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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Writing

커서를 찾아랏! 1

by Gomuband 2009. 1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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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블로그에 글을 쓰려던 고무兄은 커서가 없어진 것을 발견했다.
커서가 없다고 글이 안 써지는 것은 아니지만 잘 보이던 커서가 감쪽같이 숨어버리자 도대체 어디에 조준을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던 고무兄은 왕짜증이 났다.
통장에 있는 돈을 다 털어서라도 아무 말 없이 커서를 없애버린 못된 피스토리 블로그 회사를 통째로 사버릴 결심을 하고 은행으로 향하던 고무兄은, 삼 개월째 전기료를 못내 이미 단전이 되어 이 층 화장실 변기에서 떨어지는 낙숫물을 이용한 수력발전으로 본부의 전기를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이 떠오르자 조용히 본부로 돌아왔다.
없어진 커서를 찾는다는 방을 동네 곳곳에 붙이고 삼 일을 기다려도 집 나간 커서를 데려다 주는 사람이 없자 고무兄은 커서가 없어진 원인이 메가한방닥터로도 치료되지 않는 신종 바이러스 때문이라고 결론짓고, 최후의 수단으로 자신이 개발한 물체축소장치를 이용하여 컴퓨터에 침투하여 바이러스를 소탕하기로 했다.



고무兄이 개발한 물체축소장치는 여러 기계가 서로 잘 협조해야 작동되는 장치였다.
각 장치에게 협조를 구하는 단계에선 어르고 달래고 협박하고 때리는 행동을 계속 해야 했지만 일단 작동이 된 다음엔 아무 말 없이 사박오일 동안의 가동도 문제가 없었고 그 비결은 서울막걸리를 삭혀 각 기계의 배터리함에 조금씩 부어주는 것이라고 고무兄은 내게 몰래 알려줬다.
삼 년 전, 물체축소장치 개발을 완료한 고무兄은 전 재산을 털어 오유어뉴스에 축소시범을 알리는 전면광고를 냈고 강서구의 백수가 거의 다 모인 화공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열린 축소시범행사에서 간단하게 초등학교 건물과 백수들을 카메라 파인더 안으로 축소해버린 고무兄의 물체축소장치는 앞으로 화툿장 만한 땅 위에서도 삼천 명이 넘는 초등학교 교육이 가능함을 한 방에 과시했다.



정신이 온전한 사람들의 모임인 깜빡이절대안켜기연대에서는 물체축소장치의 무한한 가능성을 믿지 못하고 장치의 작동이 사기가 아닌지 계속 감시하고 보고하며 고무兄 곁에 바짝 붙어 있을 것을 유명한 고문기술자 죠지에게 명령했으나, 죠지는 잠도 자지 않고 물체축소 실험을 계속하는 고무兄이 축소해버린 물건의 목록을 적고 증거 사진을 찍느라 수면부족으로 인한 정신착란 상태에 빠져버렸다.
어느 날 멍한 정신으로 고무兄 옆을 얼쩡거리며 칠만육천 번째 축소된 동굥각 짜장 곱빼기 사진을 찍고 있던 죠지는 잠시 물체축소장치 앞에 서보란 고무兄의 꼬임에 빠져 백육십팔분의 일 크기로 줄어들어버렸으며 고무兄은 줄어 들은 죠지를 핀셋으로 집어 창문 밖에다 던져버렸다.
본부 창 밖에는 축소된 온갖 쓰레기를 얻어먹으며 살고 있던 둥물들이 꽤 많았는데, 그날은 눈이 하나밖에 없어서 창밖으로 내던져지는 쓰레기를 매번 차지하지 못했던 애꾸눈 비둘기가 제일 먼저 죠지를 발견했다.
애꾸눈 비둘기는 쌍욕을 해대며 땅바닥에서 버둥거리는 죠지를 입에 물고 잽싸게 날아올랐으나, 죠지의 몸에서 나는 악취 때문에 몸서리를 치다가 청소하려고 열어 놓았던 현대슈퍼집 정화조 안으로 떨어뜨리고 말았다.
정화조 안에는 불행하게도 현대슈퍼집 막내아들이 애완용으로 키우겠다고 사왔다가 오 미터가 넘는 크기로 자라 온 식구들을 삼켜 버리고 거리로 나왔다가 고무兄의 구형 화승총에 사살당한 호주 악어의 알에서 부화된 다음 바로 변기에 버려졌던 새끼 악어가 살고 있었고 매일 먹던 구더기에 신물이 나있던 새끼 악어는 구더기보다 백 배나 통통한 죠지를 한입에 삼켜버렸다.



내가 보기에 물체축소장치는 아주 쉽고도 간단하게 작동했다.
고무兄은 항상 축소하고픈 물건을 고무兄의 개조된 GX-10 카메라로 잘 조준하여 파인더 안에서 원하는 크기로 조절한 다음 오십팔 년 된 고무兄 어머니의 샘소나이트 화장품 케이스 거울에 반사시켜 축소된 상을 바깥으로 끄집어 내고, 다시 팔십육 년산 일제 면도기 케이스에 붙은 작은 플라스틱 거울에 반사시켜 좌우가 온전한 모습으로 반전시킨 다음 쓰리엠 투명테입으로 거울의 상을 조심스럽게 뜯어내어 잘 마른 담뱃가루 위에 놓고 분무기로 물을 살살 뿌리면서 다시 입체형상으로 바꾸곤 했다.
축소기술에 동원된 기계들은 얼핏 보기에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고 거의 쓰레기와 다름없는 고물들이었지만 물건마다 서글픈 사연이 있었다. GX-10 카메라는 내가 목에 걸고 다니다 목디스크 판정을 받아 그동안 코듀악의 고물카메라를 쓰고 있던 고무兄께 눈물을 머금고 강탈당한 것이었고 고무兄의 어머니가 쓰시던 샘소나이트 화장케이스는 그동안 고무兄이 타다가 폐차시킨 자동차의 부품시체들을 모아 놓은 상자였으며, 팔심육 년산 일제 면도기는 고무兄이 일본의 나이트클럽에서 악착같이 돈을 모아 자신을 위한 귀국선물로 팬티에 숨기고 세관을 통과한 물건이었다.
이런 서글픈 사연이 가득한 물건들은 오랜 고민축소심법수련을 통해 득도한 고무兄의 기를 받아 자신들이 할 일을 미리 알고 움직이는 지능형 로보트로 변신했고 고무兄은 그 물건들에게 일일이 새 이름을 지어주고 함께 식사도 하며 자질구레한 이야기도 밤새워 나누는 생활을 계속 해왔다.



축소장치를 직접 꾸며 축소기술을 따라해 보려던 사람들은 애꿎은 자기 카메라를 원망하다 결국 고무兄과 같은 카메라를 찾아 헤맸고, 중고 GX-10까지 모조리 씨가 마르자 단종된 GX-10을 다시 생산하라는 데모를 삼숑카메라 본사 앞에서 펼치다가 깜빡이절대안켜기연대 사람들과 시비가 붙어 삼천팔백이십 명의 사상자를 내기도 했으나 아직도 축소에 성공했다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고 GX-10과 쌍둥이 같이 생긴 펜타쿠스의 K-10을 구하려고 몰래 일본으로 밀항하려는 사람들이 부산으로 집결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곤 했다.
고무兄의 축소기술을 몰래 훔쳐 보던 나는 어느 날 내 새 니꽁카메라와 마누라님이 애지중지하는 화장케이스의 거울, 날이 세 개나 붙은 새 면도기 케이스의 거울을 뜯어내어 축소기술 시험에 도전했다. 축소 대상은 시도 때도 없이 밤새도록 짖어대는 이 층의 악다구니 강아지!
나는 잠시 아래층으로 쉬하러 나온 윗집 강아지를 쥐포로 살살 유인하여 축소장치가 설치된 방으로 몰아넣고 고무兄의 방법으로 축소를 시도해봤다. 그러나 결과는 참혹했다. 머리는 강아지이고 몸은 쥐포로 변한 축소물이 나와버렸던 것이다. 나는 쥐포로 변해버린 강아지를 씹어 먹으며 평생 고무兄의 조수 자리에만 만족하기로 굳게 결심했다.



바이러스를 소탕하기로 결정한 고무兄이 나에게 컴퓨터로 침투할 것을 명령하자 나는 삼박사일 동안 아내를 붙들고 통곡하다가 여러 차례 두들겨 맞고 겨우 마음을 굳혔다. 남대문 시장과 청계천 오가를 샅샅이 뒤져 컴퓨터 바이러스와의 전투에 쓸 무기들을 사느라 카드의 현금서비스 한도를 초과해 버린 나는 발칸포를 사기 위해 마누라님의 승용차를 몰래 팔아야 했고, 온 데 간 데 없이 하루 아침에 없어진 승용차를 찾아 헤매던 마누라님은 가끔 마누라님의 재산을 몰래 팔아먹곤 하는 처남을 잡으러 찢어 죽일듯한 기세로 처가로 떠나갔다.
아끼던 알미늄 자전거까지 헐값에 넘겨 겨우 특수부대 진압복을 사입고 나타난 나를 보는 고무兄의 눈길엔 만족감이 충만했으며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와의 처절한 전투를 눈앞에 둔 나는 공포감에 질려 계속 삐져나오는 오줌방울을 막기 위해 주머니에 손을 넣어 고추 끝을 붙들고 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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