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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팬클럽

고무밴드, 노래사람을 만나다

by Gomuband 2005. 7.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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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 달 전쯤에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오이수 홈에 명함을 내밀었다. 다양성을 받아들이는 편안한 분위기에 이끌려 소박한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지금으로부터 20여일 전에 내 글에 처음 보는 분이 댓 글을 달았다. 고무 밴드? 재미있는 닉네임이네~ 요즘은 닉네임이 하도 다양하고 기발한지라 밴드와 전혀 상관없는 고무줄인 줄 알았다. 가입인사를 보니 음악을 하는 분이란다. 진짜? 인사말과 함께 곁들인 음악이 서정적이고 따스해서 뭔가 끌린다. 난 궁금증은 못 참는다. 곧바로 뒷조사에 착수했다. 고무밴드를 치니 문구팬시, 동양고무, 고무 밴드 사용 시 부작용, 1845 영국의 스티븐 페리가 고무 밴드 특허,,,,,아, 여기 있군, 고무밴드 홈페이지를 찾아들어가 더 자세히 캐보기로 한다.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집안, 정감어린 분위기. 음악도 좋고 하나하나 세심함이 보이는 따스한 분위기에 취해 마냥 놀다가고 싶어진다.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쥔장의 밝은 사고방식. 아름다운 세상을 위해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재능으로 일조하고 싶어 하는 것을 짧은 뒷조사 끝에 알게 되니 친하게 지내고 싶어진다. 방문 첫인사를 남기면서 내 작은 희망사항도 곁들였다. <저는 이성원님의 광장 동 세포, 세포는 세포 분열하는 걸 좋아합니다. 칠월 구일에 이성원씨 후원모임이 있는데 놀러 오시겠어요? 궁합이 잘 맞으실 거 같은데...>
이것이 바로 전문 마담뚜의 직감 같은 거다. 그게 시작 이였다.


7월 5일에 대학로에서 기타리스트 김광석씨 공연이 있었다. 김광석씨는 이성원씨 콘서트에서 여러 번 만나 뵈면서 팬이 되었다. 고무밴드 팀도 공연에 오실 예정이라기에 공연장 앞에서 만나기로 했다. 첫인상은 중요하다. 보다 여성스럽게 보이기 위해 십년 전에 산, 한 벌밖에 없는 추억의 땡땡이 원피스를 입고 설레는 마음으로 나갔다. 저기 사진 속에서 뵌 듯한 분이 내 시야에 들어온다. 갑자기 쑥스러움 증이 도져서 도망가고 싶다. 함께 간 바람의 향기님을 소박 한으로 둔갑을 시켜 장난 좀 치려고 했는데 나보다 더 부끄러움을 타는 그녀가 협조를 해주지 않는다. 마음은 부끄러운데 농담은 또 쉽게 나온다. “셋, 셋, 딱 맞네용^^” 뭐가 딱 맞는다는 건지..내원,,, 다른 약속이 생겼다면서 공연이 끝나면 ‘틈’으로 오란다. 고무밴드 CD를 한 장 건네받으면서 내가 빼놓고 온 것이 무언지 생각났다. 이성원님 CD를 가져와야 했어!


김광석씨 공연은 너무나 좋았다. 공연이 끝나고 이성원씨를 잠깐 만난 자리에서 불쑥 고무밴드가 구운 CD를 건넸다. 나도 무척이나 갖고 싶은 귀한 선물 이였지만 왠지 그러고 싶었다. 두 사람을 연결시켜주고 싶은 마음이 내 안에 가득 있었나보다. 그리고 음악을 하는 분이니 음악으로 먼저 소개하는 것이 좋을 듯싶었다. 그런데 아뿔싸~ 그 CD가 하필 불통이었다니! 고무밴드에 대해 더욱 궁금해진 이성원님, 광장동 세포의 안내로 고무밴드 홈에 찾아갔다가 음악에 글에 홀딱 빠지셨단다. 서로 각자 뒷조사를 끝내고 호감을 보이니 이번 혼사는 다된 밥이다. 다들 컸으니 알아서 할 일, 전화번호만 건네주고 이 마담뚜는 뒷전으로 물러난다. ^^


7월 9일 사간 동 편도나무 갤러리에서 이성원님 후원모임이 있었다. 조금 일찍 도착했는데 골목길에 먼저 와계신 고무밴드님, 두 번째 만나니 더욱 반갑다. 어색함과 낯설음도 사라지고 오랜 동안 안 사람처럼 친근하게 느껴진다. 오늘 모임에서 카운터를 맡으라는 조직의 지령이 떨어졌지만 나는 조직을 배신했다. 오늘 내가 부여한 새로운 임무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고무 밴드를 사수할 것! 어떤 곳이든, 어떤 사람들을 만나든 쉽게 적응하실 분들 이였지만 괜히 말동무를 해주며 그날 내내 고무밴드 주변에서 얼쩡거렸다. 스토커처럼,,,(사실은 연주 연습을 방해하며)


이성원님이 고무밴드를 한번도 만난 적이 없는 상태에서 연주를 부탁하면 실례가 아닐지 무척 고민을 했다는데 고무 밴드는 흔쾌히 기타를 들고 와주셨다. 역시 노오란 고무 밴드는 유연성과 탄력성을 빼면 시체야~ 그 얘기를 전해 듣고 얼마나 감사했던 지요,, 솔직히 홈에 올려진 사진만 봤을 때는 음악과 일치되지 않는 부분이 있었답니다. 그래도 김영조님은 머리 스타일에서 예술가다운 냄새가 솔솔 풍기는데 구수한 이웃집 아저씨 같은 분위기의 김영주님은 글쎄,,,,영~
하늘이 열린 편도나무 갤러리 한옥 마당에서 이성원님의 노래가 울려 퍼진다. 곧 몇 분의 말씀이 끝나고 고무밴드가 소개되었다. 즉석에서 자칭 매니저가 된 나는 누구보다도 설레고 기대가 된다. 이렇게 빨리 고무밴드의 연주를 듣게 될 줄이야~ 너무 좋아서 입이 다물어지질 않는다. 이제 더 이상 부정하지 않겠다. 직접 내 눈으로 확인했으니,,이제는 알겠어요. 그처럼 밝고 서정적인 멜로디는 그 편안한 인품에서 나오는 거로군요, 자, 이제는 고무밴드가 이성원님의 노래를 감상하실 차례랍니다. 제가 왜 이성원님의 세포가 되었는지 궁금하시죠? 한번 빠져보시겠어요?. 마당 밖에서 서성거리는 두 분을 마당 맨 앞자리로 안내했다.


1부가 끝나고 저녁시간이다. 오늘은 점심도 먹지 못할 정도로 컨디션이 바닥을 기고 있었다. 그런데 이성원님의 가슴을 울리는 노래와 고무밴드의 상큼한 기타반주로 음악치료가 되었는지 꿈틀꿈틀 살아나기 시작한다.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도는 맛있는 떡, 회, 겉절이, 된장국, 주먹밥, 김밥, 족발이 뷔페로 차려졌고 골수팬들은 삼삼오오 짝을 지어 담소를 나누며 식사를 했다. 오늘의 특별한 초대 손님인 고무밴드는 세 명의 광장동의 세 미녀들(사실은 세 어깨들^^)이 자발적으로 접대를 맡았다 .
“두 분은 어디 저쪽 남미 쪽에서 오신 분들 같아요~ 푸에르토리코나 에콰도르?” 온유한 님이 불쑥 던진 한마디에 캭캭 웃느라 파편이 튈 뻔 했다.
족발을 열심히 드시던 김영조님이 동조를 바라는 시선으로 한마디 던진다. “뭔가 빠진 것 같지 않아요?” 저런! 아까부터 술 생각이 간절하셨던 모양이다. 이런 훌륭한 안주에 술이 빠지다니! 2부가 시작하면서 유리잔에 뭔가 날라져오기에 ‘아, 이제 맥주를 주나 보다,,’ 내심 좋아하셨다는데 따끈한 차였으니,,아으 동동 드리 우짤꼬.. 이렇게 조용조용한 모임도 술이 없는 모임도 처음이라고 하셨죠? 저희 모임에선 술 대신 차로 뒤풀이를 한답니다. 어쩌겠어요. 로마에 오셨으니 로마법을 따르셔야지..


식사 후, 2부 뒤풀이가 시작되었다. 둥글게 모여앉아 이성원님과의 인연을 곁들인 자기소개를 했다. 카리스마 넘치는 성북동 강회장님이 영혼을 울리는 그 목소리를 처음 듣고 우셨다면서 지금은 많이 듣다보니 눈물이 안나오는데 앞으로는 많이 울려달라는 말씀에 웃음바다.
“저는 떡도 회도 못 가져왔지만 고무밴드를 모시고 왔습니다.” 그 발언에 잠시 소박한 주(株)가 급상승했다가 다음날 급락했다고 전해짐.(농담) 모든 분들이 좋은 말씀을 해주셨지만 샘물님의 말씀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우리 모두는 이성원님도 좋아하지만 이성원님을 매개로 다양한 분야에 계신 분들을 만나는 즐거움도 빼놓을 수가 없다고. 이성원씨 입장에서도 그건 행복하면서도 부담스러운 일 일터,,앞으로의 후원모임은 이성원님의 말처럼 어느 한사람을 바라보는 그런 자리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그 자리의 주인공이 되어서 함께 나누는 그런 편안하고 즐거운 자리가 되었으면 좋겠다.


어느새 어둠이 내려온 마당에 촛불이 밝혀지고 구수한 노래 가락이 이어진다. 노래사람은 고무밴드라는 구원 군이 와서 더욱 힘이 나는 것 같다. 모두 한마음으로 어우러져 노래를 부르는데 얼마나 행복하던지. 대형무대보다는 이런 소박하고 오붓한 분위기가 노래사람에게는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모든 가수들이 그렇겠지만 그곳의 분위기에 따라 노래사람이 내뿜는 에너지도 그때그때 다르게 분출함을 매번 느낀다. 노래사람이 ‘밭’을 부르자 선무를 오랫동안 연구해 오셨다는 분이 즉흥 춤으로 화답하셨고 이어 마당 한가운데에서 노래사람의 목소리에서 흘러나오는 핵폭탄 같은 에너지와 춤꾼에서 나오는 강렬한 에너지가 소통했다. 꽈르르 꽝꽝,, 모두들 숨을 죽인다. 목소리가 끊어질 듯한 열창으로 인해 내 가슴은 터질 것 같다. 타고난 재능으로 많은 사람에게 행복과 감동을 주는 당신은 참으로 행복한 사람. 나도 행복한 사람, 당신의 노래를 들을 수 있으니,,,


편도나무 갤러리 하늘 뚫린 사각마당. 하늘도 노래사람님의 노래를 들으려고 오전까지만 세찬 비를 뿌려대고 오후엔 장마 비 폭격을 중단했다지? 4시부터 시작된 작은 음악회는 밤 10시가 넘어서 끝이 났다. 그래도 아쉬움이 남는 건 또 뭔가. 그래서 술고픈(?) 우리의 김영조님과 김영주님을 모시고 정고픈 몇 사람이 인사 동으로 이동 ‘좋은 씨앗’에 자리를 잡았다. 그곳에다 우린 함께 심었다. 앞으로의 좋은 만남을 위한 좋은 씨앗을!
1년 전, 장수에서 인디언 모임을 갖기 전까지는 이성원이라는 존재를 몰랐다. 20여일 전까지만 해도 고무밴드란 이름을 전혀 알지 못했다. 아, 그런데 어느새 난 너무 깊숙이 들어와 버렸구나. 자칭 광장동 세포이니 세포분열을 멈출 수도 없고.,, =3


오늘밤 나는 생각한다. 북한강과 남한강이 따로따로 흐르다 두물머리에서 만나 하나의 강(한강)이 되었듯, 이성원님과 고무밴드 역시 그렇게 만나지도록 각본상 다 있던 거라고.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이리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흘러올 수 있겠느냐고,, 오늘 편도나무에서 처음 만난 두 분 부디 백로해로 하시?? 이건 아닌데,, 다시 흠흠,, 아름답고 맑은 마음을 가진 두 분이 손을 맞잡고 좀 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저 넓은 바다로 함께 나아가시기를 바라며 이만 줄입니다. 저도 즐겁게 세포 분열을 계속하겠나이다.,,


2005. 7. 9. 토
편도나무 갤러리에서 소박한씀
역사적인 기록을 남기느라 시간도 걸리고 길어졌습니다. 충성! 애고 힘들당~ 사서 고생이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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