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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팬클럽

광장동 수요조직의 정체는?

by Gomuband 2005. 7.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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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3월 광장 동으로 이사 온지 1주일 되던 날, 예전에 알던 사람의 소개로 '포근한 이'를 찾아갔어. 어느 집이든 그 집안의 분위기를 보면 그 안주인의 스타일을 단박에 알 수 있지. 오래되어 빛이 나지 않는 가구들은 주인의 검소함을 말해주고 있었고 안방은 온통 책들로 꽉 채워져 있어서 마치 작은 도서관 같았어. 뿌연 거실 창 밖으로 유유히 흐르는 강물에 시선을 두고 있는데 조용히 다가와 야채 차 한 잔을 건네더군. 화장기 하나도 없는 수수한 얼굴에 휘둥그런 두 눈. '참 담담한 사람이구나.' 호들갑하고는 거리가 먼, 휘몰아치는 폭풍우에도 끄떡하지 않을 태산 같은 무거움이 그녀의 첫인상 이였어.


"아이들을 보면 그 부모를 알 수 있다는데 너무 부족한 것이 많아 부끄럽네요."
"잘하는 애나, 못하는 애나 알고 보면 종이 한 장 차이지요."
다재다능함을 요구하는 이 나라의 교육풍토에서 3년간의 공백은 아이들에게 치명적 이였어.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을 써야할 지 혼란스러워 하던 내게 그니 말은 적잖은 위로가 되더라.


"수요일마다 광장 복지관에서 독서 모임이 있는데 와 볼래요? 다음주엔 앨빈 토플러의 권력이동을 할 것인데,," (포근한)
'그 빨간, 두꺼운 책? '(오 마이 갓!)
언제부터인지 욕심껏 사놓은 책들은 책꽂이에서 먼지만 뒤집어쓰고 있었어. 여유 있을 때 읽겠다고 했지만 여유가 생겨도 책은 점점 뒷전으로 밀리고 있었지.
'그래, 결심했어! 적어도 일주일에 한 권은 읽을 수 있을 거야.'


2 주일 뒤에 광장 복지관에 올라가니 리더 격인 꽃님이 이 수요모임에 대해 간략히 소개를 하더군.
"작년 5월에 이 모임이 시작되었고 각자 자기 꿈 이름을 져서 그 꿈 이름을 불러주고 있어요....자아~ 각자 자기소개 좀 해주세요~"
"저는 꽃님, 해맑은, 지혜로운, 포근한, 겸손한, 고운님입니다." 나는 즉석에서 (마음이) 여유로운 이로 했다가 경제적인 여유로 착각할 소지가 있어서 '소박한 이'로 바꿨어. (단순, 소박, 조촐하게 살고 싶은 나)


책 선정은 한사람씩 돌아가면서 하되 어느 한쪽 주제에 치우치지 않도록 나름대로 신경을 쓰고 있었어. 미래, 교육, 역사, 철학, 종교, 경제, 심리.... 포근한 이가 20% 할인된 책을 주문해서 가져오면 그 책을 읽고 자신이 느낀 점을 각자 나누는 방식 이였어. 솔직히 처음에는 어색했으나 점점 나아지더군. 전업주부가 자기 생각을 종합해서 발표해 본 일이 있었어야지. 모임자체가 신선한데다 뒤늦게 집중해서 책보는 재미가 솔솔 하고 여러 조직원들의 다양한 생각을 들으면서 많이 배우고 있다네.


때때로 한사람을 만남으로 인해 세상이 얼마나 행복해지는지 몰라. 포근한 사람을 소개 시켜준 엄마가 정말이지 고맙더라고. 아니 인도 사람들이 말하듯이 우리는 오래 전에 이렇게 만나도록 정해져 있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네. 그대와 나처럼...


독서모임의 초창기 개국공신들은 꽃님, 포근한 님, 고운님, 온유한 님, 겸손한 님 이고 내가 들어오고 나서 이 모임에 5명(봄님, 싱싱한, 예쁜, 향기로운, 상큼한)이 더 합류를 했어. 꿈 이름처럼 예쁘고 봄처럼 활기가 넘치는 사십대 아줌마 군단이지. 분위기가 훨씬 활기차고 밝아졌어.
"가끔 물갈이를 해야 돼" (소박한)
"물 보충!!" (톡톡 튀는 봄님이 즉각 정정해줬다)
"앗 실수! 언어 선택 하나 잘못해서 짤릴 수도 있는데...^^;;


꿈 이름 한번 지어 보실래요?


(2001 소박한 씀)
4년 전에 쓴 글인데 고무밴드의 이해를 돕기 위해 올립니다.
그 후로 몇 명분들이 거쳐 갔고 현재 인원은 15명입니다.
샘물님과 바람의 향기님은 2004년에 주변의 강력한 추천으로 우리 조직에 막차로 들어왔죠.
우리의 조직원들의 한결같은 바람은 늙어서도 함께 책을 읽으며 즐겁게 지혜롭게 사는 것입니다.
언제 한번 부부동반 모임을 한번 하자는 의견이 있었지만 여의치가 않았었어요.
그런데 요번 사랑방 음악회가 우리의 오랜 숙원을 이루게 해줬습니다.
아주 자연스럽게 아주 기분 좋게!!


그런데 참 이상하죠? 제가 없어야 그게 가능했다는 게..(끄응~)
이제 남푠님들도 다 인사를 했으니 이제 수요독서모임의 앞날은 탄탄대로입니다.^^
사실은 지금만으로도 충분하긴 해요..
제가 수요일마다 에너지를 받는 이유를 아시겠죠? 늘 수요일마다 엔돌핀이 팍팍 솟는답니다. 얼마나 많이 웃는지,,
다시한번 좋은 음악을 들려주신 고무밴드님과
사랑방을 내주신 너른님과 바람의 향기님께 미안함(본의 아니게 뒷일을 맡기고 줄행랑친거 )과 고마움을 전합니다.


그리고 부부동반을 해주신
바람의 향기 부부, 온유한 부부, 고운님 부부, 예쁜님 부부, 상큼한 부부, 포근한 부부, 꽃님 부부, 싱싱한 부부, 숲가이드 부부, 이웃 찬진네 부부,
홀로 오신 겸손한님과 샘물님도 즐거운 시간 보내셨다고 합니다.
저는 집안에 갑작스런 일(초상)로 삼일동안 정신없이 보냈습니다.
김영조님이 제가 안와서 삐치셨다고 했는데.
그거 아세요? 그 자리에 가장 있고 싶었던 사람이 저라는 걸,,
많은 분들이 행복하셨다니 그것으로 저는 마냥 행복합니다.
앞으로 좋은 일들이 많이 생길 것 같군요.
오늘밤 화천에 잘 다녀오시기 바랍니다.
지난 수요일에 부득이하게 펑크 낸 것을 이글로 떼우렵니다.
용서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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