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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팬클럽

동행(同行)

by Gomuband 2005. 9.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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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행복한 날
되세요.


    이제는, 웬만한 농촌에서도 소(牛)를 보기가 드문드문합니다.
    거의 모든 농사일이 기계화 되어서이겠지요.
    하지만 ‘저절로’가 사는 이곳에서는 아직도,
    소로 밭을 가는 풍경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비탈진 밭의 경사도가 심해서, 경운기나 트랙터로 할 수 없는 일을
    ‘소’가 대신 해 줄 수 있기 때문이지요.
    때문에, 밭을 가는 일이 끝나면
    ‘소’는 이렇게 개울가 풀밭에서 하루 종일 풀이나 뜯으면서
    팔자(八字) 좋은 신세가 된답니다.
    웬 소(牛) 팔자(八字) 이야기이냐고요?

    우리네 옛 어른들의 말씀으로는 ‘팔자’라고도 하고
    좀더 철학적(哲學的) 표현으로 말하면 운명(運命)이라는 것이
    소(牛)를 모는 일과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봤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오늘은,
    소(牛)의 팔자와 우리 인간의 팔자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농촌에서 자랐거나 살면서,
    소를 끌고 다녀본 경험이 있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소가 아니 가려고 버티는 것을 억지로 끌고 가려면
    여간 힘 드는 게 아니랍니다.
    꼼짝하지 않으려는 소를 아무리 끌거나 밀어보아도
    사람의 힘으로는 어쩔 수가 없답니다.
    사람의 힘이 소의 힘을 당할 수 없으니까요.

    그래서,
    소가 꼼짝도 아니 하려는 때에는
    그 소가 좋아하는 먹이를 소의 코 앞 가까이 대어주고
    살살 약을 올려 유인하는 방법을 쓸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방법에도 아무런 효과가 없는 경우도 있지요.
    또한 때로는,
    제 멋대로 가는 소를 멈추게 하려는 경우(境遇)
    소를 끌고 가는 것 보다 더 힘이 들고
    잘못하면 사람이 질질 끌려가다가 다치고 맙니다.
    그래서 옛 어른들이 착안(着眼)해 낸 방법이
    소의 ‘코뚜레’와 ‘고삐’입니다.
    소의 고삐를 쥐고
    옆이나 뒤쪽에서 고삐를 당기거나 고삐로 소의 옆구리를 툭툭 치며
    소가 가는 방향만을 조종하면서 같이 동행(同行)을 하면,
    많은 힘을 들이지 않고서도
    내가 생각하는 방향으로 소를 몰고 갈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의 운명(=팔자)이라는 것이
    어쩌면 이 고집 센 소와 같지 않을까 합니다.
    내 마음대로 급한 욕심으로, 운명의 앞에 서서
    내가 바라는 방향으로 운명을 끌고 가려는 것도 어려운 일이고
    운명이 가는대로 내가 끌려간다는 것도 위험한 일이라는 말이지요.
    팔자(八字)라는 고집 센 소가 가는대로 따라주는 척 하면서도
    고삐를 당기거나 툭툭 쳐 주며
    ‘팔자’가 가는 방향을 내 마음에 맞게 조종하며 동행(同行)하는 기술
    이것이 현명(賢明)함 아닐는지요?
    물론 그러하자면;
    모든 것들을 내 마음대로 이루려는 욕심이 지나쳐서도 아니 될 것이고
    빨리빨리 성취(成就)하려고 조급해서도 아니 되겠지요?


- * 저 절 로 * -




[음악 출처 : Gomub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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