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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사진일기

홍도는 울지 않아요

by Gomuband 2010. 10.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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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한 번 가볼까 말까 한 홍도를 매주 들어갈 일이 생겼습니다.
관광객을 대상으로 짧은 저녁공연을 하기 위함입니다.
근처의 흑산도 대둔도 가거도에 간 적은 있으나
홍도에 들어간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오랫동안 호남에 머물러야 하기에 뭘 더 챙겨야 할지
궁리하다 보니 머릿속이 엄청 혼란스럽습니다.
악기와 낚시장비, 촬영장비, 옷...전기요, 이불...
제일 중요한 건 잠자리인데...
매일 남의 집 신세를 져야 하니...쩝...-,,-



광주에서 아는 이의 전시회가 있어서 시간을 맞추려고
웅천에서 고속도로를 벗어났습니다.
물이 원래 맑은 건지
가을이라 맑은 건지...
어쨌든 물고기가 살고 있는 것은 확인했습니다.
컵라면 하나 먹고 광주로...



목포로 가는 길엔 고창이 있지요.
동호의 길고 깨끗한 해변이 쉬었다 가라고 손짓하지만...
이번엔 들를 시간이 없습니다.
비슷한 모양의 가로수가 심어진 길이 들판을 가로질러 주욱 펼쳐집니다.
고창에선 육칠십 년 전의 건물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광주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압해도로 왔습니다.
성호가 채소밭을 만들었습니다.
배추와 마늘이 한이불을 덮고 자라고 있었습니다.



홍도에 들어가 방파제에서 잠시 낚시를 했습니다.
민물대로 잡는 바닷고기의 손맛...
망둥이 바늘에 올라오는 쥐치, 고등어, 우럭...
시간이 허락한다면 고등어 자반 한 보따리를 만들 만큼 잡을 수 있겠더군요.
쥐치를 보니 오래전, 포항 시장노점에서 쥐치회 한 접시를 천 원에 먹은 기억이 났습니다.
저녁 양식으로 삼으려고 수족관에 넣어두었습니다.

저녁상을 차리던 영희가 쥐치는 회로...

고등어는 구이로 변신시켜 내왔습니다.
저도 빨리 생선을 음식으로 변신시키는 기술을 습득해야겠습니다.



비가 많이 와서 학교 강당에서 공연을 하기로 했습니다.
영희가 열심히 도와줘서 빗속에서도 무사히 짐을 날랐습니다.
처음 타보는 삼발이 오토바이...
솔직히...무서웠습니다.
그렇게 첫 번째 홍도공연은 막을 내렸습니다.



월선리 도예가 김문호 선생님 댁에 갔습니다.
전과 다름 없이 거위가 집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예전의 그 거위인지 모르지만 거위도 꽤 오래 사는군요.
작업장 창을 열면 시원한 댓바람이 솔솔 들어옵니다.
언젠간 흙을 만져보고 싶은데...



해제에 갈 일이 있어서 함평으로 갔습니다.
산하와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하며 소주를 비워냅니다.
사과농사를 그만둔 과수원...돼지가 빈자리를 메워갑니다.
해제의 경수를 만나 고무밴드의 호남본부로 쓸 집을 얻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해제는 바다와 황토가 어우러진 멋진 곳이기 때문입니다.
고무밴드 호남본부는 시실리로 가기 전에 수산업과 음악을 어우를 곳입니다.



압해도 도선장에서 낚시를 했습니다.
고기가 잘 나오지 않습니다.
옆에서 구경하던 분께 바다낚시에 대해 궁금한 걸 많이 여쭤보았습니다.
물때, 채비, 낚싯대, 미끼 끼우는 법, 채비 흘리는 법...
훌륭한 수산인이 되려면 아직 배울 게 많습니다.



안좌도에 일 보러 들어갔습니다.
목포 북항에선 다양한 낚시꾼을 볼 수 있습니다.
바지선에서 루어낚시로 낙지와 꼴뚜기를 잡으시는 어르신들을 뵈었습니다.
아침 물때에 나오신 분은 대여섯 마리씩 잡아놓으셨습니다.
밤에 홰 낙지 잡는 것보다 마릿수는 월등합니다.
주차장에서 운 좋게 루어 하나를 주웠습니다.



커다란 기타 대신 우쿨렐레를 들고 배에 올랐습니다.
작은 우쿨렐레 소리가 엔진 소리를 이기고 바다로 뻗어나갑니다.
선미에 앉아 아름다운 곡조 하나를 만들어 녹음해 두었습니다.



안좌도엔 동화작가 김화숙 님이 삽니다.
점심 때를 맞춰 도착하여 막걸리 한잔으로 회포를 풉니다.
안좌도에선 붕어낚시를 해야 제격인데 오늘은 시간이 없습니다.



돔 낚시를 간다는 정준이를 따라 다른 방파제 구경을 갔습니다.
우리는 들물에 망둥이 낚시를 했습니다.
아무도 없는 방파제...가을이 가득 차있습니다.
정말 아름다운 곳입니다.



성호 옆집 사는 동배는 농사꾼입니다.
농한기엔 산불방지하는 일을 한다고 했습니다.
동배는 낙지도 익혀 먹습니다.



민물 릴대를 꺼내어 원투 지렁이 채비를 달아 던졌습니다.
루어낚시용 2호 줄이 버텨줄지 불안했습니다.
투두둑...투둑...
깨끗한 망둥이가 두 마리 나왔습니다.



망둥이를 넣어 둔 살림망이 들물에 어디론가 떠내려갔습니다.
훌륭한 수산인을 꿈꾸는 자로서 다시는 용납할 수 없는 실수였습니다.



자리를 옮겨 정준이에게서 홍거시를 빌려 끼워 던졌더니 복어가 나왔습니다.
정준이네 형이 망둥이를 식량으로 만들어 주셨습니다.
초장에 찍어 소주 일 발 장전!

정준이는 오늘 배낚시로 농어를 한 마리 잡았습니다.
앞으로 저는 정준이를 바다낚시 사부로 모시기로 했습니다.
이제 배와 기술을 갖춘 전문 수산인이 제 곁에 생겼습니다.
지화자~~^^





시인 김성호 님은 목포 사람이지만 압해도에 삽니다.
오래된 한옥 옆에 지은 작은 방에서 삽니다.
손님이 많이 오시면 좀 옹색한 크기지요.
그래서 내년 봄엔 한옥을 청소하여 문화공간으로 꾸미기로 했습니다.
음악도 하고
그림도 그리고
시도 읊는...

이번에 성호가 밥 챙겨주랴 잠자리 챙겨주랴,,,애 많이 썼습니다.
정말 고마운 일입니다...^^



배추가 그새 많이 자랐습니다.
라디오에선 중국산 배추가 들어왔다고...



집은 오래되었지만 기둥과 지붕의 목재들은 쓸만합니다.



전선은 바꿔야 할 것 같군요.



성호네 동네 동서리엔 아직 옛날 집이 많습니다.



노인정으로 이어지는 길은 아스팔트로 깨끗이 포장을 했지요.



마당에 새집을 지어 이사하고 비어 있는 구옥은 창고로 씁니다.



지붕엔 풀이 맘대로 자라지요.



소 먹이던 외양간 창입니다.



여기도 외양간.



이런 낙서는 전국 어디나 있군요.



작년 겨울에 눈 무게를 이기지 못한 슬레이트 지붕이 내려앉았다는데
이번 태풍엔 아무런 피해도 보지 않았습니다.



다음에 시간 나면 벽에 그림이라도 그려줘야겠습니다.



간이 대문이라도 걸어매고...





다시 홍도에 들어갔습니다.
해변 나이트 앞 데크에서 공연을 했습니다.
태양이 작열하는데 연주자에겐 한 뼘의 그늘도 없습니다.
꼬마손님들은 햇볕에 익숙한가 봅니다.



이 사진은 뭐가 뭔지 알아볼 수 없지요? 사실은 아래 사진에 있는 모습이랍니다.


 
밤 공연은 싱얼롱 위주로 진행했습니다.
함께 노래하는 무대가 역시 정겹습니다.

홍도에 오신 관광객들은
섬 일주 유람선을 타거나 홍도 2구로 넘어가는 등산을 합니다.
밤엔 자유시간을 갖게 되는데...
거의 음주로 시간을 보내십니다.
저녁식사 후 적당한 공간에서
남도의 자랑...소리와 국악 연주를 들을 수 있으면 좋을 텐데요...

아침 식사 후 낚시를 했습니다.
고등어 한 마리가 나오고 입질이 뜸합니다.
해파리 때문일까요?
오늘도 쥐치와 고등어 몇 수 했습니다.



홍도에서 우릴 성심성의껏 도와준 영희입니다.
몽돌해변에서 대한횟집을 합니다.
원래는 프로그래머라는데 지금 그의 손에는 비린내가 가실 날이 없습니다.
영희야 정말 고맙다...^^



홍도에서도 궂은 일이 있었지만...
일일이 적을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좋은 기억만 챙기기에도 시간이 넉넉지 않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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