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오늘의 사진일기

장마비

by Gomuband 2009. 7. 2.
반응형

그는 한반도를 향해 다가오는 장마전선을 막아섰다.
북에서 밀려온 한랭전선이 뒷자락을 받쳐주었지만 빈약한 믿음은 그리 오래 버티지 못하였다.
북악의 가파른 자락을 타고 오른 더운 기운은 비구름을 한 곳에 모았고
귓볼을 간질이던 요염한 입김은 쏜살같이 달려나가 장마전선과 배를 맞췄다.
그는 구름을 뚫고 하늘 끝까지 솟아올랐다.
그의 분노는 번개가 되어 사정없이 세상을 몰아쳤다.
하늘 끝에 뿌리를 둔 번개는 찢어지는 비명을 지르며 땅으로 내리꽂혔고
땅에 박힌 양극의 괴수는 음극의 촉수를 세워 번개를 유혹했다.

세상의 위선은 분노의 심판 앞에 떳떳하지 못하였다.
망자의 눈물이 모여들어 분수가 되었다.
한이 가득한 분수는 구름 위로 솟았다가 다시 땅을 향해 굵게  피를 토했다.
분노가 하늘을 가르는 소리에 놀라 위선의 바벨탑은 가루가 되었고
방울방울 한이 맺힌 빗줄기는 위선의 잔재를 쓸고 내려갔다.

오늘...그렇게 장마비가 내렸다.
고추장맛비가 아닌
된장맛비가 아닌
그냥 장마비가 내렸다.

제발 장맛비라는 표현 좀 안 쓸 수 없을까?

반응형

'오늘의 사진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또또에게...  (8) 2009.07.04
참 잘했어요  (2) 2009.07.01
돛을 올리고...  (10) 2009.0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