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쓰지 마세요
꽤 더워요.
1975년 7월 이맘때.
방학을 일주일 앞두고 선풍기도 에어컨도 없는 교실에서
교복 벗고 러닝셔츠만 입은 채 수업을 들었죠.
창밖 남산 위에는 무심한 구름이 천천히 흐르고
비원의 녹음은 짙다 못해 검게 느껴지던 때,
우리의 여름방학 계획은 서울 하늘 위를 둥둥 떠다녔습니다.
잘 지내고 계시는가요?
새 직장에서 일주일을 잘 넘겼습니다.
신참인 만큼 부사수(副射手)로 일해야 맘이 편할 텐데,
사수가 떠난 자리에 덜컥 들어와서 부담이 크네요.
중소기업에서 옛날처럼 사수, 부사수 시스템 갖춰서 일할 수 있는 곳은 점점 줄어들 거예요.
끝이 보이지 않는 코로나 때문에 있던 직원도 줄일 판이니까요.
덕용 꽁치 캔을 사다가 전처럼 초간장에 찍어 먹었는데,
예전 같은 맛이 나질 않더군요.
더워서 입맛이 변했나 싶어, 훈제오리 튀기고 남은 기름에 넣고 바짝 튀겼습니다.
훈제오리 기름과 꽁치통조림의 조합.
꽁치의 비린내를 잡아주고, 식용유보다 고소한 맛이 강합니다.
6시 칼퇴근의 가장 큰 기쁨은 CBS-FM 「배미향의 저녁 스케치」를 들으며 귀가하는 겁니다.
해 질 녘의 노란 세상을 사랑하는 제게는 정말 소중한 시간이에요.
특히 「길에게 길을 묻다」 코너의 음악이 흐르면 아쉬움에 자꾸 시계를 본답니다.
땀띠가 생겼어요.
땀띠는 정말 오랜만이라 처음엔 식중독인지 알았죠.
이유는 잘 모르겠고,
아기들 여름에 베이비파우더 뿌려주던 생각이 나서 가루분 한 통 사왔어요.
유한양행 「스위티」로!
담배 피우러 밖에 나가보니 먹구름이 몰려오네요.
9시부터 비가 오신다고 하더니 정말 내리려나 봅니다.
저는 더운 건 참고 넘기지만, 습기 많은 건 정말 싫어요.
김영주 표 초고추장에 청양고추와 양파를 잘게 썰어 넣고 숙성시켰다가,
다른 반찬에 한 스푼씩 뿌려 먹어요.
어디나 잘 어울리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요.
오랜만에 나초를 사 왔는데 어렸을 때 먹던 「삼양 콘칩」 맛이 나더군요.
그동안 먹은 나초는 왜 그 맛이 나지 않았을까요?
그래서,
항상 궁금하던 「나초 피자」를 만들었어요.
귀찮아서 양파 생략, 냉장고에 없는 햄 생략하고,
토마토소스, 피자 치즈만 뿌려서 전자레인지에 돌렸죠.
좀 오래 돌렸더니 딱딱하게 됐지만, 나중에 체더치즈를 얹었더니 제법 그럴듯하더군요.
핫소스는 항상 듬뿍!
어제는 맘먹고 정리 안 된 짐들을 모조리 정리했습니다.
방안 가득 늘어놓고 땀 뻘뻘 흘리며 한 나절 만에 끝냈어요.
많이 버렸는데도 짐이 줄지 않은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요?
방안이 이제 좀 차분해졌습니다.
필요한 물건이 어디 있는지도 알고요.
오늘은 곰팡이 난 신발, 기타 케이스를 땡볕에 내다 말렸죠.
곰팡이를 털어내려고 페인트 붓을 찾았는데 결국 못 찾았습니다.
필요할 때는 안 보이고 다른 것 찾을 때는 보이는 이상한 현상.
오늘도 나초 피자 한판 만들어서 영화 한 편 보고 자야겠어요.
하고픈 일 하면서 즐겁게 잘 지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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