그래도 미쿡이 있어서 G자는 쓸 수 있지 않나요?'
  '쓸 수는 있어도 발음할 때는 꼭 지-이라고 발음해야 한다. 건물마다 달려있는 불온어휘 감청모니터에 걸리면 G도 새도 모르게 없어진다.'

The Dancing Kitty
The Dancing Kitty by fofurasfelinas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왕우속 박사는 전국민 무식화 프로젝트 이후로 고무兄과 결별하신 걸로 아는데 아까 그 연구원은 어떤 일로 왔을까요?'
  '아까 타버린 그눔은 각하께서 왕우속 박사에게 비밀리에 개발을 의뢰한 전국민 인공수정 프로젝트에 내가 심은 프락치야.'
  '각하와 왕우속 박사, 점조직 된 연구원들만 프로젝트에 들어가 있는 거 아닌가요?'
  '이런 답답한 눔! 인공수정 연구를 하려면 많은 정자와 난자가 필요하지 않으냐?'
  '그렇지요...그건 마디마디병원에서 독점공급하지 않나요?'
  '거긴 착한 애들한테서 채취한 것밖에 없어. 전국민을 상대로 인공수정을 하려면 좀 더 다양한 정자와 난자가 있어야 한단다.'
  '그럼 어디서...'
  '지금은 양성화된 전국의 공창에서 걷어오는 거야. 너도 알다시피 우리 나란 예로부터 남자만 인간으로 생각하는 풍조가 있지 않았냐?'
  '그렇지요...그래서 이천팔십 년 이후엔 여자 아기를 출산하는 가정은 거의 없어지고 新 씨받이 문화가 생겨 튼튼한 여자만이 아기를 가질 수 있게 되었지 않습니까? 여자가 모자라니 정부에선 여성 사이보그를 대량 공급했고 이젠 사회 각 부문에서 많은 실제 여성들을 밀어내고 있지요.'
  '그 사이보그가 비밀리에 공창에도 배치됐다.'
  '아니 아무리 잘 만들었대도 어떻게 사이보그와 섹스를 할 수 있나요?'
  '너 지난달에 내가 데려간 술집에서 눈 맞았던 아가씨랑 잤다며?'
  '자기는요...아닙니다...밤새도록 손만 잡고 이야기만 했습니다...아니 누가 그런 말을...'
  '그 아가씨가 접대용 사이보그 일 호다.'

 
The Sara Morrison Chronicles (fake!)
The Sara Morrison Chronicles (fake!) by Roberto Rizzato ►pix jockey◄ Facebook resident 저작자 표시비영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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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2

  • 주먹쥐고 일어서 2009.11.27 02:02

    의리와 용맹의 인디언-수우족의 황혼을
    객관적 시각으로 그리려 애썼던 좋은 영화였죠.

    오징어와 늑대는 사돈인지?? 팔촌인지??

    인디언 하면 가장 저명한 추장 "시애틀"이 있죠.
    미국인들이 땅을 팔라고 했을때의 시애틀 추장 연설문.

    "그대들은 어떻게 저 하늘이나 땅의 온기를 사고 팔 수 있는가?
    우리로서는 이상한 생각이다.
    공기의 신선함과 반짝이는 물을 우리가 소유하고 있지도 않은데 어떻게 그것들을 팔 수 있다는 말인가?
    우리에게는 이 땅의 모든 부분이 거룩하다.
    빛나는 솔잎, 모래 기슭, 어두운 숲속 안개, 맑게 노래하는 온갖 벌레들, 이 모두가 우리의 기억과 경험 속에서는 신성한 것들이다..중략..

    -- 인디언때부터의 지명들 중 일부 --

    코네티컷 : 바닷물이 거슬러 올라오는 강의 옆
    메사추세츠 : 거대한 산의 땅
    오하이오 : 거대한 강
    켄터키 : 내일의 땅
    미시시피 : 물의 아버지
    앨라배마 : 덤불 청소하는 사람
    미시건 : 거대한 호수
    와이오밍 : 산과 계곡이 만나는 곳
    애리조나 : 작은 봄

    그림 좋습니다.(특히 미녀 싸이..)
    답글

    • BlogIcon Gomuband 2009.11.27 19:00 신고

      오징어와 춤을 출 때는...
      10개의 다리 중 어느 다리에 스텝을 맞출 것인지
      어느 다리를 잡고 춤을 출 것인지
      오징어의 허리는 어디인지 잘 생각해보아야 하네.
      맘에 안 드는 다리를 잡으면
      먹물을 확! 쏴댈지도 몰라...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