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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사진일기

밤새워 책 읽기

by Gomuband 2009. 5.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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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 일 마치고 들어가서 저녁 겸 야참을 먹는다.
고마운 동생이 선물한 책 속의 글과 물 만 밥을 함께 맛본다.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음악 틀어놓고 책 읽기가 힘들어졌다.
책 속의 이야기에 온전히 빠진 다음 음악을 틀어놓으면 괜찮다.
술을 한 잔 곁들여 주인공과 허물없는 사이가 되는 것도 재미있다.
이순신 장군 옆에서 외로운 어깨를 가만히 들여다본다.



야채와 과일을 잘 들이지 않는 식탁에 오이와 참외가 올랐다.
며칠 전, 손님이 한 보따리 사가지고 오셨기 때문이다.
흐르는 물에 씻어 껍질을 벗기지 않고 툭툭 잘라 접시에 올렸다.
농약이 묻어 있겠지만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슈퍼에서 파는 쌈장도 오래 묵히니 다른 맛이 난다.
마늘과 고추를 썰어 넣고 참기름을 치면 더 맛지겠지만
그냥 생긴 대로 먹어본다.



거제에 계시는 고마운 형님께서 멸치 한 박스를 선물로 주셨다.
크기는 국물 내는 멸치였지만, 잘 말랐고 비린내가 없어서 양념을 썰어 넣고 볶았다.
매운 고추와 마늘, 고추가루, 후추가루를 적당히 넣으니 안주로 제격이다.
큰 통에 하나 가득 넣어 놓으니 식사 때마다 마음이 풍성하다.
읽고 있는 책에도 거제가 자주 나온다.
장군의 한산도가 지척이기에...



돋보기를 쓰고 보아도 글자가 잘 들어오지 않는다.
이제 자야 할 시간임을 알리는가?
아니면 더 크게 보이는 돋보기를 구해야 하는 것인가?
일단 밝은 스탠드를 써보기로 했다.



오래된 휘발유라이터에 기름을 넣어보았다.
아직도 잘 켜진다.
서로 맞닿는 부분이 헐거워져서 기름이 빨리 마른다.
가스라이터보다 정감이 두텁다.



말에 둘러싸인 임금이 징징 우는소리를 들으며 밤을 샌다.
배 곯는 장졸을 거느린 장수에게
종이를 보내라
화살을 보내라
조총을 보내라
...
까지는 참겠는데...
경상도에 주둔한 적을 빨리 치란다.
-,,-
서울로 불러들여 장을 칠 때는 언제고
이제 적을 몰아내라 성화인가?
장수는 붓을 들어 적었다.
군사의 진퇴는 저에게 맡겨주소서...

우리 나라가 저렇게 살아왔구나.
말이 말을 부르고
말이 말을 낳고
말로만 전쟁을 치르면서...

씁쓸한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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