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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팬클럽

조촐한 삶

by Gomuband 2005. 8.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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잣나무..소나무와 비슷한 잣나무는 힘차고 시원하게 생겼다. 소나무가 여성적 이라면 잣나무는 남성적이다. 잣나무와 소나무는 늘 함께 자라는데 이에 '송무백열' (松茂柏悅) 이라는 말이 나왔다. 소나무가 무성하니 그 옆에 선 잣나무가 기뻐한다는 뜻이다. 우리 모두는 이기심, 질투심을 버리고 너그러운 잣나무의 마음을 배워야 할 것이다. 친구나 이웃이 잘되는 것을 내 일처럼 진정으로 기뻐해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재미있는 나무 이야기 中에서..


사람들은 각자 자신만의 그림을 그리면서 살고 있다고 생각해. 어떤 남자를 만나고 싶다든지, 아이들을 어떻게 키우고 싶다든지, 어떻게 노후를 보내고 싶다든지...그런데 대체적으로 자기가 꿈꾸는 대로 인생이 흘러가는 경향이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니? 자기가 막연히 또는 구체적으로 꿈꾸다가 그런 기회가 왔을 때 그 끈을 잡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아주 오래전에 TV에서 나이가 들었지만 여전히 순진무구한 소년 같은 피천득님의 생활을 보여준 적이 있었어. 그 분은 작가의 명성에 맞지 않게 서울 변두리의 아주 작은 아파트에 살고 있었는데 내가 감동 받은 것은 그 분의 조촐한 삶의 모습 이였지. 그 분의 서재에는 오래된 책이 꽂혀 있었고, 삼십년도 넘었다는 작은 앉은뱅이책상이 전부였어. 피선생님의 책에서 느껴졌던 그 분의 인품이랑 사는 모습이 그대로 일치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지. 그때 어렴풋이 그런 생각을 했던 거 같아. 저렇게 조촐하게 살면서도 행복한 사람은 진실로 행복하겠다고.


그분에 비하면 나는 얼마나 많이 가졌는지...그 때부터 자꾸 덜어 내며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한거 같아. 남편은 나이가 들면 시골로 가서 농사지으며 살고 싶다고도 하고 캠핑장지기를 꿈꾸곤 하지. 게으른 내게 의심의 눈초리를 잔뜩 보내면서 말이야. 그래, 난 농사를 지을 수 없을지도 몰라. 하지만 나이가 들어서도 잘 차려 놓고 우아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아. 그냥 꼭 필요한 것만 주변에 놓고 피선생님처럼 조촐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단다. 정말로 욕심 부리지 말고 마음만은 풍요하게 갖고 유유자적하게 살고 싶어. 그것이 내가 막연히 그려보는 내 노후의 한 모습이란다..

**2001년에 피천득 선생님을 떠올리며 친구에게 보낸 글입니다..
처음 고무밴드홈에 구경왔을때 (꽤나 오래 된 것 같음) 제 눈을 사로잡은 것은 고무밴드의 실물사진도, 기타에 관한 얘기도, 따뜻한 기타선율도 아닌 샘터와 피천득님에 관한 글이였음을 고백합니다. 오늘 하루도 어느새 저물고.. 선선해졌으니 자전거 타러 고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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