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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Writing

손바닥 소설 - 새벽...2

by Gomuband 2016. 10.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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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전자가 삐~소리를 낸 지 한참 되어도 일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아

내린 커피를 보온병에 담아두고 선착장 쪽으로 걸었다.

밤늦게 들어온 캠핑카 커플이 지핀 모닥불에선 아직도 가는 연기가 나고 있었다.

불씨를 모아 솔잎을 덮어주니 금세 불꽃을 피워올렸다.

연기는 곧게 오르다 바람이 불 때마다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흩어졌다.

가는 장작을 몇 개 더 얹어 몸이 따뜻해질 때까지 불을 쬐다 다시 걸었다.


잠들기 전, 그가 들려줬던 이야기들 속엔 여러 여자가 등장했다.

이야기가 바뀌어도, 같은 여자가 화장을 고치고 배경을 바꾼 세트에 계속 나오는 느낌이 들었다.

난 줄곧 그의 눈을 바라보며 집중해서 듣는 체했지만, 속으론 계속 되묻고 있었다.

  '왜 같은 여자 얘기를 계속하는 거야?'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데?'

나와는 많이 다른, 한 번도 보지도 생각해 보지도 않았던 세계 속의 여자들은

이야기가 끝날 때마다 야릇한 느낌을 남기고 사라졌다.

그게 뭔지 알겠다...싶어질 때쯤 잠이 들었는데,

내가 진짜로 알아채고 잠이 든 건지, 꿈속에서 '알았다!' 라고 한 건지 기억이 나질 않았다.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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