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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Writing43

추모소설 - 3. 청초선생 이 짧은 세 편의 소설은... 제가 바랐던 그분의 소박한 모습을 상상하며 작년 6월에 쓴 글입니다. 지금은 온전하고 편안하게 웃고 계시기를 빌며 1주기까지 일주일에 한 편씩 올리겠습니다. 당신이 계신 동안 정말 행복했습니다. 3. 청초 선생 “청촌가?” 기정이의 굵은 목소리였다. “잠깐만...끊지 말게...” 나는 담뱃갑과 재떨이를 들고 마루에 걸터앉았다. 맨발에 닿은 댓돌이 서늘했다. “그래...늦은 시간에 웬일이야?” “잠이 안 와서...” “늙은이가 일찍 자야지...별 일 없지?” 담배 한 개비를 뽑아 물었다. 몇 박자가 지나도록 대답이 없었다. “기정이...” “전에 내가 물어봤던 거 있지.” “그래...내가 알려줬잖아.” “자네가 알려준 시(時)가 정말 정확한가?.” “그럼...본인이 말해준 건.. 2010. 5. 21.
추모소설 - 2.잔속의 달 이 짧은 세 편의 소설은... 제가 바랐던 그분의 소박한 모습을 상상하며 작년 6월에 쓴 글입니다. 지금은 온전하고 편안하게 웃고 계시기를 빌며 1주기까지 일주일에 한 편씩 올리겠습니다. 당신이 계신 동안 정말 행복했습니다. 2.잔 속의 달 뜸하게 오던 입질도 뚝 끊겼다. 캐미라이트도 반쯤 빛을 잃었다. 구름 뒤로 들어가 버린 달은 아예 나올 생각도 않고 있었다. 간간이 보이던 별들도 구름 뒤로 숨어버렸다. 산을 내려온 차고 무거운 공기는 수로를 메우고 있었다. 큰 물 같았으면 슬슬 대물들이 마실 다닐 시간이었지만 얕은 수로는 작은 찌올림도 아끼고 있었다. 현성이가 휴대폰을 열어 시간을 봤다. “옘병...4월에 밤낚시는...하여튼 머리 큰 애들은 이상해.” “떡밥이나 갈아줘라.” “니네 선배는 왜 안 오.. 2010. 5. 14.
추모소설 - 1.빈대떡은 빈대로 만든다? 이 짧은 세 편의 소설은... 제가 바랐던 그분의 소박한 모습을 상상하며 작년 6월에 쓴 글입니다. 지금은 온전하고 편안하게 웃고 계시기를 빌며 1주기까지 일주일에 한 편씩 올리겠습니다. 당신이 계신 동안 정말 행복했습니다. 1. 빈대떡은 빈대로 만든다? 술이 올랐다. 자정이 가까웠지만 집에 들어가고픈 생각이 없었다. 지하철로 통하는 계단을 내려가면서 지하철 시간표를 보았다. 방화로 들어가는 막차가 종로3가역에서는 12시 15분. 첫차는 5시 45분. 반대편 출구로 다시 나왔다. 어깨에 멘 기타가 거추장스러웠다. 가까운 곳에 자주 가는 빈대떡집이 있었다. 10시 반이면 손님을 내보내던 곳인데 오늘은 불이 켜져 있었다. 금연석 쪽에 술집식구들이 모여 앉아있었다. 가게의 왼쪽은 흡연석이었다. 구석에 두 사람.. 2010. 5. 7.
생각날 때마다 쓰는 소설...She & He 여자 1 그는 내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어 '어디야?'라고 묻지 않았어. 나도 구태여 뭘 하고 있었어요. 어디에 있어요. 답하지 않았지. 우린 '올래?...내가 갈까?'로 시작하여 '응. 몇 시에.'로 통화를 마치곤 했어. 전화를 건 대개의 사람은 상대편이 어디서 뭘 하고 있는지 궁금해 해. 왜? 혹시 내가 네가 가지 않았으면 하는 장소에서 네가 참을 수 없는 짓을 하고 있을까 봐? 네가 항상 영상통화를 한다면 내가 어디에 있는지 대충 알 수 있겠지만 산발한 머리로 변기에 앉은 모습을 남친에게 보이고 싶은 여자가 어디 있겠니. 너는 나를 오줌도 안 누는 깔끔한 숙녀로 기억하고 싶겠지만 나도 너랑 똑같이 똥 누고, 남이 안 볼 때 코딱지 파는 인간이라고... 신경 꺼. 아무튼...그래서 첨단 휴대폰의 영상통.. 2010. 4.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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