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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사진일기

또또에게...

by Gomuband 2009. 7.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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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또야.
난 네가 어디 있는지 알지 못한다.
넌 나를 믿고 나에게 왔지만 난 너를 믿지 못했다.
내가 너를 사랑했다는 것을 이제 와서 말한다고 달라질 게 있겠느냐?
내가 이제 와서 널 보고 싶다는 말을 반복한들 네가 어찌 알아듣겠느냐?
우린 서로에게 말을 전하는 방법이 달랐을 뿐이라고 믿고 싶다.
이승에 있을지 저승에 있을지 어디에 있을지 모르는 네가 보고 싶구나.
너와 함께 한 보름 동안의 여행이 우리의 마지막 추억이 되었구나.
어디에 있든...
내가 널 사랑했다는 게 진실이었음을 알아주렴.
미안하구나...



해란강 옆에서 자란 여인들을 만났다.
해림시에 사는 여인들을 만났다.
일송정과 독립운동과 731부대와 소나무...
나는 어떤 어려움이 그 여인들의 부모를 만주에 뿌리박게 했는지 알지 못한다.
시간이 한눈을 팔았다면 나와 그 여인들의 처지가 바뀌었을 수도 있다.
두만강가에서 옥수수 농사를 짓고 있는 나와
서울에서 음악하며 살고 있는 나는 뭐가 다르지?
그녀들은 가족과 떨어져 한국땅에서 돈을 번다.
아무 것도 아닐 수도 있다.
그 아무 것도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에 더 슬프다.
내 나라...내 민족이 이렇게 다른 운명 속에서 만나야 한다는 것이 너무 슬프다.



영화를 만드는 것 보다 글 쓰는 것이 훨신 편하다는 것을 알았다.
글은 내 상상력의 날개를 가끔 접어놓지 않아도 된다.
비싼 필름에 노출 될 장면들을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어렵게 쓰지 않아도
유식한 것처럼 쓰지 않아도
내 생각을 적어 나가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다.
맞춤법을 지키고 싶은 게 내게 잠재한 보수주의 보따리에서 나오는 고집이라면
글 쓰는 방법을 지키고 싶지 않은 것은 내가 안간힘을 다해 붙들고 있는 반항심의 미늘이다.

영주야...
세상에 하고 싶은 말, 남기고 싶은 말, 사과하는 말...
차곡차곡 접어넣어보렴.
거짓없이 적어보렴.

2시면 도착할 낚시친구를 기다리며
내 곁에서 사라진 또또에게 아쉬움과 미안함을 전하고
해란강에서 멱 감으며 자란 여인들과
4년만에 나를 찾아준 친구들께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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