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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사진일기

전화기에 담겼던 몇 가지 사연들

by Gomuband 2008. 1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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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가 말했다
공원을 만들겠다고 철거통지를 받은 화곡본동 산 42번지.
붕제산 배드민턴장 오르는 길목에 있는 작은 동네지요.
마을 밑, 올해 공원 일부가 조성된 곳엔 원래 조그만 채소밭들이 있었지요.
사람들이 자기 밭을 구분하느라 이것저것 주워다 경계표시를 하는 바람에
다소 지저분해 보이기도 했던 건 사실입니다.
사람들이 파헤쳤던 땅을 복원하여 공원을 만든 건 좋았는데...
이번에 만든 공원은 공원조성계획 일부였던 것이 문제였습니다.
계획대로 공원을 모두 만들려면 42번지에 사는 사람들의 집을
모두 헐어야 하는 거죠.
마을 사람들을 위한 공원을 만들기 위해 마을 사람들을 나가라뇨?

봉천동도 헐리고
삼양동도 헐리고
갈 곳 없어 하늘 가까운 곳까지 올라가서 살던 동네가 다 헐리고
이제 화곡동만 남은 것 같은데...
드디어 굴착기의 삽날이 우리 동네까지 오네요.

배드민턴채나 들고 산을 오르내리다 곳곳에 쓰레기나 버리는
비양심적인 어르신들은 동네가 헐리건 말건 별 신경쓰시지 않겠지만...
가끔은 입장을 좀 바꿔놓고 생각해 볼 줄도 아셔야겠어요.

이젠 서울에서 더는 갈 곳도 없는데...
답답한 주인들 마음이 전해졌을까요?

까치가 다시 물었습니다.
집이 헐리면 검둥이는 어디로 가?
오늘도 검둥이는 대답이 없네요.


 
금강휴게소
휴게소를 만들면서 나무 몇 그루를 남겨두었나 봅니다.
벼락을 맞은 것 같진 않은데...
이렇게 앙상하게 남아있습니다.
용이 되고 싶은 건가?


 
겨울비 내리던 날
새벽까지 일하고 느지막이 출근하던 길
자동차 위에 떨어진 단풍잎이 참 예뻐 보이더군요.
항상 그렇듯이...
사진으로 담으면 본래의 맛이 사라지지만
혼자 보기 아까워 고이 담아왔습니다.


 
골목길
매일 지나는 길의 풍경들...
평소에는 아무 느낌 없이 지나지만
어쩌면...
어쩌면...
우리 동네도 얼마 안 가서 헐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자주 담아 놓기로 했습니다.


 
컴컴한 지하에서 뭘 만드는지 모르지만
종일 형광등이 켜져 있는 곳
가끔 숨도 쉬고
하늘도 쳐다보고 했으면...


 
재미있는 모습의 작은 조각들...
줌을 쓰지 않았더니 너무 작아 보이네요.



앞으로 동네 어르신들이 줄어들면
없어질지도 모르는 이발관
팔걸이에 판자 걸치고 떡~하니 올라 않았던 기억이...
다음에 일부러라도 이발하러 가서 내부 사진도 찍어야겠습니다.
 

 
올해도 연말이 되니 곳곳을 뜯고 다시 바르고...
하수도 정비한다고 새로 부은 콘크리트...
사람 다니라고 걸쳐놓은 걸 자동차가 밟고 갔습니다.
펑크 나면 어떡해...



펀드에 가입할 여유자금커녕
하루하루 월세를 걱정하며 근근이 사는 사람들에게
뉴스에서 나오는 이야기는 남의 나라 얘기 같지요.

모든 것 다 바쳐 가르친 우리 자식들...
그저 건강하고 바르게
살아줬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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