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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팬클럽

고귀한 당신께 바칩니다

by Gomuband 2007. 1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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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다 알고 뛰어들었습니다
돈도 없고
사람도 없고
지혜도 모자라다는 것 다 알면서
그을음이 가득한 등대에
맑은 불을 켜기 위해
어둠의 찬 바다에 뛰어들었습니다

결과가 어떨지 뻔히 알면서도
귀와 눈을 막았습니다
내 가슴과 양심이 이끄는 길을 가야 했기에...

최고만이 살아남는 대통령선거의 바다에
우린 구명조끼도 없이 뛰어들었습니다
그렇게도 속임수에 단련이 되었건만 무조건 뛰어들었습니다

우린 멀리 보이는 등대에 오르기 위해
한 사람 한 사람씩 찬 바닷물 속으로 가라앉아갔습니다
서로에게 체온을 전하며 스러져 가면서도
우리는 희망의 불씨를 놓지 않았습니다

등대의 불이 꺼지기 전에
불씨를 가지고 육지에 오르고 싶었습니다
대한민국이라는 육지에...

뭍에 닿기 전에
우린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무수한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사람을 태워서 그 기름으로 등대불을 켜고 있는 당신들을

힘 빠진 우리는
갖가지 험한 말과 사정없이 내려친 노에 맞아
찬물 속에 가라앉아갑니다
이제 당신들은 우리의 시체를 건져서 등대불을 유지하겠지요
이제 그을음 없는 불이 타오를 겁니다.

우리도 다른 사람들에게 속임수를 쓰고
먼저 바닷속으로 보내서
등대불을 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린 그럴 수가 없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옆에서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등대불 옆에 승리의 횃불이 타고 있겠네요
하지만 방심하지 마십시오
체온과 체온을
가슴과 가슴을 맞대며
불을 가져오는 행렬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다 스러져도...
걱정 말라는 손 흔들며
찬 바닷물 속으로 들어가는
우리의 마지막 모습을 지켜본
우리의 아이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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