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5년.
고무兄은 동네 兄(문기영) 집 뒤뜰에 텐트를 치고 입시준비를 했다.
고무兄은 그때 이미 기타리스트가 되기로 맘먹고 열심히 기타만 치고 있을 때였고
기영이형은 최고의 산악인이 되려고 하교 후 매일 인수봉에 오를 때였다.
기영이형은 대입, 고무兄은 고입.
내피가 있는 레드훼이스의 겨울용 텐트를 치고
텐트 안에 밥상을 두 개 들여놓고 석유랜턴으로 불을 밝혀
생전 안 하던 공부하느라 꽤 애를 썼다고 했다.
주말마다 열심히 기영이형을 따라다니며 바위를 배우던 고무兄이 산과 인연이 끊어진 이유는?
담뱃불 때문이었다.
아침에 두 학생을 보내고 난 기영이형 어머니께서 담배를 피우시다가
불이 꺼지지 않은 꽁초를 텐트 옆에 버리셨는데
담뱃불은 바닥에 깔린 낙엽에 불을 붙였고 낙엽은 텐트로 불을 옮겨
텐트와 텐트 안에 있던 모든 장비, 책, 옷...등을 태우고 말았다.
고무兄이 학교 갔다 돌아와 보니
기영이형 어머니께서 텐트가 있던 자리의 잿더미를 막대기로 들추고 계셨는데
남은 것은 석유버너의 몸체와 냄비받침, 비너, 석유랜턴, 코펠...
화재 이후에 고무兄은 취미를 낚시로 바꿨고
기영이형은 한동안 산을 잊고 있다가
결혼 후 춘천으로 이사 가서야 다시 산에 다니기 시작했다고 했다.
덕분에 기영이형은 북미의 매킨리봉에 올랐다가 구사일생으로 살아온 경험도 생겼고...
고무兄은 그때 불이 나지 않았다면 벌써 히말라야 귀신이 됐을 거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