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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Writing

오징어와 춤을... 3

by Gomuband 2009. 1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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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무兄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그 감촉, 그 냄새, 그 소리...모든 것이 완벽했었다.
태어나 처음 겪는 그녀의 강력한 테크닉에 넋이 홀랑 빠진 나는 그녀에게 먼 나라로 도망쳐 나와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자고 밤새도록 간절하게 애원까지 했었다.
그 와중에 내가 무슨 말을 했을까?
고무兄 욕을 조금 한 것은 기억이 나는데...

~ BLINK some BLUE ~
~ BLINK some BLUE ~ by ViaMoi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고무兄이 주머니에서 작은 모니터가 붙은 미디어재생기를 꺼내 내 귀에 이어폰을 꽂고 파일을 재생하자 남녀가 뒤엉켜 내뿜는 교성이 스테레오로 들려왔다.
  ‘오~쉣! 이런!’
화면이 어두워 어디인지, 누구인지 분간이 되지 않았지만 한 목소리는 분명히 내 목소리였고 한껏 뜨거운 콧소리를 섞어 내는 목소리는 그녀였다. 접대부 사이보그 일 호...
  ‘그랬구나...오빠 잘 나가는 사람이네...그래서 요즘은 무슨 일을 해?’
  ‘으~응 요샌 으...으...아....’
  ‘그 못된 고무兄을 좀 때려주지 그랬어. 이렇게 힘도 세면서....호호~’
  ‘그래~아...아...조금 때려주긴 했어...아....그만....아...아...’

How to make a fool of yourself with a banana skin - Day 228 of Project 365
How to make a fool of yourself with a banana skin - Day 228 of Project 365 by purplemattfish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철썩!
고무兄이 재생을 멈추고 솥뚜껑 같은 손으로 내 목덜미를 내려쳤다.
  ‘아주 잘 놀았더구나. 내부비밀을 술술 털어놓으면서...’
  ‘그...그게....아니라...그냥...’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어진 전광석화 같은 고무兄의 애정어린 보살핌...
손바닥으로 내 이마를 냅다 갈기면서 복부에 정확히 꽂힌 고무兄의 곰발바닥...
난 바닥에 쓰러져 거품을 물고 바둥거렸다.
이쒸~어째 고무兄은 나이를 먹을수록 힘이 세지는 걸까? 오늘 잘못 결렸다...-,,-


"Robot boy" by baboon™ 저작자 표시비영리

고무兄이 리모컨을 누르자 고문실 한쪽 벽이 스르르 열렸다.
난 계속 기절한 척하며 고개를 들지 않았다.
고무兄이 내 머리채를 쥐고 열린 벽 쪽으로 고개를 돌려놨다.
허연 마네킹 같은 물체가 공중에 매달려 있었다.
저 게 뭐야? 사람이야? 인형이야? 그런데...머리...머리가 없네...
왜 저걸 보여주는 거야?
나도 저렇게 만들어 버리겠다고?...겁 주는 건가?
눈을 가늘게 뜨고 자세히 보니 마네킹이 아니라 옷을 벗긴 여성 사이보그였다.
아니! 저 건...저 건...그녀...
설마하며 고무兄을 쳐다보니 고개를 끄덕이더니 또 두들겨 팬다.
이럴 땐 빨리 기절하는 게 상책이야...

XIII
XIII by Felipe Morin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정신이 들어 몸을 일으키려 했는데 어째 몸이 말을 잘 안 듣는다.
고개를 슬쩍 들어 내 몸을 훑어보니 사지가 고문용 침대에 묶여 있었다.
고무兄이 다가와 묶여 있던 벨트를 풀고 내 머리에서 두뇌 개조용 헬멧을 벗겨 냈다.
내가 기절한 사이에 무슨 짓을 한 걸까?
머리는 조금 아프지만 아직 모든 것이 기억나는 걸로 보아 내 기억을 지운 것은 아닐 테고...
아랫도리는 좀 뻐근하지만 몸도 말짱한 게 그대로인 것 같은데...
책상으로 다가가 앉아 볼펜을 들었다.
  ‘죄송합니다. 형님.’
  ‘사이보그같이 분해해버리려다 이번만 봐줬다. 대신, 그런 넋 빠진 짓 못하도록 네 두뇌와 거시기를 조금 손봤으니 고마운 줄 알아라.’
  ‘정말 감사합니다. 다시는 절대로 그런 일 없도록 하겠습니다, 그런데 거시기라뇨?’
  '거시기가 거시기지뭐...가방이나 열어봐라.'
고무兄이 가방을 열 수 있는 암호판을 책상 위에 던졌다.
난 오늘 날짜에 고무兄의 주민등록번호 뒷자리를 더하고 암호판에서 서른세 번째 있는 숫자를 곱한 다음 내 생일로 나눠 암호를 계산해 냈다.
 
Ok, ok, I'll just have to cuddle up to myself. . .
Ok, ok, I'll just have to cuddle up to myself. . . by Creativity+ Timothy K Hamilton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연구원이 가져온 가방의 보안장치에 암호를 입력하자 가방이 스스로 반쯤 입을 열었다.
가방 안에서 노란 불빛 두 개가 번갈아 번쩍였다.
폭탄인가? 오싹한 기운을 느끼며 한발 물러서려는데 기다란 물체가 가방에서 튀어나와 입을 벌리고 내게 달려들었다.
으앗!
뒤로 잽싸게 몸을 날렸으나 제대로 물리고 말았다. 
이런 제기랄!
거시기를 물고 늘어지는 놈을 뜯어내려 이리저리 뒹구는 데 고무兄이 전파충격기를 들고 다가왔다.
아이고~그건 안돼요! 또 기절한다고요!
부비비빙~부벼바~

whale shark
whale shark by otolithe (olivier roux) 저작자 표시비영리

하루에 두 번 기절해도 되는 걸까?
한쪽 눈만 살짝 뜨고 고무兄을 찾았다. 
고무兄은 고문용 침대에 내 거시기를 문 시커먼 것을 묶어놓고 데이터를 받아내고 있었다.
그런데...왜 아프질 않을까? 피도 안 나고...
  '이 게 뭔가요?'
  '로붓 가물치다.'
  '로붓 가물치요? 이 로붓 가물치도 수질을 감시하나요?'
  '이놈은 왕우속 박사께 부탁하여 변종으로 개량한 로붓 물고기지. 그동안 각하의 로붓 물고기를 잡아먹은 게 무엇이었지?'
  '낚시꾼이요.'
  '이런 멍청한...'
  '낚시꾼들이 다 잡아다가 벼룩시장에서 다시 팔았다는데요.'
  '각하의 로붓 물고기를 전멸시킨 건 가물치란 놈들이다. 팔대강 운하공사가 끝나자 강에서 살아남은 생선은 가물치밖에 없었지.'
  '생선이 아니고 그냥 민물고기입죠.'
  '고기나 생선이나...먹을 게 없었던 놈들은 각하의 로붓 물고기를 낼름낼름 먹어치우기 시작했지.'
  '아~그래서 팔대강 운하의 물이 다 썩도록 아무도 몰랐던 것이었군요.'
  '그렇다. 각하께서는 국민 게임기 G뗀도를 손수 만드시고 팔대강의 수질관리를 위해 로붓 물고기를 개발하셨지. 그 와중에 수질 관리하는 사람들이 모두 짤리긴했지만...'
  '각하의 수질관리방식은 정말 뛰어났습죠. 전세계가 로붓 물고기를 사들이느라 난리였으니까요.'
  '로붓 물고기를 풀어놓은 건 다른 목적이 있었다. 전국민 인공수정프로젝트를 위한 준비작업이었다는 말이다.'
  '각하의 애국충정심을 그렇게 왜곡하시면 곤란합니다.'
  '이 눔 봐라...제법인 걸...'
  '아무리 형님이라도 각하를 모독하는 건 참을 수 없습니다.'
  '음...그래...그만 두지...넌 로붓 물고기가 알을 낳고 다닌 건 알고 있느냐?'
  '로붓이 알을 낳다뇨? 가만...사이보그가 접대를 하는 시대이니...가능할 수도 있겠네요.'
  '강에 뿌려진 로붓 물고기의 알은 팔대강에 사람의 정자를 약화시키는 물질을 내뿜기 시작했어. 아무리 정수기술이 발달했다곤 하지만 왕우속 박사가 개발한 무정자싸이클로리듐은 어느 약품으로도 거를 수 없었던 거야. 그 물을 마신 우리나라 남자들은 빠르게 정자 수가 줄기 시작했고 피임을 하지 않아도 임신이 되지 않는 부부가 늘어나기 시작한 거야.'
  '무서운 계획이었군요. 로붓 물고기로 남자들을 무력화시키고 전국민에게 보관 중인 정자로 인공수정을 하는?'
  '그렇다. 제일 무서운 일은 인공수정에 사용되는 정자가 모두 한 사람의 것이라는 데 있다.'
  '그럴 리가요? 그럼 모두 얼굴이 똑같이 나오잖아요...그 한 사람이 누구지요?'
  '그건 말할 수 없G. 생각은 같되 얼굴은 다른 아이를 태어나게 하는 기술...누가 할 수 있지?'
  '왕...우...속...'
  '그렇다. 모든 것은 각하와 왕우속 박사의 손에 달려있었다. 대한민국 낚시꾼의 기술을 잘 아는 내가 그렇게 반대했는데도 각하는 로붓 물고기 프로젝트를 승인하셨지. 그러나 내가 예상했던 대로 강에 풀린 모든 로붓 물고기는 투망에 걸리고 훌치기에 걸리고 가물치에 잡아먹혀 모든 게 수포로 돌아갈 지경이 된 거다. 그래서 난 다른 방법으로 각하의 계획을 돕기로 했다. 왕우속 박사의 비리를 까발리겠다고 협박하여 로붓 가물치를 만들어 달라고 했던 거다.'
  '왕박사님의 비리라뇨?'
  '흥...말 잘했다. 왜 밤에 헛소리하는 있잖냐...너같은 비리 말이다.'
  '음...그렇군요...그런데요...가물치도 가물치를 잡아먹잖아요.'
  '내가 주문한 가물치는 모두 암컷이다. 가물치는 암컷을 끔찍하게 사랑한단다.'
  '접대부 사이보그나 로붓 가물치나 같은 목적을 가지고 개발되었네요. 그렇다면...접대부 사이보그도 형님이?...'

Photography is not a crime
Photography is not a crime by photographer padawan *(xava du)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고무兄은 대답이 없었다.
각하보다 더 무서운 인간.
각하의 프로젝트 성공을 위해 모든 것을 준비하는 인간...
내가 그런 인간과 함께 일하고 있다니...
한순간에 등골이 다 빠져나가는 기분이 들었다.
아...이런 인간은 세상에서 없어져야해...
더 이상 사람을 괴롭히지 못하게 해야돼...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일어나자 고무兄을 죽여야 한다는 맘이 굴뚝같이 일어났다.
어떤 방법으로 고무兄을 없애야하나...
생각을 떠올리자마자 고무兄이 허리에 차고 있던 기계에서 붉은 불빛이 빠르게 점멸했다.
고무兄이 쓴웃음을 지으며 나를 돌아봤다.
  "날 죽일 생각을 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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