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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팬클럽

WE CAN 고무밴드 작은 음악회 보고서

by Gomuband 2005. 8.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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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이 넓은(?) 꽃님이 고양시 벽제에 있는 장애 근로 복지 센터인 WECAN에 봉사를 가자고 합니다. WECAN은 작년 코스모스가 피는 철에 한번 다녀왔던 곳이죠. 저희가 사는 동네에서는 워낙  멀어서 자주 가지는 못하지만 좋은 인상으로 남아있던 곳이라 다시 한번 가보고 싶었던 곳이었어요. 흔쾌히 예스를 하고 나서 생각하니 글쎄 다른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뭡니까? 문득 몸은 불편하지만 밝은 모습으로 즐겁게 일하시는 그곳의 근로자님들께 좋은 음악 선물을 드리는 것은 어떨까?  그것이 우리가 몰려가서 봉사하는 것 이상이 될 것 같았어요. 조심스레 김영주님께 말씀 드렸더니 3초 생각하시구^^ 흔쾌히 예스를 하시더군요. 사실 저희가 봉사하러 간다고 하지만 그다지 힘든 일을 하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멀리까지 가서 봉사하는 시늉만 하고 오는 것 같아서 좀,,, 그랬거든요.


어제는 아침부터 온종일 이슬비가 내렸지요. 8시 반에 아파트 앞에서 모여 차 두대로 7명이 벽제를 향해 출발을 했습니다. 2시간 만에 도착해서 먼저 와계신 인재근 여사님과 반갑게 인사를 했답니다. 작년에는 감투가 없으셨는데 1년 만에 아니 글쎄,, 장관 사모님이 되셨어요. 살이 빠지신 것 외엔 여전하십니다. 옷은 물론 화장도 하지 않으시고 머리도 손을 대지 않은 소탈하신 모습 그대로입니다. 함박웃음도 여전하시더군요. 글라라 원장수녀님께 인사를 드리고 앞치마를 두르고 위생모를 쓰고 젊은 친구들(20~ 35세)이 맛있는 쿠키를 만드는 작업장으로 들어섰습니다. 작년에는 설거지 같은 허드렛일을 했는데 올해는 정성껏 손으로 만든 쿠키를 140g 측정을 해서 제습 제를 넣어 비닐 봉투에 담는 일을 했지요. 근로 복지센타, WECAN의 특별함은 장애인들이 당당하게 사회인이 되어 작업한다는 것이고, 위캔 쿠키의 특별한 맛은 100% 순 우리 밀에 우리 농산물을 사용한다는 점입니다. 친환경쿠키인 것이죠. 맛있습니다.^^


WECAN 바로 아래에는 ‘Soul Cafe' 라고 장애인들이 서빙하는 특별한 식당이 있습니다.(TV에 소개됐던 곳입니다) 언덕위에 있어 경치도 아름답고 수녀님들의 섬세한 손길이 닿은 내부는 깔끔하고 아기자기 합니다. 서빙하는 장애인분들의 동작은 한껏 느리지만 친절한 미소에 정성이 가득해서 감동적이지요. 음식은 또 얼마나 맛깔스러운지요. 일하러 간 거야? 먹으러 간 거야? 일은 조금하고 먹으러 간 것 같아 미안스럽기는 하지만 사실 그 음식 맛과 분위기가 그리웠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저 원래 그런 사람입니다. ^^
오붓하게 조직원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는데 갑자기 떠들썩한 일행들이 소울 카페로 몰려들기 시작했습니다. TV 9시에 뉴스에서 많이 뵙던 분들 이였습니다. 그분들도 마침 오늘 장애인 복지센터인 위캔을 방문하셨던 것이죠. 카메라가 돌아가고 국회의원님들이 저희자리로 와서 명함을 돌리고 인사를 건네고 갑자기 저희는 정치인들의 리셉션 장에 초대받은 기분으로 그렇게 앉아있어야 했답니다. ㅠㅠ


맛있는 점심을 먹고 다시 WECAN으로 돌아가 젊은 친구들이 만든 쿠키를 사고 고무밴드님을 기다렸습니다. 일행 중 바쁜 사람들도 먼저 떠나보내고 고운님과 꽃님, 온유한님과 소박한 저, 그렇게 4명만이 남았지요. 2시경에 고무밴드 김영주님이 도착하셨는데 세상에나! 작은 차 안에 장비로 꽉 차 있었습니다. 비도 살살 뿌리는데 높은 계단으로 무거운 장비를 옮기는 것도 큰 일 이였지요. 작은 강당에 앰프를 설치하는 동안 김영주님이 저희에게 숙제를 내주셨어요. 동요 네 곡을 주면서 무대 앞으로 나와서 마이크를 잡으라는 것이었지요. 그래서 저희 Four Sisters(!!)는 때 아닌 노래연습에 들어갔습니다. 막간에 작업실에 불려가 쿠키에 넣는 허브 잎을 따기도 했구요. 오후가 되니까 살맛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공연시간은 오후 3시였어요. 점심때쯤 했으면 좋았겠지만 그건 저희가 맘대로 정할 입장이 아니었어요. 모든 것이 WECAN의 일정에 맞춰야 하니까요. WECAN에서 일하는 친구들이 평상복을 갈아입고 강당으로 몰려들었어요. 작업장에서는 작업복을 입고 있을 때는 몰랐는데 정상인들과 조금 다르다는 것을 비로소 느낄 수가 있었어요. 약간은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공연이 시작되었지요. WECAN의 친구들은 체력이 정상인들보다는 약해서인지 피곤해서 꾸벅꾸벅 조는 분들이 많이 계셨고 조는 친구들을 서로 지적해서 깨우는 등 산만한 분위기라서 어찌 1시간동안 혼자서 공연을 이끌어갈까 솔직히 너무 걱정스러웠어요. 제 옆에 계셨던 복지사분께 여쭤보니 위캔 친구들 분들은 클래식보다는 신나는 가요 곡을 좋아한다는 겁니다. 이아이구머니나!


그런데 고무밴드의 김영주님은 역시 노련하시더군요. 젊은 친구들에게 눈높이를 맞춰 재미있게 이끌어가셨어요. 위캔의 젊은 친구들도 마음이 순수해서 좋으면 좋은 그대로의 감정을 표현하면서 고무밴드 음악에 빠져들기 시작했지요. 그들이 웃으면 저도 웃고 표정하나하나 보면서 공연 내내 함께 했습니다. 익숙한 곡도 좋았지만 새롭게 선보이는 신곡들이 한결같이 좋더군요. 비 내리는 창밖으로 보이는 노오란 해바라기에 시선을 두며 꼬마 너구리, 오토바이 레이스, 실루엣, 모나미, 망아지 폴카를 감상했어요. 신나는 망아지 폴카를 칠 때는 위캔 친구가 나와 멋진 러시안 춤을 춰서 분위기를 한껏 띄워주었지요.


드디어 Four Sisters 차례가 되었습니다. 무대 의상은 갖추지 못했지만 타고난 미모와 몸매(심한 걸~^^), 밝은 미소로 좌중을 휘어잡았습니다. ㅋㅋㅋ 우리는 함께 준비한 동요를 불렀지요. 섬집 아이, 따오기, 오빠 생각,  WECAN의 젊은 친구들의 노래는 음정, 박자 모두 다 맞지는 않았지만 그 열의만큼은 백점을 줘도 부족합니다. 마지막 곡 오토바이 레이스가 연주될 때는 위캔 젊은 친구들이 오토바이를 타는 흉내를 내기도 하고 시키지 않았어도 엇박자를 신나게 쳐주어 축제 분위기 속에서 막을 내렸답니다. 몇 명의 친구들이 다가오더니 저희에게 사인을 해달라고 합니다. 노래하고 싸인해 보기는 처음이라 얼떨떨했지만 행복했습니다. 한 친구는 음악을 들으며 시를 썼다고 보여줬답니다.


공연이 끝나고 글라라 수녀님이 준비해주신 빵과 커피를 마시면서 짧은 시간 담소를 나누었습니다. 마음이 여린 온유한님은 말하면서 눈시울이 빨개집니다. 따뜻하고 감동적인 공연이었어요. 이제 작업장에서 신나는 가요만 나오지 않을 겁니다. 영혼이 따뜻해지는 고무밴드곡을 작업시간에 틀어주겠다고 약속해 주셨거든요. 비 내리는 초 가을날, 고무밴드가 좋은 마음으로 위캔 친구들에게 뿌린 씨앗은 두고두고 아름답게 남아있을 겁니다. 저희도 기쁘게 한몫할 수 있어서 더욱 보람 있었습니다. 실력은 형편없지만 언제든지 싱어가 필요하시다면 불러주세요.^^ 고무밴드의 김영주님 애 많이 쓰셨습니다. 고맙습니다.


2005. 8. 25. 목요일, 소박한^^
너무 길게 썼나 봅니다. 휴우~ 사실은 우공님과 검은호수님이 궁금해하셔서 쓰기 시작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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