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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팬클럽

형님...접니다...영주...

by Gomuband 2007. 1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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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은 문국현 후보님 홈페이지에서 가져왔습니다 *

형님...
지금은 주무시겠지요?
낮에 뵙고 제가 괜한 말씀을 드렸나 봅니다.
말씀드린 제가 더 불편해져 버렸네요.
그냥 자려다가 몇 자 적기로 했습니다.

저는 직업이 기타로 음악을 만드는 사람입니다.
형님은 악기점을 운영하시는 분이시고요.
같은 배를 타고 있는 것 같지만...
엄밀히 따지면...
저는 진짜 배를 타고 있고 형님께서는 배와 항해도구를 팔고 계시지요.

악기를 구입하는 음악인이 거의 없어진 요즈음...
새 악기를 구입하는 사람들은...
교회의 찬양단
실용음악을 시작하는 학생들
클래식을 전공하는 학생들
취미로 음악을 하는 중년들
학교에서 쓰는 교재악기 구매자...정도입니다.

프로음악인들은 악기 안 사고 다 뭐하냐고요?
형님도 잘 아시잖아요...
다 전업했어요...ㅜㅜ
소수의 세션맨과 카페와 룸살롱에서 일하는 사람들만 빼고...
예전에 악기구매의 주류였던 프로음악인들은 있는 악기도
다 팔아야 할 지경에 이르렀단 말입니다.

학교와 전공자에게 쓰이는 악기들을 빼고...
나머지 구매자군을 가만히 살펴보면
다 직업과는 거의 상관 없이 음악을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사람들이
악기를 구입해 갑니다.
교회는 신도들의 막강한 헌금으로...
중년아저씨들은 이제 조금 풍족해진 여윳돈으로...
프로들이 애지중지하던 악기를 팔아서 쌀을 살 때
아마추어들은 취미로 번쩍이는 고급 악기를 사들입니다.
뭐 있는 사람들이 제 마음대로 사는 거 가지고 할 말은 없습니다.

원래 악기상가는 밤에 주인 없는 돈이 마구 흘러다녀야 호황을 누립니다.
전에는 밴드가 있는 나이트클럽의 연주인들과
팁을 흥청망청 써대는 룸살롱의 반주악사들이 주 고객이었기에
그럭저럭 돌아갔었지요.
하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보통 사람들의 주머니가 가벼워지자
클럽을 찾는 손님도 줄어들었죠.
클럽의 음악은 DJ가 혼자서 맡아버리고
밴드를 유지할 수 없었던 밤업소의 주인들이 악단을 없애기 시작하자
우린 모두가 실업자가 되었지요.
당연히 악기점은 개점 휴업상태가 되어버렸어요.

한 때 컴퓨터음악 붐이 일어나서 새로운 악기수요가 그 자리를
메우는 듯 싶었지만 그것도 이제는 시들해졌습니다.
너무나 많은 사람이 컴퓨터음악에 달려들었고
한정된 작업거리는 다시 그들에게 작업비 덤핑을 요구했으니까요.
저는 요즈음 컴퓨터음악을 만들지 않아서 잘 모르지만
5분의 1 가격으로 떨어졌다는 소문을 들었네요.

며칠 전...
저에게 그 금액으로 다시 작업을 의뢰하는 사람이 있었어요.
단호하게 거절했습니다.
설령 제가 그 가격에 일을 한다고 칩시다.
그러면 저보다 20년 아래의 후배들은 얼마를 받고 일해야 할까요?
물론 만들어진 음악의 수준을 따지고 금액으로 환산하는 것이 어렵기는 하지만
5분의 1로 떨어진 금액을 또 내려서 받아야 할까요?
우린 붕어빵 만들듯이 재료를 넣으면 결과가 나오는 기계가 아니잖아요?
우린 아이디어를 대가를 받고 제공하는 사람들이었단 말입니다.
음악을 한 곡에 얼마라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이 참 곤혹스럽게 느껴집니다.

컴퓨터음악 쪽의 흐름을 보면
요새 88만원 세대가 왜 생겼는지 금방 알 수 있습니다.
너도나도 아날로그적인 일보다 디지털적인 일을 하려고
몰려든 결과잖아요.
원래 자기가 잘할 수 있는 일보다는
좀 더 편하고 대세인듯한 일에 모두 매달렸던 결과잖아요.
 
형님께서는 책상에 컴퓨터를 올려놓고 거의 하루 종일 보고 계십니다.
세상 돌아가는 일을 신문과 인터넷으로 다 알고 계시지요.
요새 우리나라가 어떻게 변해가고 있는지도 잘 알고 계십니다.

길게 나눈 대화는 아니었지만...
형님의 결론은 예전의 주인 없는 검은 돈이 다시 팽팽 돌아야 한다고
말씀하시는 것 같아서 조금 씁쓸했습니다.
술집에 뿌려지는 그 검은 돈은...
납품을 원하는 작은 회사 종업원들의 피땀이요
부당한 것을 청탁하는 모리배의 뇌물이요
남의 등을 치고 쥐어짜낸 어려운 사람들의 눈물이었습니다.
어쩌다 정말 여유가 있는 소수의 사람들은 제 돈을 썼겠지만...
거의 회사카드로 계산했을걸요.
여유가 있다고 해도 부동산 투기나 개발보상비로 쉽게 번 돈
아니면 룸살롱에서 그렇게 펑펑 쓸 리가 없겠지요?

사실은 요새도 그 검은 돈은 잘 돌고 있어요.
단지 형님이 계시는 악기상가로 아주 조금만 흘러들 뿐이지요.
어느 대통령 후보께서도 자기 건물을 그런 업종에 임대하고 계시다던데...
강남에서 장사가 안 되면 세나 제대로 낼 수 있을까요?

그래도 참 기분이 좋았던 것은...
형님께서 사람 하나는 잘 보셨다는 겁니다.
단지 이번에 말고 다음에 하면 되겠다고 말씀하신 것이 좀 섭섭했지만요.
이번에 형님께서 밀어주시는 분은 참 안됐어요.
제가 보기에는 딱 토사구팽당하는 역할인데 자신도 모르고 있는 것 같아요.
자신은 정치 9단이라고 생각하고 계시겠지만
이미 도사급에 오른 분들이 옆에서 웃으면서 박수 치고 있잖아요.
잘한다! 잘한다!
정말 잘하고 계신지 알고...ㅜㅜ

저는 그제 여의도에서 대선후보토론 응원 나온 사람들 얼굴을 자세히 보았어요.
희망이 있는 팀도 있고
애써 절망을 감추고 있는 분들도 있었어요.
매스컴에서 추대하는 팀의 주변 사람들 얼굴은 어두워 보였어요.
자기 가슴을 속이면서 일하면 그런 얼굴이 되곤 하는데...아닌가요?
제가 볼 때...
형님이 지지하는 분은 여러 겹의 벽에 쌓여 있더군요.
결과는 19일 밤에 나오겠지만 그분은 양자대결구도에도 못미칠 것 같아요.
삼국지를 읽은 분들은 대충 감이 오겠지요.
단수가 높은 사람들의 전략을...

글이 너무 길어졌지요?
저는 요새 매일 새벽 4시나 되어야 잡니다.
제가 좋아하는 분의 홈피에서 글을 읽으며 눈물 흘리는 게 밤의 제 일과에요.
이제 공연도 거의 끝났고 시간도 많아져서
거의 제 생활의 대부분을 생전 관심 두지 않았던 정치에 올인했지요.
그러면서도 가끔 제 자신을 돌아봅니다.
내가 왜 우리나라 정치를 신경 써야할까?
노대통령 탄핵 때 이후로는 신경 끊기로 했었는데...

그래도 기쁜 마음은 가득해요.
내가 만약 우리나라를 맡는다면 하고 싶었던 일을
대신 해줄 수 있는 분이 진짜로 나타났기 때문이지요.
그분은 내가 살고 싶었던 스타일로 평생을 살아온 분이었고
아무도 감히 할 수 없었던 일에 과감히 자신의 모든 것을 던진 분이었고
지친 사람들의 가슴에 아직도 희망이 있다는 불씨를 당긴 분이었어요.

우린 그분의 홈피에서 우리 자신을 보았어요.
그래서 우리가 반영된 그분을 위해 마치 우리가 성공하는 것처럼 열광합니다.
우리는 부패한 부정의 손과 작은 타협을 하면서 살아왔지만
양심도 버린 건 아니었거든요.
그 양심이 깨어나서 우리나라 전체에 양심선언의 불씨를 당기고 있단 말이에요.
내가 우리 가족이 우리 동네가 점점 그 뜨거운 가슴을 열고 있단 말입니다.

사실 이 글 쓰지 않으려고 했는데...
오늘 그분의 유세사진을 보았어요.
진정으로 가슴에서 우러나오지 않으면 저렇게 눈물이 나지 않아요.
제가 평소에도 말하다가 감격하면 눈물을 주르륵 흘리곤 하는데
울어본 사람만이 저 눈물의 의미를 알겠지요.
자신만을 위하는 사람이 울 필요가 있을까요?
그저 좋은 말로 세력만 몰아가면 그만이잖아요.

형님...
진정으로 정말 진심으로 우리나라를 사랑한다면
5년 후에 보태주실 힘을 이번에 귀하게 보내주시면 안 될까요?
우리의 아이들이...
살기가 어려워서 세상에 나와보지도 못하는 88만원 세대의 아이들이...
이 맑은 나라에서 기쁨에 가득하여 뛰어노는 것이 보고 싶지 않으세요?

형님...
우리는...
대통령을 만들고 싶은 게 아니에요.
정치를 하고 싶은 게 아니에요.
자신의 정체성을 알고 싶은 거에요.
'2007년의 나는 누구인가?'라는 화두를 가지고 고민하고 있는 거에요.
자신을 거울에 비춰보고 거울에 나타난 상을 쫓아 기뻐하고 있는 거에요.

내일 대학로에 그분을 응원하기 위한 모임이 있어요.
처음 그분을 뵈었던 출판기념회 날처럼 기타 들고 대학로로 가렵니다.
기타 치면서 모인 분들과 함께 할 기회가 주어질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나라의 대통령선거를
기쁨이 가득한 축제로
국민께 좋은 정책을 가지고 겨루는 토론의 장으로 만들어 가는
시발점을 만들기위해 갑니다.

형님께서도 시간 되시면 마로니에 공원에 들려보세요.
마음에 기쁨이 넘친 사람들이 가득할 겁니다.
앞으로 어떤 결과가 나오든...
형님 하시는 사업 잘되시고 가정에 기쁜 일 가득하시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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