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예쁜 열매가 달렸습니다.
이 나무 저 나무 옮겨 심을 때 만해도 별 기대하지 않았는데
고운 열매를 가을 하늘에 동실동실 달아 놓았네요.
내 삶이 참 덧없다고 생각하는 모든 분들의 가슴에
이런 예쁜 열매가 가득 달렸으면 좋겠습니다.
오순도순 이야기 나누며
포도알 서로 입에 물려주던 홑이불속...
아침이면 밤새 젖은 눈물자국도
뽀송뽀송하게 말려버리는 소박한 이불속...
지금 해야 할 일과 나중에 할 일을 잘 구분할 수 있다면...
나는 뭘 가장 먼저 할 것인가?
아무리 좋은 일도 뜻대로 되는 것은 없다.
모든 일은 사람이 생각하고 만들어 간다.
내가 받은 것이 있다면
내가 줄 것은 무엇인가?
내가 빠뜨린 것은 무엇인가...생각해보는 버릇을 가져야 한다.
결국...
다시 혼자만의 길로 돌아가야 하나?
사람들과 부대끼며 사는 것에 익숙지 않음을 숙명으로 알고
모든 문을 닫을 것인가?
아무도 쳐다보지 않는 곳에서
가을은 나름 살을 찌운다.
가난한 집 밤참에 찐 밤으로 변해
으슥한 가을밤 글동무 하렴...
힘이 빠져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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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서기 -서정윤-
-둘이 만나 서는 게 아니라 홀로 선 둘이가 만나는 것이다.
1
기다림은
만남을 목적으로 하지 않아도 좋다.
가슴이 아프면 아픈 채로,바람이 불면
고개를 높이 쳐들면서, 날리는 아득한 미소.
어디엔가 있을 나의 한 쪽을 위해
헤매이던 숱한 방황의 날들.
태어나면서 이미 누군가가 정해졌었다면,
이제는 그를 만나고 싶다.
2
홀로 선다는 건 가슴을 치며 우는 것보다
더 어렵지만 자신을 옭아맨 동아줄,
그 아득한 끝에서 대롱이며, 그래도 멀리,
멀리 하늘을 우러르는 이 작은 가슴,
누군가를 열심히 갈구해도
아무도 나의 작은 가슴을 채워줄 수 없고
결국은 홀로 살아간다는 걸
한 겨울의 눈발처럼 만났을 때
나는 또다시 쓰러져 있었다.
3
지우고 싶다
이 표정 없는 얼굴을 버리고 싶다
아무도 나의 아픔을 돌아보지 않고
오히려 수렁 속으로 깊은 수렁 속으로 밀어 넣고 있는데
내 손엔 아무 것도 없으니
미소를 지으며 체념할 수밖에......
위태위태하게 부여잡고 있던 것들이
산산이 부서져 버린 어느날, 나는
허전한 뒷모습을 보이며 돌아서고 있었다.
4
누군가가
나를 향해 다가오면 나는 움찔 뒤로 물러난다.
그러다가 그가 나에게서 멀어져 갈 땐
발을 동동 구르며 손짓을 한다.
만날 때 이미 헤어질 준비를 하는 우리는,
아주 냉담하게 돌아설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아파오는 가슴 한 구석의 나무는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떠나는 사람은 잡을 수 없고
떠날 사람을 잡는 것 만큼 자신이 초라할 수 없다.
떠날 사람은 보내어야 한다
하늘이 무너지는 아픔일 지라도.
5
나를 지켜야 한다
누군가가 나를 차지하려 해도 그 허전한 아픔을
또다시 느끼지 않기 위해 마음의 창을 꼭꼭 닫아야 한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얻은 이 절실한 결론을
이번에는 이번에는 하며 어겨보아도
결국 인간에게서는 더 이상 바랄 수 없음을 깨달은 날
나는 비록 공허한 웃음이지만
웃음을 웃을 수 있었다.
아무도 대신 죽어주지 않는 나의 삶,
좀더 열심히 살아야겠다.
6
나의 전부를 벗고
알몸뚱이로 모두를 대하고 싶다.
그것조차 가면이라고 말할 지라도
변명하지 않으며 살고 싶다.
말로써 행동을 만들지 않고
행동으로 말할 수 있을 때까지 나는 혼자가 되리라.
그 끝없는 고독과의 투쟁을 혼자의 힘으로 견디어야 한다.
부리에, 발톰에 피가 맺혀도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
숱한 불면의 밤을 새우며 홀로 서기를 익혀야 한다.
7
죽음이 인생의 종말이 아니기에
이 추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살아 있다.
나의 얼굴에 대해 내가 책임질 수 있을 때까지
홀로임을 느껴야 한다.
그리고 어디가에서 홀로 서고 있을,
그 누군가를 위해 촛불을 들자.
허전한 가슴을 메울 수는 없지만
이것이다 하며 살아가고 싶다.
누구보다도 열심히 사랑을 하자.
20대 어느 시절 "킬리만자로의 표범"과 거의 동격의 영향과 위안을 받았던 언더그라운드의 시였죠..
편한 밤 되시길..
오랜만에 읽어보는 시로군.
한동안 많이 읽혔던 시인데...
나이가 적으나, 많으나
사람은 홀로서기에 점점 익숙해지면서 살아가지.
처음엔 가슴 찢어질 것 같았던 아픔도 삭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