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소리를 찾으려 고만고만한 가격대의 기타만 사들이던 내가 중고 DSLR 카메라를 장만한 것도 그때였어. 뭔가 크게 주변이 바뀔 것이라는 느낌에 다른 장난감을 찾았던 거지. 여태까지 함께 하던 사람들과 벌이던 문화운동도 접고 음악 만드는 작업도 접고 이십대 이후론 거의 손대지 않던 책을 보기 시작한 것도 그때부터야.
이 년 전과 지금 내가 확실히 달라진 게 있다면? 단 하나 일걸. 화내지 않기. 근데 참 이상하지? 화를 내지 않기로 나와 약속한 다음부터 가끔 내게 화를 내는 사람을 만나. 영문도 모르고 쏟아지는 화살을 맞곤 해. 내가 화약을 지고 불로 뛰어드는 성격을 버렸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겠지.
봄부턴 그동안 신세 진 분들께 빚을 갚는 마음으로 지냈어. 작년에 모아둔 저축이 조금이 있어서 가끔 밥도 사고... 그동안 술자리에서 내가 술값을 치른 건 정말 몇 번 되지 않았거든. 아직 빚을 개운하게 갚지는 못했지만 벌써 저축이 바닥났네. 또 모아서 천천히 갚아야지 뭐.
다른 이의 말을 듣는 건 정말 즐거운 일이야. 하지만 여럿이 모인 자리에서 혼자만 말하는 건 좀 보기 싫더군. 네 명이 두 시간을 함께하는 자리라면 삼십 분씩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해. 당신 혼자 두 시간 동안 이야기하는 걸 들을 수는 있지만 아마 다음에 당신은 혼자 떠들어야 할지도 몰라.
난 모든 예술가들이 고향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해. 고향의 아름다움을 노래하고 작품으로 옮기는 작업을 하면서도 사는 데 걱정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해. 매일 저녁에 고향의 극장에서 공연하고 고향 분들은 공연을 즐기고 관공서의 버스는 관내를 빙빙 돌며 관객을 모시러 다니면 되잖아? 왜 서울에만 몰려서 이 난리법석을 피우는지 알 수가 없어.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고 독거노인이 늘어나고 외톨이 가구가 자꾸 늘어나면 우린 뭘 해야 할까? 모여서 밥 먹는 장소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 동사무소 같은 공공장소에 모여서 같이 밥을 먹자고. 매달 식사를 신청하여 함께 밥을 먹자고. 공산당 같은 생각이라고? 조금만 더 생각해봐. 혼자나 둘이 해먹는 것보다 훨씬 돈이 덜 든다는 거 모두 잘 알고 있잖아. 국가경쟁력을 위해서라도 회사 구내식당 같이 싼 가격에 모든 국민을 밥 먹여야해. 식사와 육아의 어려움에서만 벗어나도 사람들은 훨씬 마음이 편하게 돼. 그래야 당신들이 시키는 엄청난 일을 하고도 집에서 쉴 수 있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