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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팬클럽

노루귀와 Hiking

by Gomuband 2005. 4.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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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창에 부는 바람 - 우리 절에 찾아온 노루 친구









경내를 포행 하다가 갑자기 나타난 생에 처음 보는 신비롭고 아름다운 모습의 친구를 만나 발이 멈추었다. 두려움 없이 바라보는 잔잔한 눈, “무서워하지 말아요 ” 하는 듯한 표정. 서로는 한참을 관심 있게 바라보다가 내가 먼저 미소를 보내면서 세속적인 인사로 악수를 청하였다.



“나는 스님이야! 너는 누구야? 나랑 친구하자.”



그런데 노루친구는 신기한 동물이 또 있구나 하는 듯한 얼굴로 계속 지켜보고 있었다. 조바심이 난 나는 만져보고 , 쓰다듬고, 보듬어 보고 싶다는 충동이 일어나 한 걸음 나아가 손을 내밀었다.



순간 노루친구는 두렵다는 듯이 눈동자를 굴리더니 숲 속으로 슬그머니 숨어 버렸다. 안타깝고 허망하여 한참을. 서성이다가 부끄러운 나를 발견하였다. 통성명을 요구하지 말 것을 안아보고 싶다는 욕심을 내지 않았더라면 친구와의 만남이 좀더 길어지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작지만 빛나는 모습

      실크같이 매끄러워 보이는 털

      눈물을 머금은 듯한 아련한 눈

      선량하기 그지없는 눈동자

      숨소리에도 놀랄 것 같은 귀

      시원하게 쭉 뻗은 가냘픈 다리

      누구와도 비교되고 싶지 않은

      고귀한 멋과 품성을 지닌 친구



노천명의 시에 나오는 “사슴”보다도 그 친구는 더 사랑스럽고 아름답다.



갑자기 내린 눈으로 온통 하얀 세상이 되어버렸다. 예전 같으면 설경에 취해 어린아이처럼 마냥 즐거워할텐데 올 겨울의 눈은 하나도 반갑지가 않다. 노루친구의 먹이를 흰눈이 다 덮어 버렸기 때문이다. 밥그릇이 될만한 냄비며 바가지에 고구마와 강아지 먹이를 담아 인적이 드문 법당 뒤에 놓아두었더니 기다리는 마음을 알고 있는 듯이 먹이를 먹고 돌아갔다.



고귀함과 선량함의 멋으로 유혹하고 기약 없는 기다림을 주고 간 노루친구가 보고싶다.



선오스님 <아미산 정토사〉




















Gomuband - Hik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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