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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사진일기

너는 누구니?

by Gomuband 2008. 7.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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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찍어준 사진을 들여다보았습니다.
사람들이 나라고 믿고 있는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요새 내 모습은 이렇구나...

세상을 만나며 깊어진 주름골들...
웃음이 만들어낸 주름이라고 믿고 싶습니다.
불같이 화를 낸 적도 있었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다 부질없는 일들이었습니다.

매일 보는 도시의 모습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아
4시간 수업을 하는 토요일도 조퇴를 했고,
텅 빈 버스에 세 사람만 타고 집으로 돌아오곤 했습니다.
기사님, 안내양 누나, 나...

멀쩡한 집 놔두고
우린 산 중턱의 푹신한 풀밭에 텐트를 치고 잤지요.
텐트 밖으로 얼굴을 내밀고 누워 있으면
쏟아지는 별들이 잠을 불러다 주었습니다.

새소리를 들으며 잠을 깼던 시절도 있었지요.
창문을 열면 이슬 총총한 장미가 가득한 뜰이 보였지요.
찬 없는 밥도 적당히 먹고
싼 담배 한 갑 주머니에 꽂혀 있으면 부러울 게 없었지요.

모든 일을 3초만 생각하자는 나만의 비법으로...
참 여러 가지 일을 하며 살아왔네요.
덕분에 한 가지도 똑 부러지게 하는 게 없지만
속이 새까맣게 타는 병은 피해갈 수 있었습니다.

소유하지 않음이 가장 가벼운 길이라는 것도
일찍 알아챘는데...
언제부터 확실치 않은 걱정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습니다.

나를 세상에 나오게 한 인과
내가 세상에서 맺은 인연
내가 세상에 만든 업.

TV도 보지 않고
신문도 읽지 않고
뉴스도 듣지 않고
유일하게 포탈에서 보는 뉴스로 세상 돌아가는 것을 어렴풋이 알고 지냈는데
이제 웹도 한 두 가지 용도 이외엔 들여다볼 것이 없습니다.

웹에 넘쳐나는 이야기들은
조용한 마음에 화를 부릅니다.
보지 않고
듣지 않고
화내지 않으려는 마음에
아주 아무렇지도 않게 돌을 툭 하고 던져줍니다.

이제 도시를 떠나야 할 시점이 가까워진 것 같습니다.
세상에서 누리고픈
명예와 업적
부귀와 영화를
즐기는 담배연기만큼 가볍게 볼 수 있다면
언제든지 떠나도 좋을 것입니다.

다시 몸이 가벼워지는 날
날 기다리는 세상의 아름다움을 향해
미련 없이 날아오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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