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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사진일기

고무兄이 말했다

by Gomuband 2009. 10.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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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무兄이 말했다.
"요새 말야 사람 만나는 걸 좀 줄여야겠어."
"왜요? 사람 좋아하시잖아요?"
"사람들 만나면 좋기는 하지. 술이건 밥이건 한 끼 식사도 해결되고 따듯한 마음도 안고 돌아오고..."
"근데요?"
"시간을 많이 써야돼. 책 볼 시간도 없고 기타 칠 시간도 없고 자전거 탈 시간도 없고..."
"도대체 매일 뭐 하면서 지내는데?"
"거의 매일 저녁 사람들 만나잖아. 낮엔 본부 일 조금 보고 웹에 글 올리고..."
"너무 늦게 일어나는 거 아냐?"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지. 술 깰 시간이 필요하니까 조금 더 누워있고..."
"이제 시간이 아깝수?"
"......"
"그럼 앞으론 한날한시에 다 모여서 놀죠. 회비 걷어서...ㅋㅋ"



세상 변하는 것 모르고 룰루랄라 놀던 사람이 시간이 아깝단다.
인생이란 게 결국 시간 잘 쓰기 놀음이었다는 게 분명해지는 순간이었다.
아주 잘~살아도 한 세기 남짓 사는 게 인간의 한계.
남의 마음에 상처 주지 않고 내 마음 괴롭히지 않고 살았을 때가 그렇고
대부분의 사람은 80세 전후하여 다른 세계로 여행을 떠난다.
길지 않은 생을 아롱다롱 재미있게 살려면 살아갈 계획을 잘 세우는 게 최선의 길이겠지만
사방에서 들어오는 태클이 한 둘이어야지...



요새 생각난 건데...
국민이 가장 좋아하는 소주 같은 술 값은 올리지 않고 생활고를 잊게 하는 마취제의 역할을 충실히 하게끔 잘 다스려야 하는 게 권력자의 큰 임무라는 것.
소주 한 병 값이 만 원 정도 한다면 쉬지 않고 권하는 술 인심이 지금 같을까?
양주 꼬불쳐 놓고 마시듯 소주도 혼자만 깔짝대지 않을까?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천 원짜리 한 장으로 시름을 잊을 수 있는 행복만은 영원히 빼앗아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밤늦게 고무兄이 전화를 했다.
내가 먼저 전화하지 않으면 생전 전화하지 않는 고무兄이 왠 일?
"내 생각에 앞으로 우린 락그룹을 해야 할 것 같아."
"우리라뇨?"
"너도 해야지. 노래..."
"아이쿠 형님! 제가 어떻게 노래를 하겠습니까? 지금 하는 일은 어떡하고요? 그리고 노래하려면 술도 줄이고 담배도 줄여야 해요. 이제 와서 될까요?"
"나도 조금씩 줄일게 너도 줄여봐."
"지금도 머리가 터질 지경인데 노래를 하라굽쇼? 좀 생각해봐야겠습니다."
"딥퍼플이나 이글스같은 올드락 하면서 멋지게 늙자고...그 길이 정신건강상 제일 좋을 것 같아."
"다음에 본부에서 테스트나 한 번 해주세요."



가만히 있어도 화를 돋우는 세상을 향해 뭔가 소리치려면 여러 방법이 있겠지.
소설이나 시를 지어도 되고
걸개그림으로 현실에 참여해도 좋고
시민운동을 열심히 하면 더 좋고
하지만 우린 음악을 할 줄 아니까 노래를 불러대는 게 가장 좋지 않을까?
고무밴드 같은 조용한 음악도 좋지만
가슴을 활짝 열고 부르는 Rock풍의 노래가 훨씬 좋으리라.
어깨에 Spirit이 가득 실린 Rock!!!

그나저나 방송에서 자꾸 밀려나는 사람들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
난 방송과 관계없이 살아가는 고무兄이 더 행복하게 생각된다.



어떤 게 옳은 길이고 어떤 게 옳지 않은 길이라는 걸 알면서도 애써 외면하는 사람은
어느 누가 정권을 잡던 괘념치 않을 것이다.
나 혼자만 내 가족만 잘 되는 것이 세상 사는 목표라고 생각되면 그렇게 살면 된다.
그렇게 살다가...
가끔 어울려 사는 사람들이 누리는 잔치에 손님으로 기웃거려도 좋다.
머쓱하게 뒷줄에 서 있지 말고 앞에 나와서 사람들이 진심으로 웃는 모습도 좀 보고
가난한 밥상을 나누는 모습도 보라.
많은 선한 이들이 만든 반석 위에 서 있음을 부끄러워하라.
 


다른 이와 구분하려 그은 선 안에 머물러 있게 되는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 아닌가?
보기 싫다고 악을 쓰면 쓸수록 나는 다른 이들에게서 멀어지고
고층아파트의 높은 층으로 오르고 오를수록 평범한 이들의 시선에서 멀어진다.



아침에 뒷동산을 빙 돌아 출근하다 보면 우리나라 발전을 위해 애 많이 쓰고 은퇴한 분들과 만난다. 아직 정정하신 분들은 산을 가꾸는 작업에 참여하여 땀을 흘리지만
많은 분이 장기, 바둑 같은 소일거리에 매달려 있다.
새로 가꾼 공원에 앉아계신 분들을 봐도 잡지 한 권 읽고 계신 분을 보지 못했다.
우리나라에 노인을 위한 책은 한 권도 출판되지 않고 있나?
여태껏 나온 책 중에 노인이 읽을 책은 한 권도 없단 말인가?
아니면 이미 학습을 마친 상태여서 더 이상의 독서는 필요치 않은 것인가?
공부해서 남 주니? 라고 항상 말씀하며 군밤을 선물하시던 국민학교 담임선생님이 생각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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