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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사진일기

대한민국은 직무유기 중?

by Gomuband 2009. 9.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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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인연의 끈을 따라 한강을 거슬러 올라 임진강 가에 다녀왔습니다.
임진강을 건너는 다리에서 심상치 않은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다리 밑엔 장마 끝처럼 변한 흙탕물이 넘실대었고 소방차가 출동해 있었습니다.
무슨 사고가 났구나...인명사곤가보다...-..-

등산을 마치고 돌아올 때까지 소방차는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일행과 헤어져 본부에 돌아와서야 그게 무슨 사건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북한에서 내려온 물이 새벽에 야영객을 덮쳤다는 기사.



정말 믿을 수가 없습니다.
임진강 수위가 오르는 것을 알아채고 경보를 울린 사람이 밤새도록 한 사람도 없었다는 건가요?
지리산 계곡에도 있는 재난 대피 방송시설이 임진강엔 없단 말인가요?
아무리 밤부터 수위가 올랐다지만...
강변에는 초병도 있었을 것이고
훤한 조명은 물살이 빨라지고 물이 부는 것을 정확히 보여주지 않았을까요?
강변엔 훈련 중인 기갑부대도 있었다는데
훈련 중인 전차만 챙기면 상황 끝인가요?
하긴...전차도 허리까지 물이 차올랐다지요.
물이 불고 있을 때 전차부대의 경계병은 뭘 하고 있었을까요?



모든 다리엔 자동 경보장치도 있었겠지요.
(공교롭게도 오늘 고장 났답니다...
고장 난 걸 알려주는 장치는 우리 기술로 만들 수 없나요?)
그 긴 임진강 강변에서 수위가 오르는 것에 대해
책임질 장치는 오직 고장난 수위경보기 하나.
IT 강국의 첨단 경보기가 한 번 고장 나면 대책이 없다뇨?
가정집 대문 자물쇠도 두 개씩 달지 않나요?
그래요...기계는 고장 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아침이 될 때까지 물이 불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내 일처럼 관심을 둔 사람이 없었나요?!
최초 신고를 아침에 급류를 헤치고 나온 사람이 신고했다는 것이 말이 되나요?
이번에도 별일 없겠지...하는 요행 심리가 남아있는 건가요?!
아니면...아직도 주말엔 어디나 근무가 느슨한가요?



물론 국가적 재난발생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에 대한 행동요령은 조직별로 자세히 짜여있을 겁니다.
예를 들면...
수십 척의 일본 군함이 울릉도를 둘러싸고 독도에 병력을 상륙시켰다...
북한군이 탱크를 앞세우고 군사분계선을 돌파했다...
중국이 함대를 몰고 목포에 포격을 퍼부었다...
러시아가 한반도에 미사일을 발사했다...
혹은...
이번엔 제2 한강교가 무너졌다.
또 백화점이 무너졌다...이런 것이겠죠.
그런데...
진짜 이런 상황에 대처할 각본이 있을까요?
신종플루 대책 미비함에 대한 책임도 이리저리 탁구공처럼 오가는 걸 보면....
글쎄...입니다.



제가 알기에는...
군대를 비롯한 모든 공무원은 비상시 대응체제가 확고하게 잡혀 있고
평소에 비상 상황 훈련을 열심히 합니다.
누구나 다 아는 훈련! 훈련!
그런데 실제 상황에서도...
훈련은 훈련으로 끝나야하나요?



그럼 무엇이 문제인까요?
저의 둔한 머리로 생각해보건대...
종합적 상황판단을 할 책임자가 없고, 지휘권한 위임을 받을 수 없는 것 아닌가요?
각 조직을 이어주는 네트워크의 우선권에 파워게임이 존재하고 있지 않나요?
아니면...
이런 상황에 대처할 능력을 가진 사람이 우리나라에 한 명도 없는 건가요?



그동안 비상 아닌 비상사태(?)를 겪은 우리나라의 특수한 경우에...
어떤 사건이 가장 큰일이었을까요?
솔직히 이야기 해봅시다...
탱크를 몰고 광화문으로 진격하는 반정부 도당을 진압하는 일 아닌가요?

그러면...
임진강 수위가 불어 다양한 사태가 우려되는 상황이 벌어졌을 때,
어떤 이야기가 오갔을까요?
1. 평화의 댐 같은 것이 없어서 이런 일이 벌어졌으니 빨리 수위조절 댐을 완공합시다.
(얼마 전, 고속도로를 일 년 앞당겨 완공하겠다는 표어를 봤지요.
 진정 속도전을 원하시는 건가요? 성수대교...삼풍백화점...지진으로 무너졌나요?  정말 불안해요...)
2. 단순히 물이 불고 있으니 기다려봅시다.
(별일 있겠어요? 심해야 몇 명 다치고 떠내려가고 그러겠지...)
3. 정부에서 알아서 하겠지...경계 철저!
(우린 명령이 내려와야 행동하는 조직이니 경거망동 하지마랏!)
4. 모든 대원은 비상대기하라!
(여태껏 출동해서 타죽고 깔려 죽어도 욕먹은 건 우리니까 즉시 전 대원 소집하고 정신 바짝 차려!)
5. 왜 경보기가 작동 안 하는 거야? 언제 점검했어? 일지 가져와! 설치업체 들어오라고 하고!
(하느님만이 아시지 않을까요?)
6. 등등등...



이 글을 쓰면서 다음 아고라에 들아가 봤더니
쌍욕을 날리면서 아고라인들의 리플을 막는 알바들이 보이더군요.
발등에 불이 떨어졌나요?
왜 이리 심하게 난리인가요?
무능력한 것이 드러나서 속상한 분이 계신가요?

70년대식의 여론통제는 정말 망상일 뿐이에요.
옛날식으로 정보를 얻는 사람들은 이제 얼마 되지 않아요.
지금은 TV와 신문으로 통제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단 말입니다.
권력자의 눈앞에서 머리를 조아리는 사람들도
밥줄이라는 가족의 생사가 달려있어서 할 수 없이 움직인다는 것을 모르시나요?
뒤돌아서 비웃고 욕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계시면서...

이제 눈 가리고 아웅~은 정말 곤란합니다.
인정할 것은 인정하는 자세를 보여달라는 겁니다.
아무 소용도 없는 정부 비판...
정말 하지 않으려 했지만...
눈에 보이게...
하수처럼...
대응하는 자세에 정말 구역질이 납니다.

아예...제가 이번 사건의 유가족께 사과하는 게 낫겠어요.
"모든 책임은 임진강 수위가 변하는 것도 모르고 휴일을 즐긴 저에게 있습니다.
진심으로 사죄하며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앞으로 정신 똑똑히 차리고 휴일에도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 또 많은 사람이 희생되었는데도 좌빨이니 노무현이니 전라도니....하고
글 올리는 당신들이 정말 밉습니다. 아무리 알바라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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