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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길가의 꽃을 뽑아가도 도둑이다?

by Gomuband 2006. 6.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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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쪽을 보면 뭍으로 올라온 배가...)

강화도를 초지대교로 들어서서 광성보를 지나면 긴 자전거도로와 한적한 들판이 펼쳐집니다.
한 쪽은 바다요, 반대편은 민물수로, 가끔 휴식 할 수 있는 주차장 띄엄띄엄...
천천히 드라이브하며 하늘과 땅을 즐길 수 있는 곳이지요.
오랜만에 아이들과 잠깐 소풍을 다녀왔습니다.



(남쪽을 보면 꽃길이...)

아이들 자전거 타는 것 보며 차에 기대어 있자니 말쑥한 승용차 한 대가 들어왔습니다.
두 분이 차에서 내리시더군요.
운전하고 오신 여자 분이 비닐봉투를 가지고 내리시네요.

'나물 캐러오셨나?...'

윗 사진에 나오는 꽃밭으로 슬슬 걸어가시네요.
그런데 슬쩍 제 눈치를 보시는 겁니다.
제가 바로 꽃밭 옆에 있었거든요.
안보는 척하며 딴 곳을 바라보고 있었더니...
바로 금계국 두 포기를 화단에서 뽑아가지고 나오시는 겁니다.

'아니...이럴 수가...!'

혈압이 솟고 가슴이 뛰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고약한...
제 옆을 지나는 두 분께 말씀드렸습니다.

" 아니 꽃을 뽑아 가시면 어떻게 합니까?"
" 화단에 심으면 잘 퍼진다고해서 가져갑니다."

두 분은 이상한 웃음을 흘리면서 차에 꽃봉지를 실었습니다.
좀 더 큰 소리로 말했습니다.

" 곤란한데요!..."

막 차에 오르려던 발걸음이 멈춰졌습니다.
'아니 지가 뭔데 시비야?' 라는 생각이셨겠지요.
이 시점에서 이 짓을 중지시켜야한다는 생각에 뭔가 그럴듯한 거짓말이 필요했습니다.

" 제가 공무원인데 그냥 보내드릴 수 없습니다."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속으로는 '공무원증 보여줘봐!'라고 말씀하실까봐 조마조마 했지만...

" 다 같이 즐기자고 돈 들여 심어놓은 것을 가져가시면 어떻게 합니까?"
" 아~내가 여기 집이 있는데 마당에 심을라고...파는 데가 없더라구..."
" 종묘상에 가면 다 팝니다. 얼마 안 해요."
" 돈이 문제가 아니라...구할 수가 없어서..."
" 그래도 가져가시면 안 됩니다."
" 에이~ 그러지 말고...한 번만..."

허허~ 이거 이러다가 뇌물 주시는 거 아닌가?
꽃 한 포기 가져가자고 뇌물을 주시지는 않으시겠지...

" 제가 이미 보았기에 절대로 안 됩니다!"
더 큰 거짓말을 바로 궁리해냈습니다.

" 하도 꽃을 뽑아가서 휴게소마다 저희 직원들이 나와서 지키고있습니다."
" 주말에도 근무 중이지요."

진짜 공무원처럼 자랑스럽게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습니다.
그제야 두 분은 꽃을 차에서 다시 꺼내셨습니다.

" 호미가 없는데 어떻게 심어...당신이 심어~"
심히 불쾌하시다는 말씀이지요.
뽑을 때는 도구가 필요하지 않은데, 심을 때는 호미가 필요하다?
하하하...참 변명도...
괜히 쑥스러워서 그러셨지요?

여자 분이 화단으로 가셔서 꽃을 놔두고 오셨습니다.
바로 차에 오르시더니 주차장을 빠져나가시더군요.
그 분들이 가시고 나서 화단으로 가보았습니다.




                    

다시 심어주지도않고 그냥 놔두고 가셨더군요.
이런 이런....-..-

길 가에 나와서 찻길을 바라보고 있었더니
그 두 분이 타신 차가 다시 주차장 앞을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제가 가버린줄 아셨나요?
아마 모자란 일손에 다른 곳으로 갔을 것이라고 생각하셨나봅니다.
한참 기다렸더니 차를 돌리셔서 또 지나가시네요.
차를 촬영하려다가 참았습니다.
(차량번호는 명석한 머리로 잘 외워두었으니 걱정하지마세요...^^)
아예 112에 신고하여 강화도를 봉쇄하고 파렴치한 두 분을 애태워드릴까...생각도 했지만...
이번에는 참기로 했습니다.

제가 낚시꾼이기에 전에도 불법어로를 하시는 분들을 많이 뵈었지요.
어떤 열혈남아께서는 그 불법어로인께 그물을 걷으라고 말씀드리고
바로 시정이 되지 않자 바로 신고하시더군요.
저도 그렇게 하고 싶었지만...
길 가에 심은 꽃을 가져가는 게 어떤 죄가 되는지 잘 몰라서...-..-

오래 전에...
종로 2가에서 근무할 때.
출퇴근용 오토바이를 가로등에 체인으로 매어놓았더니 공공기물손괴죄로 잡아가시더군요.
그래서 대낮에 종로경찰서 유치장에 들어가서 하룻밤 자고, 새벽에  즉결심판 받고 벌금 내고 나왔습니다.
제 사례로 볼 때, 꽃을 가져가는 일은 공공기물절도죄 정도 될 것 같은데...

자전거를 타면서 아빠가 뭐하시나?...하고 궁금해하던 아이들이 하는 말...
"아까 우리 도착했을 때 들어온 까만 차 있었잖아...
그 사람들도 몇 포기 가져가던데...
아빠는 우리 봐주느라 몰랐지?"
" -..- "

앞으로 꽃파파라치제도를 시행하여 주말에 용돈을 벌었으면 좋겠습니다.
가뜩이나 어려운 음악인들...
카메라 챙겨가지고 오선지 값이라도 벌 기회가 생겼으면 좋겠네요.

그리고...
강화도의 공무원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말씀 올립니다.
잠깐이지만 공무원 사칭한 점...
개인 신분으로는 못 할 일이 많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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