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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여름이야기 4 - 대포항의 풍어제에서...

by Gomuband 2005. 7.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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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수선생님 사이트의 납량특집에 올린 글입니다*

외박 나온 동생에게 오징어회를 사줄까하고 찾은 대포항.
꽹가리 소리가 요란한 곳에서 발 길을 멈췄다.
풍어제...
나이 드신 무당이 신명나게 뛰고 있었다.

신성호 30만원, 자유호 20만원...
배 이름을 적은 종이가 주욱 걸린 줄 뒤로
무당의 춤추는 버선 끝을 쫓는 사람들 시선들...

북 소리, 꽹가리 소리가 한층 빨라짐에
사람들 호흡도 가빠지는 것이 느껴졌다.

장정 두 명이 지름 1m가량 되는 떡시루를 들고 나와서
굿판 가운데에 내려놓았다.
떡이 가득한 떡시루...
사람들에게 잘라서 나누어주려나보다...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무당이 춤 추며 떡시루에 다가갔다.
한 장정이 떡시루 손잡이에 수건을 둥글게 접어서 끼웠다.
장정 둘이 떡시루를 들어올려 떡시루의 손잡이를 무당의 입에
물려주었다.

장정 둘이 떡시루에서 손을 떼었다.
떡이 가득한 떡시루가 무당의 입에 그대로 물려서
허공에 떠있다.
사람들은 완전히 경악했다.
아주 짧은 순간 모든 것이 정지했다.

무당은 다시 춤을 추기 시작했다.
떡시루를 입에 문 채로...

사람들은 이제 다른 경지로 들어갔다.
마치 마녀를 묶어놓고 화형하려는 분위기로 바뀌어갔다.
'죽여라! 죽여라!'
외침은 없었지만 모든 사람들이 무당의 열기와 일치된 느낌이 왔다.
나도 같은 느낌으로 빨려들어갔다.

'그만 가자...형!'
동생이 다가와 믿겨지지않는 눈으로 나를 깨워냈다.

* * *
접신 된 무당을 본 첫 체험이었습니다.
궁금한 것은 많지만...
아직 맨발로 작두를 타거나 대나무를 세우는 것을 보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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