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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

표절에 대한 짧은 생각 3

by Gomuband 2007. 3.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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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 한 장을 제작하여 밑지지않고 장사에 성공했다면...
욕심이 생길까?....아니면
음악을 사랑해준 대중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들까?
어느 쪽이든 다음 음반을 만들기위한 음반기획회의가 시작될 것이고
이번에도 성공하는 음반을 만들기위해 더 치밀한 기획에 들어간다.
다른 음반의 장점도 분석해보고...
이전 앨범 마케팅방법의 미비점도 보완하고...
여기까지는 오래된 음반제작단계와 별 다를 것이 없는데...

소문이 나기 시작한다.
누가 이번 음반으로 얼마 벌었다더라...
본전도 건지고 이익도 짭짤해보이고...
항상 연예인들과 함께 하는 것도 부럽고...
음반을 달라고 유통업자들이 찾아와서 저자세로 부탁하는 것도 보기좋고...
슬슬...
음악에 투자되지않던 자본이 음악을 도구로 부를 만들기위해 흘러든다.



방송과 음반제작쪽에서 일하던 사람을 수배하고...
그럴듯하게 기획사 차려서 사무실 꾸미고...
연습실과 스텝도 몇 명 섭외해서 모양새도 갖추고...

자~이제 우리도 히트음반 하나 만들어보자꾸나...
가수도 고르고 곡도 받아야지...
그런데...김실장...
음악은 어떤 스타일로 가야되는거야?
먼저 A사에서 히트한 스타일을 따르는게 좋지요.
새로운 시도는 위험하잖아요.
누가 제일 히트를 많이 내는 작곡가야?
얼마래?
뭐?
1000만원?...
음...그래도 줘야지...
내 친구가 이거 일본에서 유명한 노래라고 CD 줬거든...
좋은 거 없으면 이거랑 비슷하게 해달라고 그래...
에이...어떻게 그렇게 하나요? 표절로 걸리지요...
뭐 대충 넘어가는 방법이 있다고 하던데...
잘 얘기해봐...
...

음악은 모르고 유명 작곡가에게서 곡은 받고싶고...
유명 작곡가는 밀려드는 곡주문에 잠도 못자고 곡을 쓴다.
또는...
비슷하게 만들어 달라는 주문에 맞춰 샘플곡 분석에 들어간다...
아무리 모짜르트라도 그 많은 요구를 다 해낼 수 있을까?
결과물이 어떨까?



여기서 지난 번 호프집에서 소주 마시다가 옆자리에서 흘러 들은 이야기 한토막...
"야! 여기 3시간째 앉아있는데 음악 한 곡만 트는거냐?"
"모~ 계속 바뀌잖아..."
"얌마! 백 곡을 들어도 다 똑같잖아..."

그랬다...
2000년초쯤에...
미국에서 돌아오신 미8군 음악선배가 종로에서 호프집을 하셨었다.
그 때...유선방송에서 음악이 계속 나오고 있었는데...
방송에선 못 듣던 댄스곡들이 하루 종일 나왔다.
그 음악들을 들으며 술마시다가 놀라운 곡을 듣게되었다.
"이거 부기우기아냐?"
우리가 미8군에서 연주하던 곡들이 흘러나오는 것이었다.
'둥다따뚜둥~다뚱~다다뚜둥다둥다...'
그 시절 쵸퍼주법의 베이스 전주로 유명한 댄스곡이었다.
그런데...
전주로 나오던 부분이 교묘하게 노래로 바뀌어 있었고...
코드와 편곡이 비슷한데 다른 멜로디를 담고 있었다.
그 자리에 있던 8군 동료들 눈에 어떤 빛이 스쳐지나갔는지 아는가?
실망...정확히 젊은 뮤지션들에 대한 실망이었다.

그렇다.
무리한 작업을 시도하는데서 모든 부작용이 나온다.
음악을 많이 만들어야하는 유명 작곡가와 편곡가.
히트음반이 부러워 남의 재능을 슬쩍해서라도 오버그라운드로 오르고 싶었던
철없는 뮤지션.
이건 모르겠지라는 마음으로 남의 음악을 샘플링해달라고 주문하는  제작자.
공적인 면에서 분명히 잘못된 것인지 알지만 모르는체 넘어가주는 방송관계자.
모두의 합작으로 표절은 계속되었던 것이다.
이건 하루이틀 된 이야기가 아니다.
대 가수 정훈희님이 '안개'라는 곡으로 흑백텔레비젼을 주름잡던 시절에도
표절을 하는 유명 작곡가가 있었다는건 연예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일본사람들이 우리나라에서 히트한 트로트곡을 듣고 하던 이야기가 생각난다.
'긴상...이거 전에 일본에서 나왔던 노래에요. 이 곡은 전주도 똑 같아요...'
어이구...참참참....ㅠㅠ

그동안 우리 음악을 사랑하고 가수를 사랑했던 분들의 눈에 꺼풀을 씌워주신 분들...
외국음악을 뭐하러 들어요? 우리나라 노래가 이렇게 좋은데...라며 동조하셨던 분들...
정말...
뭔가 알고 듣고 만들고 방송한걸까?
아니면 후대에 대한 아무런 책임없이 그냥 만들었던걸까?
역사를 기록하는데 별 관심없는 우리나라 분위기를 꿰뚫어 보고있었던걸까?

표절이 어쩌고 저쩌고 떠들 필요도 없다.
양심이 실종된지 오래 된 우리나라니까...
신곡 MP3가 판을 치고 개봉 안 된 영화가 버젓이 흘러다니고...
사회 전체가 베끼기와 훔치기 광풍으로 가득차있다.
이런 사회분위기에서 누가 공들여 제작을 하겠는가?
대충 눈속임이 통하고...피땀흘려 만든 창작에 대한 보답이 없는 사회에서...
오죽하면 기독교인들이 하는 농담에...
'하나님은 우리나라를 떠나셨다네...중국으로 가셨대..."라는 말이 있겠는가?

세상이 어떻게 변해가든...
음악을 업으로 하는 사람은 음악을 만들어야하고...
음반이 한 장도 팔리지 않을 것 같으면 웹으로 디지털싱글이라도 발표를 계속해야한다.

한때 7080이란 붐이 일어났지.
사회의 주류로 등장한 4,50대에게 아름답게 음악했던 시대의 향수를 되파는 작업...
과연 7080이 남긴 것은 무었일까?
추억? 새로 CD로 발매된 엣 음반? 텔리비젼의 7080프로그램?
내 생각엔 상업적인 성공도 음악적인 성공도 거두지 못한 것 같다.
시도는 좋았지만...
오랫동안 창작하지않고 있던 음악인들에게 주어졌던 기회는 무의미하게 끝나버렸다.
준비한 사람만이 기회가 왔을 때 일어설 수 있는 법이다.

며칠 전...아는 선배님이 15집 음반을 발표하셨다.
난 지금도 음반을 발표하는 몇몇 대선배 싱어송롸이터들을 진심으로 존경한다.
같은 음악인이라도 미사리와 풍광 좋은 곳마다 자리잡은 라이브카페에서 번 고액의
개런티를 고급차에 투자하여 개런티를 유지하려는 선배보다, 자기가 아는 한도내에서
만든 피땀의 결과를 발표하는 선배가 좋다.
정말 축하 드릴 일이다.
진심으로 축하 드릴 일이다.

글을 맺으며 바램이 있다면...
보는 내내 눈물 짓게 만든 '와이키키브라더스'와 '라디오스타'보다...
진정한 음악으로 성공한 음악영화를 우리나라에서 볼 날이 오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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