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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4

손바닥 소설 - 새벽...3 물가의 밤은 언제나 추웠다. 잔뜩 구부린 허리를 그에게 바싹 붙이고 잠이 들곤 했다. 그는 항상 4시에 일어나 자기 침낭을 내게 덮어주고 텐트 밖으로 나갔다. 담배를 붙여 물고 커피물을 얹은 다음, 낚싯대가 제 자리에 있는지 둘러보고 원두를 갈아 커피를 내렸다. 내가 일어나지 않으면, 커피를 담은 보온병을 텐트 안에 밀어 넣고 물가로 갔다. 온갖 벌레가 달려드는 한여름만 빼고, 사시사철 바이크용 점프복을 입고 얇은 침낭 속에서 잤다. 올봄, 첫 밤낚시를 가던 날, 그는 얇은 다운 침낭을 '익스페디션'으로 바꿔주었다. 한겨울 고산등반을 하지 않는 우리에게 전문가급 장비가 필요할까...생각도 했지만, 잠은 따뜻하게 자야 한다는 그의 말엔 동의했다. 모두 벗고 자는 건 확실히 기분 좋은 일이었다. 그는 내가 .. 2016. 10. 18.
손바닥 소설 - 새벽...2 주전자가 삐~소리를 낸 지 한참 되어도 일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아 내린 커피를 보온병에 담아두고 선착장 쪽으로 걸었다. 밤늦게 들어온 캠핑카 커플이 지핀 모닥불에선 아직도 가는 연기가 나고 있었다. 불씨를 모아 솔잎을 덮어주니 금세 불꽃을 피워올렸다. 연기는 곧게 오르다 바람이 불 때마다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흩어졌다. 가는 장작을 몇 개 더 얹어 몸이 따뜻해질 때까지 불을 쬐다 다시 걸었다. 잠들기 전, 그가 들려줬던 이야기들 속엔 여러 여자가 등장했다. 이야기가 바뀌어도, 같은 여자가 화장을 고치고 배경을 바꾼 세트에 계속 나오는 느낌이 들었다. 난 줄곧 그의 눈을 바라보며 집중해서 듣는 체했지만, 속으론 계속 되묻고 있었다. '왜 같은 여자 얘기를 계속하는 거야?'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데?' .. 2016. 10. 8.
손바닥 소설 - 새벽...1 알람을 끄고 몸을 일으키기 전에 잠시 여기가 어딘지 생각했다. 텐트 옆으로 스민 찬 공기에 콧날이 시렸지만, 아직 침낭 안은 따뜻했다. 밤새도록 날 텐트 가장자리로 밀어대던 그는 아직 S자로 구부린 채다. 침낭 지퍼를 열고 손을 내밀어 그의 어깨를 살짝 흔들어 본다. 반응이 없다. "낚시 안 해?" 한껏 움츠렸던 그의 목이 잠깐 침낭 밖으로 나왔다 사라졌다. "커피 물 얹어놔. 금방 나갈게." 목도리와 털모자를 챙겨 텐트 밖으로 나왔다. 모든 게 어젯밤 그대로다. 시간이 지나간 자리엔 이슬이 맺혀있었다. -계속- 2016. 10. 8.
20161006 - 두 번째 목요휴일 두 번째 맞는 목요휴일입니다. 작년부터 매일 레슨 나가는 일이 계속되면서 주말에만 가끔 제시간을 갖곤 했는데, 올해부터는 강의 열리는 일정에 맞춰 일주일 단위로 쳇바퀴를 돌고 있습니다. 주말에도 특별한 일이 아니면 공부를 해야만 해서 개인적 시간(음악과 악기를 위한 시간)을 내기 어려웠었죠. 고민 끝에 한 군데 레슨을 줄였고, 이제 목요일엔 온전한 제시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아직 특별하게 시작한 프로젝트는 없고, 막연히 그동안 못한 일들을 해야지...하고 마음만 먹고 있습니다. 밀린 일이 꽤 많아서요...ㅜㅜ 시니어 형님 누님들과 시작한 힐링코러스 'Golden Voice Singers (골보싱)'는 슬슬 자리를 잡아갑니다. 파트별로 고정 멤버가 생기고 들락날락하는 멤버도 거의 없습니다. 모임을 만든 취.. 2016. 10.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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