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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팬클럽

어떤 가이드를 따라 가실래요?

by Gomuband 2007. 1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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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국민들이  히말라야로 등산을 떠났다.

첫 번째 가이드는 미국에서 붙여준 사람이었지만
셀파들의 머릿수 속이기가 들통나서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가이드가 공석이 되자 경비병 우두머리가 가이드를 자처하고 나섰다.
잘 올라가서 베이스캠프를 설치하다가 산적의 습격을 받아
또 가이드 자리가 비어 버렸다.

경비대의 내막을 잘 알고 있던 사람이 등반대를 윽박지르고 가이드가 되었다.
불평을 늘어놓는 사람들은 어디론가 사라졌다가 절뚝거리며 돌아오곤 했다.
영영 못 돌아온 사람들도 꽤 되었다.
사람들의 항의가 거세지자
경비대 후배에게 다음 캠프로 올라가는 약도를 그려주고
산자락의 절로 들어가 버렸다.

사람들은 경비대가 이끄는 루트를 몹시 힘들어했다.
전부터 가이드를 하고 싶었던 셀파가 경비대와 협상을 하고 자기가 가이드가 되었다.
막상 가이드 자리에 올라보니 힘든 일이 하나 둘이 아니었다.
아들에게 일을 시키고 배드민턴 놀이를 즐기기로 했다.
등반대의 살림이 거덜나기 시작했다.

오랫동안 셀파를 하던 사람이 있었다.
가이드를 하려고 여러 번 지원했지만 가이드에 뽑힌 적이  없었다.
등반대는 그의 능력도 시험해 보고 싶었다.

산을 오르는 데는 다른 능력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저 대원들 식사 잘 챙기고 안전하게 인도하면 될 일이었다.
하지만, 줄어버린 식량과 모자란 장비에 대원들의 원성이 높아갔다.
너무나 오랜 등반 일정에 예산도 바닥났고
장비 값을 갚으라는 무전이 빗발쳤다.
원정이 취소될 지경에 이르자 대원들이 금이빨을 뽑아서 급한 불을 껐다.

이제 정상이 얼마 남지 않았다.
마지막 공격캠프 가이드를 정하기에 앞서 등반대는 전체 회의를 열었다.
셀파와 대원들이 심하게 대립했다.
대원들은 가깝게 지내던 젊은 셀파를 가이드로 뽑았다.

고참 셀파들은 새 가이드를 미워했다.
셀파학교를 나오지 않고 셀파자격증을 딴 것도 불만이었고
그가 새로운 배식 방법을 도입하자 식량과 장비를 빼돌릴 길이 없어졌기 때문이었다.
셀파들은 가이드를 바꾸자고 데모를 했다.
등반대는 다시 위기에 빠졌다.
대원들은 불만 있는 셀파들을 해고했다.
살아남은 셀파들은 훗날을 기약하며 슬슬 태업을 시작했다.

드디어 정상공격캠프를 설치하고 공격조를 올려 보냈다.
눈사태와 거센 바람에 가이드가 부상을 당했다.
베이스캠프에 지원요청을 했다.
도와줄 수 있는 셀파가 거의 없었다.
대원들은 가이드 없이 마지막 공격을 하기로 했다.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시계
떨어져 가는 배터리와 식량
철수 아니면 죽음을 각오하고 올라가야만 했다.

그때...갑자기 한 무리의 사람들이 나타났다.
셀파마을 사람들이 목숨을 걸고 도우러 온 것이었다.
해고되었던 셀파들도 끼어있었다.

그러나 모두 함께 올라갈 수는 없었다.
대원들은 가이드를 누구로 삼을 것이냐로 회의를 계속했다.
정상공격을 도우러 온 셀파들은 좀처럼 회의를 끝내지 않는
대원들을 위해 식량을 져 날라야 했다.

그 틈에도 식량을 빼돌리는 셀파들이 있었다.
지나가던 미국등반대에 의해 빼돌려진 식량이 촬영되어
이번 등반대 셀파의 비리는 세계적으로 알려졌다.
밑에서는 공격조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자세히 알지 못하고
왜 안 올라가냐고 성화가 불 같았다.

부상한 가이드와 친한 셀파는 신의를 져버린 경력이 있고
해고 경력이 있던 셀파는 일은 많이 했던 것 같은데 그가 도와서 정상 공격에 성공한 팀이 없고
셀파마을에서 함께 와 준 사람들은 마지막 캠프까지 가 본 적이 있지만
정상공격을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고...

그동안 묵묵히 회의하는 대원들을 위해 식량을 날라다 주던 셀파가 입을 열었다.
"밑에 있는 대원들도 다 올라오라고 하셔서 다 같이 한 줄로 늘어서서
 천천히 올라가면 어떨까요?"
???
처음 듣는 공격방법에 대원들은 코웃음을 쳤다.
하지만 그의 방법도 일리는 있기에 일단 내려가서 계속 회의를 하기로 했다.
들리는 소문에...아직도 회의를 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가 가는 길은 우리 방법으로 만들어서 가야 합니다.
예전의 방법이 다 옳은 것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가이드를 따라 가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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