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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사진일기

20130219

by Gomuband 2013. 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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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귀옥 作

금방 담은 김치
알맞게 익은 김치
푹 익어 시어진 김치

바로 먹기 편하게 양념을 곁들인 겉절이는
입에 달지만
곧 시들어서 오래 두고 먹을 수 않지요.
잘 익은 김치의 맛이 오래가면 좋겠지만
발효를 정지시킬 수는 없습니다.
아! 김치냉장고의 역할이 있었군요.

새 악기를 길들이며 적당히 닳게 하는 시간이 보통 일 년.
그전엔 좀처럼 녹음이나 공연에 투입하지 않습니다.
옛날엔 통기타를 새로 구하면
캠핑 갈 때 꼭 가지고 가서 일부러 텐트 밖에 놓아두고 잤습니다.
적당히 습기도 먹이고
원래 고향의 숨결을 조금이라도 담아보라고...
바짝 마른 기타는 아주 건조한 소리를 내기 때문이죠.

모든 게 적당히 익어야 쓸모가 생깁니다.
사람도 익어야 제 몫을 합니다.
나중에 벼처럼 고개를 숙이든 숙이지 않든
그건 본인의 선택입니다.
어떻게 숙성되었는가...과정이 결과를 만들어 낼 테니까요.

익히는 과정은 순전히 자신의 몫입니다.
여기서 경험자와 미경험자의 세계관이 달라집니다.
그래서
가볍게 무친 겉절이는 오래가지 못하고
소금에 제대로 절여 양념을 꽉 채워넣은 김장 김치는
겨울을 납니다.

살다보니
주변에 자꾸 늘어나는 게 도사들의 가벼운 철학 덩어리들인데
내 삶 익혀가는 길도 아주 많이 남았기에
도사연...하는 분들까진 돌볼 아량이 없네요.
그저 천천히 가다가 김치국처럼 시원하게 한 끼 식사로 사라지는게...

 

오늘의 뮤비...

신형원 - '개똥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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