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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사진일기

여러분의 훌륭한 선택

by Gomuband 2009. 7.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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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슈퍼...
옛날 이름은 구멍가게.
두 평이 넘지 않는 작은 가게에서
동네 사람들이 자주 쓰는 물건을 팔던 곳.
아저씨는 담배와 소주, 막걸리, 새우깡 같은 간단한 안주
아주머니는 콩나물, 두부, 30촉짜리 전구나 딱딱한 세숫비누
누나는 고무줄, 코텍스, 옷핀, 머리핀
형은 노트, 모나미 볼펜, 진로 포도주
나는 삼립 크림빵과 신앙촌 캬라멜 1원짜리 눈깔사탕, 아톰이 그려진 딱지...
한마디로 만물상이었죠.

구멍가게 앞에서 술판이 벌어지면...
주인 아낙은 시큼한 열무김치와 두부를 내놓고
술이 거나한 아저씨들은 윷놀이를 하셨지요.
아주머니들은 저녁 반찬거리로 두부 한 모를 신문지에 싸들고 가며
일찍 들어오라는 잔소리를 잊지 않았고
형들은 진로 포도주를 심부름 온 것처럼 사가지고
동네 누나들과 뒷동산으로 올라가고
아이들은 옆에서 절대로 깨지지 않는(구슬치기를 해도 되는) 눈깔사탕을 빨면서
팥이 듬성듬성 박힌 아이스께끼를 사먹는 아이를 동경의 눈길로 쳐다보고
외상장부에 볼펜잉크 마를 날이 없던 곳
구멍가게...

옛날...
명순이네 아빠가 가게 안 작은 방에서 담배를 뻑뻑 피우시면서
새로 생긴 슈퍼 때문에 우린 다 죽었어...우린 어여 살라고...
하신 때가 엊그제 같은데...
그 때 생긴 동네 슈퍼에 물건이 떨어져 갑니다.
일주일에 한 번 커다란 마트에서 장 봐오는 게
버릇이 된 우리 때문에 들여 놀 물건이 점점 줄어갑니다.
마트와 동네 슈퍼는 같은 물건도 포장 단위가 다르지만
사람들은 잘 모릅니다.
무조건 마트가 싸다고 생각하죠.
하긴...
한꺼번에 왕창 사다 놓고 쓰는 집은 쌀 수도 있습니다.
공산품은 가능하겠죠.
하지만 식품은 그럴 수도 없고...
두부를 어떻게 열 모씩 사며
파를 열 단씩 사겠습니까?
얼마 전까지는 그나마 이런 생각이라도 했었죠.

그런데...
자주 가는 성당 앞길에 큰 마트의 지역 슈퍼가 생겼습니다.
이제 마트에 가는 걸음도 가벼워진 것입니다.
휘발유 값 들이지 않고 동네에서 살 수 있게 된 거죠.
제가 아는 분도 그 지역에서 슈퍼를 하고 계시는데
앞으로 어떻게 버티실지...
나중엔 대형 마트의 지역 슈퍼가 동네 상권도 다 차지할 것입니다.
마트는 구매를 대량으로 할 수 있으니 가격경쟁은 이미 무의미하죠.
동네 슈퍼는 결국 안면과 서비스로 고객을 유지해야 한다는 건데...
세대가 바뀌어 가고 이사가 잦은 요즘...
옛날부터 맺은 친분도 힘을 잃을 것입니다

비디오 가게도
슈퍼도
판가게도
옷가게도
없어져 버린 동네...
대형 마트에서 운영하는 지역 마트만 덩그러니 남고
지역 부동산 소개소 조금 남고
반찬가게? 조금 남았지만...이것도 위험하죠
맞벌이하는 집 아이들 분식 위주로 밥 먹이는 식당 남고
교회는 별걱정 없지요...

그동안 장사 하시던 분들은 어디로 가서 무엇을 해야 할까요?
시대가 변했다는 말만으로 무시하실 건가요?
자국민의 산업체계를 보호하지 못하는 정부의 존재이유는 무엇일까요?
그 정부가 외국과의 통상협정을 제대로 맺을 수 있을까요?

물론...
장사 그만두고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마트의 종업원으로 들어가면 됩니다.
당연히 비정규직 종업원이죠.
생존을 위해
아이들의 학원비를 위해...

돈의 힘을 당해낼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우리 국민의 반이 넘는 사람들이 돈의 힘을 신앙으로 섬깁니다.
요새 제가 수집한 한국인의 공식은...
돈=민주주의=자유수호=애국=우파=조중동=이명박=부자=성공




자~만족하십니까?
이제 모두 노예로 편입되는 과정에 서 있답니다.
자격증이 열 개든 스무 개든...
아무리 좋은 대학을 나왔던...
모두 노예가 되는 것입니다.
자본의 노예!

아직도 자기가 선 자리가 어디인지 모르겠다면...
우리 역사를 천천히 공부해 보세요.
누가 무엇을 숨기려 하고
누가 무엇을 하려다 숨졌는지
잘 알게 될 것입니다.

아무리 세상이 힘들게 한다 해도...
당신은 자랑스런 우리나라의 주역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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