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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사진일기

돛을 올리고...

by Gomuband 2009. 6.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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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학교 때 읽은 책 중에 '노인과 바다'가 있었지요.
초여름 볕이 따가울 때 시작하여 방학 내내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다 읽고 나니 손에 소금이 배어나고
피부는 새까맣게 타고
머릿속엔 바닷물이 가득했지요.
헤밍웨이는 그렇게 내게 다가왔었습니다.

'새소년', '어깨동무' 같은 잡지가 나와있었지만
잡지야 하루면 다 볼 수 있는 것이고
어린이 신문도 휘리릭~하고 잠깐 보는 것이었기에
항상 읽을거리가 부족했던 시절이었습니다.
다행히 집에 오십 권짜리 전집이 두 질 있어서
몇 년 동안 잘 읽었죠.
'성경 이야기'로 시작하여
'소공녀', '소공자', '플란다스의 개'...등이 실린 오십 권짜리 어린이 세계명작.
다 읽고 손을 댄 게
'봇짱', '나는 고양이다', '까라마조프~', '적과 흑' 등이
기억나는 성인용 세계문학 전집이었습니다.
글씨도 작고 내용도 잘 이해되지 않았지만
기를 쓰고 읽었습니다.
묘한 분위기의 일본 소설도 그때 처음 읽었습니다.

외삼촌댁엔 그 당시 새로 쓰인 외국동화 전집이 있었습니다.
그중에 한 권을 읽으며
'이 담에 크면 꼭 배를 타고 세계 일주에 나설 것이다...'
꿈을 꾸었었죠.
'김찬삼 교수의 세계 일주기'가 어린이 신문에 연재되던 시절이었습니다.
김 교수님이 이집트 피라밋을 배경으로 찍은 흑백사진이 기억나네요.

국민학교땐 물을 좋아하여 몇 시간을 물속에서 나오지 않고 놀곤 했는데
성인이 되면서는 물속보다 물가를 좋아하기 시작했습니다.
주종목을 수영에서 낚시로 바꾼 것입니다.
이십대쯤엔 잡지에서 작은 삼각돛이 달린 외국 배 사진을 보고 부러워했던 기억도 납니다.
길이가 3m도 되지 않는 작은 배였는데 작은 돛이 달려있었지요.
영국에서 만든 것이었는데 나무로 되어 있었고 접을 수도 있다고 쓰여 있었던 것 같습니다.


* 그림-알라딘 *

'개가 되고 싶지 않은 개'라는 소설이 있었습니다.
자기 집 이 층에서 손수 배를 만드는 남자 이야기가 나옵니다.
몇 년 동안의 대패질과 틈을 메우는 작업 끝에 배를 완성했으나
재료는 들어갈 수 있었어도 완성된 배를 꺼낼 방법이 없어
집의 한 쪽 벽을 허물어서 꺼내고...
글쓴이의 아버지, 머트(개 이름)와 함께 강을 따라 탐험에 나서고
마을 사람들이 다 나와서 전송하고....
옛날에 삼중당 문고로 읽었었는데 너무 재미가 있어서 몇 년 전에도 다시 읽었지요.
저도 개를 좋아하는지라 소설을 읽으며
커다랗고 쭈글쭈글한 개 한 마리 데리고
강가에서 노 저어 가는 제 모습을 상상하곤 했지요.

요새도 낚시를 하면서
작은 보트 하나 마련하여 강 건너 섬으로 놀러 가고 싶다는 생각을 가끔 했는데
작년 늦가을...인연은 거짓말처럼 다가왔습니다.
진짜 요트를 탈 기회가 생긴 것이었습니다.



영화에 나오는 커다란 선실이 있는 요트는 아니지만
두 명은 넉넉히 잘 수 있는 선실이 있고
작은 취사공간도 있고
있을 건 다~있더군요.

내 어릴 적 꿈을 이루고 있는 분이 있었구나...
부럽고
기쁘고
하여튼...신나는 일이었습니다.

돛에 바람을 가득 머금고 소리 없이 물을 가르는 뱃머리...
'로빈슨 크루소'와 '피터팬'의 해적선...
'보물섬'의 외다리 선장...여러 주인공이 머릿속을 휙휙 지나갑니다.
요트의 방향을 바꿀 때마다 선장의 명령이 떨어지고
앞 삼각돛의 방향을 바꾸는 손길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입니다.
배가 옆으로 기울면 몸을 뒤로 젖혀 뒤로 버티는 재미...
자꾸 바다로 나가고 싶은 생각이 들었답니다.

삼면이 바다인데도 물과 별로 친하지 않은 우리나라 사람들...
언제부터 우리는 바다와 거리가 생겼을까?
그저 해수욕이나 하고 돌아오는 사람들이 되었을까?
곰곰이 생각해봅니다.
요트도 면허가 필요하더군요.
필기도 있고 실기도 있고...

올해는 얼굴이 새까매지더라도
열심히 쫓아다니면서 배워야겠습니다.
몇 년 후에...
대한해협을 건너 오키나와까지 갈 날을 고대하며...

요트의 길로 인도해주신 박 선생님과 김규만님,
올리브요트클럽 멤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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