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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한국의 대중음악과 나의 음악

by Gomuband 2016. 5.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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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집안에는 항상 함께 살던 삼촌, 이모가 들으시던 클래식, 샹송, 영화음악, 팝송을 들었고

집 밖에선 라디오에서 포크송, 트로트를 들을 수 있었지요.

아! 가끔 교회에 가서 찬송가와 복음성가를 배웠군요.


중1때부터 기타를 치기 시작하여 포크송 따라부르기에 매진하다가,

중3때부턴 팝, 락 쪽으로 하고 싶은 음악을 좁혀갔습니다.

이후 밴드를 만들어 오랜 시간을 팝과 함께 보냈습니다.


기타 치는 사람에게 대중이 좋아하는 음악은 그리 친숙하지 않습니다.

대중음악 쪽으로 진출해보려던 시도는 고등학교 때 딱 한 번 했습니다.

그나마도 '산울림'의 음악이 먼저 나와서 접어버렸지만...

이후에도 우린 우리가 좋아하는 음악을 했고

우리의 음악을 환영하는 사람들 앞에서 연주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어느 날이라기보다 예정된 수순이었겠지만

디스코라는 음악이 나왔고

시장은 음악의 내용을 감상하며 즐기기보다 음악을 소비하는 쪽으로 흐르기 시작했지요.

전 세계적으로 생활이 윤택해진 사람들이 생각하기를 멈추고 삶의 즐거움에 편승한 것 같은 느낌이랄까...

뭐 그랬습니다.

디스코의 물결 이후로 한국 음악계에는 다양한 음악이 쏟아져 나왔고 수입되어

많은 사람이 각자 취향에 맞는 공연도 즐기고 팬덤도 형성했지요.

공존의 시대였다고 할까요....

홍대 앞과 대학로의 라이브하우스와 재즈를 들을 수 있었던 클럽들...블루스바...

모두 그 시절에 생겼습니다.


하지만 젊은이들에겐 다른 움직임이 있었습니다.

미국에서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랩과 댄스를 받아들이기 시작했지요.

그게 무슨 음악이냐는 혹평을 받던 서태지를 필두로 시장은 급변하기 시작했습니다.

틈을 타서 여러 이유를 가진 집단이 자본을 무기로 음악계에 진출하여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나갔고

그림을 중요시하는 방송국은 새로운 장르의 음악에 지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외국도 별로 다르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메시지를 담거나 차원 높은 연주를 담은 음악은 무조건 어렵다...라고

외면하는 듯한 사회적 분위기는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으나,

많은 락커와 음악인들이 정신(Spirit)을 가지고 어려운 생활도 감내하며

묵묵히 선도했던 역할은 커다란 프로덕션과 방송에 넘어가고

별생각 없이 소모할 수 있는 음악이 주류가 되어버린 것이죠.

(가끔 메시지를 담은 음악을 발표하는 Sting 같은 뮤지션이 보이긴 합니다)


우리 음악...

물론 좋은 음악, 좋은 가수들이 아직도 꿋꿋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한 시간에 열 곡이 넘는 음악을 들어도 한 곡을 들은 것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음악을 만드는 이들이 한정되어있고 일정 포맷에 길든 대중 때문이 아닐까요?

한국시장이 포화에 이르자 K-POP이란 용어가 등장했고 곧 수출로 이어졌습니다.

아직 판박이 같은 음악을 만들지 못한 나라들에 K-POP이란 수출용 상품을 내보내고

우리 음악의 위상이 세계 탑이 된 것처럼 알렸지만

결국 모든 것은 시장을 놓지 않으려는 국내용 홍보작전 아닌가요?


중년 이상 되신 분들은 현재 매스컴에서 회자 되는 K-POP 음악을 듣지 않습니다.

나름의 시장이 존재하지요. ('내 나이가 어때서'...같은 변형 트로트지요)

10대에서 30대는 같은 물결 속에서 함께 흘러가는 듯하고

40대~50대는 여기도 아닌 저기도 아닌...세대가 되어버렸고요.

(그들이 친숙했던 음악은 애써 찾아 들어야 하는 시대니까요.)

이도 저도 아닌 사람들은 동호회를 만들어 자기가 좋아하는 방향으로 활동합니다.

대신 음악을 듣기보다 직접 연주하고 노래하는 방향으로 변해갑니다.

 
저는 일찌감치 제가 할 음악을 정하고 그리로 매진했기에

별로 속상한 일도 없고 답답하지도 않지만

앞으로 한국 음악계에 진출해야 하는 학우님의 입장에선

신중히 고려하실 부분이 꽤 많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다양성을 중요시해야 하는 예술계에서 획일적 작품의 생산과 소모는

시스템이 잘 못 되어가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오디션 프로그램이라면 흥미 위주보다 장르를 구분하여 공정하게 기회를 주어야 할 것이고

방송에서도 장르별로 쿼터가 있어서 한 주일 동안 다양한 음악을 내보내게끔 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음악계에 몸담은 모든 이들이 자신의 음악을 꿋꿋하게 지켜나가고

끊임없이 내 음악을 발표해야 합니다.

방송에 목매지 말고 길에서 버스킹을 하던 웹에 올리던 할 수 있는 다양한 경로로

활동을 해야 합니다.

그래야 남이 만든 무대를 그리워하지 않고 내 무대에서 당당하게 노래하고 연주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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